"조각은 트렌드도 경쟁도 상업적인 것도 아니다, 순교자의 정신을 가지라"
"조각은 트렌드도 경쟁도 상업적인 것도 아니다, 순교자의 정신을 가지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9.06 1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참여한 해외 조각가들이 전하는 작품과 조각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진행되고 있는 경남 창원 용지공원에서는 국내외 조각가들의 다양한 조각 작품들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지금 소개하는 폴 샬레프, 미르치아 드미트레스쿠, 윔 델보예, 울프강 스틸러는 각자 자신만의 개성으로 세계적인 조각가로 이름을 알린 이들로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개성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이게 된다.

이들이 직접 밝힌 작품에 대한 설명, 그리고 조각의 미래와 조각이 갈 길을 정리해서 올렸다. 이 기사는 지난 5일 열린 간담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폴 샬레프(미국, <Intention>)

▲ 폴 샬레프
<Intention>

한국처럼 역사가 깊고 우수한 작품이 많은 곳에서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감회를 느끼고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점토라는 것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장난하며 성장기를 보내는, 우리에게 가까운 자재라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허드슨 강변의 점토를 가져왔고 재와 불 외에는 다른 것이 없다. 어떤 자재를 쓰던 제일 원초되는 것이 진흙이고 기본적이고 역사적인 진흙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나에겐 상당한 기쁨이다.

왜 이 작품을 만들었을까? 기본적으로 남녀가 있고 흙과 불이 만나 작품이 이루어지는데 어떻게 공존을 하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다.

비엔날레의 운영이 관과 연계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교육프로그램이나 다른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은데 이 프로그램들과 같이 연계되고 공유됐으면 좋겠다. 활용에서 아쉬움이 있다.

70년대만해도 한국은 발전이 더뎠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을 했고 예술 수준이 높아졌고 앞으로도 더 뜰 나라다. 예술가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이럴 때일수록 문화적 다양성이 확보되어야한다.

한 명의 천재 작가가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작가를 키우고 비엔날레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미르치아 드미트레스쿠(루마니아, <Man> <Couple>)

▲ 미르치아 드미트레스쿠
<Couple>

남녀 커플은 인간의 화합과 조화를 의미한다. 단순해보이지만 사실 복잡하다. 한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원한다는 의미고 합쳐져서 하나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 작업은 개인으로도 마찬가지고 한국의 분단된 시점과도 일관된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통합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루마니아는 역사가 길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고 특히 내가 태어난 마을은 인류 최초의 신전이 있는 곳이라 자랑스럽다. 한국도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올바른 장소를 찾은 것 같다.

원활한 통역이 어려워서 소통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비엔날레가 아니었으면 여기에 올 기회도 없었을 것이고 작품을 보여줄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트렌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신념이나 삶을 고민해야하고 이를 작품의 방향에 반영해야할 것이다.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조각가는 유명세나 상업적인 것을 생각하면 안된다. '순교자'의 정신으로 작업해야한다.

윔 델보예(벨기에, <Concrete Mixer>)

▲ 윔 델보예
<Concrete Mixer>

벨기에에 오는 많은 이들이 문화유산을 많이 관광하는데 이에 영감을 얻어 고딕 양식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는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연결하는 의미를 고딕을 활용해 작업했다.

공간을 주로 활용하는 작업인데 예술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공간과 건축양식을 활용한 작품을 접하면서 예술을 좋아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금속을 왜 쓰느냐고 하는데 기술적으로 쉽고 용이하고 보존도 쉽다.

한국에서 다양한 비엔날레가 열려서 좋고 자주 이런 기회를 통해 다양한 국가의 작품을 만났으면 한다. 베이징에서 접한 북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중동 작품들도 좋다.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을 통해 영감을 얻고 다양한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적 상황 등을 이해하면서 주제가 확장되길 바란다. 

다양한 비평가가 비엔날레에 있어야한다. 작품에 대한 대화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 너무 상업적이면 안된다. 도시마케팅이 아니라 도시재생, 예술의 발전이 이루어져야한다. 특정 작가 위주의 상업 전시가 되면 안된다.

지금의 유럽은 도시화로 너무나 많이 변했다. 관광산업이 발전한다고 하지만 주체적으로 다양하게 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도시화되고 기계화되고 사람들이 꿈과 미래가 없다. 창원비엔날레가 유럽에 와서 뭔가를 해줬으면 좋겠다.

울프강 스틸러(독일, <3 Matchstick men>)

▲ 울프강 스틸러
▲ <3 Matchstick men>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시작했다. 난징 대학살 당시 일본군이 재미삼아 중국인의 목을 자르는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고 적군의 머리를 잘라 나무에 끼우는 유적을 본 적도 있다. 인간의 생명이 성냥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생명이 영원하지 않고 유한적이라는 점에서 성냥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중국에서 처음 작업을 했는데 중국인의 얼굴을 주물을 떠서 만들었다. 이 얼굴은 특정 국가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는 인력 착취, 노동력 약탈에 시달리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다. 전 세계 어디든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품 컨셉을 많이 물어보는데 그것은 관람객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각 자체가 트렌드를 지니고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장르 자체가 경쟁화되거나 상업적으로 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