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용 종로구청장, “종로는 무한한 스토리텔링의 보고”
김충용 종로구청장, “종로는 무한한 스토리텔링의 보고”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10.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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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한옥마을·윤동주언덕 등 정부 특별지원으로 문화관광 벨트 조성해야

대한민국을 찾는 전 세계의 관광객들 중 80%는 방문한다는 대한민국 문화 1번지 ‘종로구’. 최근 몇 년 사이, 정부기관·사적지·공원 등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비과세 토지 면적이 68%를 넘게 차지해 재정여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종로구는 놀라운 성과와 발전을 보이고 있다. 기존 문화 인프라를 활용하고 숨겨진 인프라를 개발해 다양한 문화관광 사업으로 발전시켜 지난해에는 외래 관광객 690만 명 유치에 성공했다. 그 결과 최근 한 매체 조사에서는 ‘엄마들이 아이 키우기에 좋은 동네’의 문화부문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민선4기 김충용 종로구청장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자치구 최초로 문화 관광국과 관광산업과를 신설해 문화 인프라 구축과 관광산업 활성화에 적극 힘써 문화도시로의 자긍심을 지키고 있다. 더불어 직원들의 복지비와 행사 비용 등을 삭감해 복지 예산으로 활용하는 등 목표하던 ‘문화·환경·복지 1등 구’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 600년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면서 이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현재와의 조화를 꾀하고 있는 김충용 종로구청장을 만나 종로의 현재를 돌아봤다.

종로구의 슬로건은 문화·복지·환경 1등 구 건설이다. 실제 타 자치단체와 차별화된 면은 무엇인가.
우리 구는 100개 넘는 공공기관과 서울의 950여 개의 문화재 가운데, 380여 개가 위치해 있는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이다.

문화자원의 보고이며 관광자원이 집중된 도시로서 하나의 자치구라기보다는 대한민국의 1번지로서의 자존심 그 자체에도 상징성이 있다. 따라서 서울시 최초로 관광과를 신설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문화관광국을 신설했다. 그간에도 문화관광 분야의 사업을 활발히 해왔지만 조선왕조와 근·현대사 문화 인프라를 활용한 고품격 문화관광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움직여 사업 추진을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됐다.

문화경쟁력 향상은 지역발전은 물론이고 경제적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투자 사업이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행사, 예술가 생가 터를 연결한 문화벨트 조성, 스토리가 있는 골목길 탐방 등 차별화된 문화 관광 상품을 개발해 문화도시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있다.

또한 노인인구의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살려 노인종합복지관을 건립했고 자치구 중 최대의 장학 사업을 전개하는 등 복지 1등 구 건설은 물론, 홍제천 생태환경 복원, 자투리땅 녹화사업 등 자연이 살아 있는 친환경 도시로서도 손색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2년 전쯤 본 기자와 인터뷰에서 종로 800만 관광객 유치가 목표라 했다. 지금 그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다고 생각하나.

서울시가 민선4기 특수 시책으로 1,200만 관광객 유치를 목표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 600년 역사를 가진 종로구의 책임감도 상당하다. 따라서 종로구는 이에 부응하기 위해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인 인사동과 북촌한옥마을의 문화사업 개발, 대학로 및 삼청동의 젊음의거리 조성 등 의욕적인 관광정책을 추진하고 골목길 관광코스 발굴 등 새로운 스토리텔링 관광도 개발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외래 관광객 690만을 유치했다. 올해까지 800만 관광객 유치라는 목표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는 서울시와 종로구가 지금까지 시행해온 문화 관광 사업들이 빛을 발해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 생각한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청운공원에 만들어졌다.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가꿔갈 계획인가.

윤동주 시인 같은 민족의 선생, 우리가 스승님으로 모시고 존경하는 사람들을 아이들에게 알리고 가르쳐 본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누상동 9번지 소설가 김송 씨 댁에 하숙하면서 대표작품을 구상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그의 감성이 살아 있는 지역인 청운공원에 대표작품을 수록한 시비와 시인의 언덕을 조성하게 된 것은 더욱 의미가 크다.

내년에는 숭고한 민족 사랑과 인류평화정신을 기리는 ‘국제 윤동주 문화제’를 개최해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지역 명소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인근 송강 정철 선생의 생가 터인 청운초등학교 담장에는 송강 선생의 대표작품을 수록한 시비 공원을 조성해 문화벨트화 하고 지역주민에게는 문화적 혜택을,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언덕’과 같은 스토리텔링 문화를 개발해 관광명소들이 서로 이어져 관광 코스화되도록 할 계획이다.

얼마 전 ‘고샅길 20코스’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종로의 골목길은 일반 골목길과 달리 양반이나 선비들이 이용하던 길로, 600년 옛 도시의 문화, 역사와 생활상을 볼 수 있는 문화와 풍요로운 이동로로서 특색이 짙다.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제주 올레길처럼 다듬어서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골 마을의 아기자기하고 좁은 골목길을 의미하는 고샅길이 이러한 계획과는 어울리지 않아 새로 개발하고, 도시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관광 상품으로 브랜화할 것이다.

20개의 골목길 관광코스는 종로의 구석구석을 걸으며 볼거리는 물론, 체험할 수 있고 이야기도 있는 도보코스로 만들고 주변 환경도 정비할 계획이다. 또한 종로의 골목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지점 100여 곳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가회동과 교남동 등 일부 동 주민센터 앞에는 ‘동 관광홍보안내도’를 마련할 것이다. 특히 골목길 곳곳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줄 해설사도 배치해 문화관광을 극대화시킬 예정이다. 

최근 외국인들의 북촌 한옥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옥민박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얼마 전 북촌한옥마을의 한옥민박이 불법으로 운영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촌한옥마을의 한옥체험관은 우리 고유의 생활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관광자원이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해왔지만, 그동안 시설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분쟁이 있었다.

지방의 경우에는 농어촌 육성법에 근거해 민박이 허용되고 있지만 서울시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한옥 민박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포할 예정인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에 ‘한옥 체험업 조항’을 신설해 그동안의 분쟁은 사라질 것이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한옥게스트나 홈스테이 등을 활성화해 우리 구에 부족한 숙박 시설을 보충하게 될 것이며, 이는 종로구에 관광객들이 좀 더 오랜 시간 머물면서 실질적인 종로의 참모습을 느끼고 갈 것이다.

종로구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종로는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재정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 정부기관·사적지·공원 등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비과세 토지 면적이 68%를 넘게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타 자치단체와 다르다.

4대문 안은 정부가 특별 관리하고 지원해줘야 한다. 특히나 문화·정치·교통의 중심지로 하루 300만 명이 넘는 유동인구를 위한 기반시설 확충에 들어가는 비용이 다른 자치구에 비해 훨씬 많다. 하지만 재정력은 가장 취약하다. 전체를 바라보고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예산이 부족해서 분산 투자도 어렵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선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결국 종로구의 문화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와 서울시의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문화관광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는 어떤 것이 있나.

우선적으로 종로는 대한민국을 찾는 관광객의 80%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지지만 호텔 등 숙박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새로운 호텔을 지을 수 있는 부지확보도 문제지만 한옥게스트 하우스나 홈스테이 등 호텔을 대신할 수 있는 방안들이 제도적 장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한한 문화관광자원이 있는 종로의 구석구석을 찾아내 위인들이나 예술가들의 기념비 수준이 아니라 복원이나 전시관들을 설치 등으로 스토리가 있는 문화관광 벨트의 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자치구 사업이라기보다는 절대적으로 국가차원의 건설이 필요한 것이다.

약사 출신이라 누구보다 복지와 건강문제에 관심이 많을 텐데, 복지환경이 열악한 종로구가 주민들의 복지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했는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주민들의 복지가 우선이라 생각했고 서민생활 안정이 항상 구정운영의 역점 분야다. 그래서 2007년 사직동에 종로문화체육센터 개관을 시작으로 노인종합복지관과 청운실버센터를 건립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매월 마지막 주 중 하루를 ‘종로복지의 날’로 정하고 복지포럼, 시설방문, 나눔 행사 등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다.

또 직원들의 복지비 중 1인당 20만 원을 반납하고 해외여행 경비와 축제 비용 등을 삭감해 23억 원의 예산을 확보, 복지 예산에 쓰고 있다. 2004년에 설립한 종로장학회는 현재까지 1,200여 명의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모두 20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지행정 분야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얼마 전에는 공직자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상명대 명예행정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한양대 사회복지학 석사에 이어 박사 코스를 밟고 있으며, 내년쯤 복지행정에 대한 논문을 쓸 계획이다.

7개월 정도 남은 임기 동안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직도 종로에는 숨어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가 산재해 있다. 이러한 것들을 잘 엮어서 문화와 관광이 하나가 되는 문화 인프라 구축에 힘쓸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사업들을 선명하게 윤곽을 잡고 확실하게 틀을 갖춰놔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꾸준히 해나가겠지만 한두 가지도 아니고,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가장 애매한 것은 계획을 세워도 내년에 구청장이 바뀌고, 그 구청장이 계획을 추진하지 않으면 시간만 허비하는 것 아닌가. 구청장이 관심 가지고 밀어붙여야 국장·과장도 하는 것이지 구청장이 관심 가지고 챙기지 않으면 밑에 사람들도 흐지부지한다.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 young@sctoday.co.kr
정리 및 사진-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