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궁궐 덕수궁의 색다른 만남,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展 개최
도심 속 궁궐 덕수궁의 색다른 만남,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展 개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9.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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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야외설치 작품, 고종황제 서거 및 3·1운동 100주년 역사의 재해석
전통과 현재 융합으로 새로운 미적 경험 제공

덕수궁 주변 新셀카존 탄생을 알리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덕수궁 주변에서 현대 건축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展을 개최한다.

도심 속 궁궐 덕수궁의 만남에 주목되는 전시로 오는 5일부터 시작해 내년 4월 5일까지 이어진다. 덕수궁 내(광명문, 함녕전 앞, 중화전 앞, 석조전 분수대 앞)및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미술관 마당 등 야외공간에 작품들을 설치한다.

▲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展 참여작가 모습

스페이스 파퓰러(라라 레스메스, 프레드리크 헬베리)ㆍCL3(윌리엄 림)ㆍ뷰로 스펙타큘러(히메네즈 라이)ㆍOBBA(곽상준, 이소정)ㆍ오브라 아키텍츠(제니퍼 리, 파블로 카스트로) 등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5팀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올해는 고종황제의 서거와 3·1 운동이 있던 1919년으로부터 100년이 지난해다. 대한제국 시기에 가졌던 미래 도시를 향한 꿈을 주제로 현대 건축가들이 시각적 해석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선보인다.

3일 오전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展 개최를 앞두고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광명문에 설치 된, 스페이스 파퓰러의 <밝은 빛들의 문>

이번 전시를 준비한 이지회 학예연구사는 “근대유산이 생동하는 현재로서 존재하는 의미를 찾고자 했다”라며 작가 선정에 대해“‘개항’과 ‘근대화’로 역사적 맥락을 같이하는 아시아 주축의 건축가들에게 전시작품을 의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들은 한국의 근대문화유산을 배경으로 역사적 특징까지 고려해 독특한 공간 특성을 구현했다”라고 덧붙였다.

전시 동선은 덕수궁 대한문으로 들어와 만나는 광명문에 스페이스 파퓰러 작품이, 함녕전 안뜰전역에 CL3 작품, 중화전 앞마당에서 OBBA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석조전 앞 정원에는 뷰로 스펙타큘러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국현 서울 미술관 마당에선 오브라 아키텍츠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스페이스 파퓰러(라라 레스메스, 프레드리크 헬베리)가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세계 여러 곳을 무대로 활동해온 스페이스 파퓰러(라라 레스메스, 프레드리크 헬베리)는 덕수궁 광명문에 <밝은 빛들의 문>을 선보인다. 광명문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설치한 스크린은 빛을 내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가상의 공간을 연출한다.

작품에 대해 스페이스 파퓰러의 라라 레스메스 작가는 “과거 스타일과 미디어와의 연결 고리를 찾고자 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단청에 영감을 받았다”라며 “문화적인 코드를 찾아 미디어와 관계하는 시간의 연결고리를 불러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에는 스타일 변화가 천천히 이뤄졌지만, 미디어를 통해 스타일이 발전되는 속도가 빨리진 점을 이해하고 연구해 작품에 반영했다”라고 덧붙었다.

프레드리크 헬베리 작가는 "유적지 안에 들어와 비디오 영상물의 설치로 건축적인 사고의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면서 "가상공간으로 주요 공간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착안해,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며 ”한국의 영상이나 기술 발전은 잘 알려져 있는데, (궁궐이라는)장소성이 가지는 특수성과 건축ㆍ도시ㆍ도심화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해당 작품의 영상은 전시 기간 내에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윌리엄 림이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을 설명하는 모습

궁궐의 내전, 고종황제의 침전이던 함녕전 앞마당에는 바퀴달린 가구가 6점을 설치했다. 홍콩 건축가 CL3(윌리엄 림)의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는 황실 가마와 가구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전통 가구과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라운지 의자, 20세기 서구에서 실험한 가구형태를 조합해 디자인했다.

윌리엄 림 작가는 “함녕전은 덕수궁 내에서도 개인적인 공간이다. 내적 공간의 중요성을 생각했으며, 안뜰 역시 역사적의미가 있다고 여겼다”라며 “가구를 설치해 황족의 라이프 스타일과 전통적인 문화는 어떠했을지 관람객들이 직접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전했다. 마당에 배치된 가구들에 관람객들은 직접 앉아 볼 수 있으며, 궁궐 행사에도 활용 될 예정이다.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에 앉아 있는 작가들 모습

덕수궁의 법전 중화전 앞은 과거 중화전 앞에서 열렸던 연향(궁중잔치)에는 가리개와 유사한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됐다. <대한연향(大韓宴享)>으로, ‘2018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건축부분(문체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OBBA(곽상준ㆍ이소정)의 작품들이다.<대한연향>은 오색 반사필름 만들어져, 사방에서 부는 바람에 춤추듯 흔들리고 빛 반사를 통해 화려한 색 그림자 만들어 매 순간 변화된 풍경을 제시한다.

▲OBBA(곽상준ㆍ이소정)이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OBBA의 이소정 작가는 "덕수궁에 관해 공부하며 중화전 마당에 걸린 고종의 병풍을 봤다. 그 병풍은 조선 궁중 마지막 향연 때 사용했던 것이었다”라며 "향연이지만 기쁨보다는 조선의 불투명한 미래에, 슬픔이 가득한거 같았다. 역사적 배경과 상황을 생각하니 먹먹해졌다. 장소의 역사성과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부분을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사필름이 바람과 빛의 충돌로 파편화되며 역사에 대한 기억을 환기와 대한민국의 안녕을 염원하는 뜻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OBBA의 작품은 빌딩 숲에 둘러싸여 있는 궁궐, 궁내에 동양식 목조 건물과 서양식 석조 건물이 있는 등과 같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준다. 작품 내부에는 조명이 켜지게 설계했다. 따라서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볼 수 있어, 덕수궁 내 새로운 셀카존의 탄생을 알렸다. 

▲<대한연향>이 설치된 모습. 야간에는 빛을 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다

석조전 분수대 앞에는 계단 모양의 설치물이 설치됐다. 계단은 수백 년 동안 먼지가 쌓여 만들어진 단층처럼, 수 세기 후 지면과 우리와의 수직적 상승의 관계를 보여준다. 2014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대만관의 대표작가인 뷰로 스펙타큘러(히메네즈 라이)의 <미래의 고고학자> 작품이다.

히메네즈 라이 작가는 “고고학은 기본적으로 땅과 연계된다. 고고학의 첫 번째 행위는 땅을 파는 행위에서 시작된다”라며 “매해 우리가 전혀 생각하고 않는 먼지들이 쌓여서 몇 mm 씩 그 깊이가 쌓이기 때문. 2000년 전 로마유적지의 경우 6M까지 파 내려가야 한다. 몇 세기 후 고고 학자들이 우리가 살고 있던 땅과의 관계를 보면 ‘지하’와 같겠지만, 2019년과 앞으로 미래는 제 작품과 같이 ‘하늘’과 ‘공중 떠 있는 것’과 같이 보여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메네즈 라이가 <미래의 고고학자>를 설멸하는 모습

그는 또 "과거의 켜가 쌓여 미래가 되는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미래는 얼마나 빠르게, 어느 높이까지 올라 수 있을지 작품을 통해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미래의 고고학자>는 9월 10일 이후 1층이 더 높아진다. 관객은 작품관람과 동시에 계단에도  올라갈 수 있어, 새로운 시야로 덕수궁을 바라 볼 수 있다.

오브라 아키텍처 작가의 <영원한 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설치된다. 120㎡(약 36평) 초대형 파빌리온 온실로 오는 11일 공개한다. 반구체 설치물들 1919년 3‧1운동, 1980년대 민주화 항쟁 등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움직임을 ‘프라하의 봄’ 등 역사적 사건과 연결 시킨 작품이다.

<영원한 봄>을 통해 작가는 온도 항상성을 유지하는 온실을 통해 오늘날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르는 기후변화의 사회적 영향에 화두를 던진다.

▲오브라 아키텍츠의 <영원한 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서 설치된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외에도 전시기간에 중 큐레이터와 건축가들의 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오는 27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을 기념한 미술관 장터 ‘국립현대미술관x마르쉐@’가 <영원한 봄> 파빌리온 내․외부에서 열린다.

한편 5일 개막을 앞둔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展은 고궁에서 즐기는 현대미술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지난 2012과 2017년 에 열린 시리즈 전시다. 2019년 전시는 건축이라는 주제가 덧붙여졌으며 지난해 덕수궁관리소와 격년제 정례전시 협약을 맺고 공동주최로 처음 열린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