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ㆍ샹들리에ㆍ바버 숍, 고급 호텔을 품은 문화역서울284
스파ㆍ샹들리에ㆍ바버 숍, 고급 호텔을 품은 문화역서울284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1.0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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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사회’展 개최, 근대 문화접변 공간 ‘호텔’의 역사적 의미ㆍ여가ㆍ유흥문화 살펴

문화역서울284는 시민이 머물 수 있는 공간, 대중과 가까워지기를 시도한다. 드라마나 매체 등에 여러 차례 노출되며 비교적 친근한 공간으로 인식돼온 ‘호텔’이 전시의 주제이다. 문화역서울284는 호텔로 변모했다. 사료를 참고하면서도 일부 변화를 줘 공간에 상응하는 가구부터, 호텔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중고 가구나 손 때 묻은 식기 등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예술가들이 재해석한 작품과 색다른 체험이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호텔사회 Hotel Express 284’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기획전시이다. 문화역서울 284 전관에서 진행되며, 건축ㆍ설치ㆍ사진ㆍ영상ㆍ그래픽 디자인ㆍ회화ㆍ퍼포먼스ㆍ현대음악ㆍ다원예술 분야 작가 약 50명이 참여했다.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중앙홀)(사진=문화역서울284)

지난 8일 전시 개막을 앞두고 문화역서울 284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시장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사업담당 전미현 팀장은 “호텔은 근대 철도교통의 발전과 물류 이동 등의 현실적 요구로 만들어졌고, 교통 중심인 역 중심에서 시작됐다”라며 “중앙역인 경성역 주변에는 호텔이 많아 이번 전시에 당위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호텔은 문화접변의 상징적 공간이고, 호텔에서 이뤄졌던 여가ㆍ유흥ㆍ의식주 문화를 전시에 담았다”라며 전시에 관해 “호텔의 문화 도입과 확장을 보여주고 근대문화 등과 관광문화 대중화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880년대 근대 개항기에서 현재까지 호텔이 지닌 생활문화플랫폼으로서의 다층적 면모들을 소개한다. 호텔이 우리 삶에서 지니는 의미와 영향력을 생각해보고, 먹고ㆍ마시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융합의 장소로서의 호텔을 체험해볼 수 있다. 전시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문화예술의 보급로 역할을 했던 주요 호텔과 협력으로 진행돼 의미를 더한다.

▲오아시스 풀·바·스파의 공간이 생긴 3층 대합실, 바 체험모습

붉은색 계단과 커튼으로 장식된 중앙홀은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가 돼, 호텔로 진입하는 로비로 탈바꿈했다. 우연한 만남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착안했으며 계단 후면에는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복식을 통해 호텔의 사회문화적 코드를 공유하고자, 전시의 스태프들과 프로그램 참여 배우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슈트 형식의 복식(도어맨ㆍ벨맨 등)과 악세사리를 착용해, 관객은 실제 호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3등 대합실은 오아시스 풀·바·스파의 공간으로 변했다. 젊은이들의 유흥이나 가족을 위한 여가 장소였던 호텔 야외 수영장 및 호텔 온천 사우나를 옮겨 놓았다. 작가들이 재해석한 도심의 휴식처 호텔 수영장을 만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서측복도의 우측은 건물 외부로, 좌측은 부인대합실과 역장사무실로 이어진다. 해당 공간은 '호텔 정원'으로 재해석했다. 여러 식물 수종들이 설치돼 포토 존을 연상시며 간단한 다과 및 애프터눈 티를 서비스하는 퍼포먼스에 참여할 수 있다. 호텔의 정원 공간은 호텔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식처인  동시에 그것을 가능케 한 힘들의 약탈적 성향을 드러내는 곳이다. 

▲서측복도에서 5인 작가의 평면 작품과 호텔 가구를 선보인다

윤율리 아트디렉터는 해당 공간의 작품 샹들리에에 관해 “작가의 신작으로 이탈리아 공방에서 만든 정교한 카피 본으로 만들었다. 하얀색은 사카린ㆍ노란색 공업용 다이아몬드로 코팅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통로 공간에는 걸린 회화작품에 관해 “호텔 정원은 유력한 오너 가문의 진열장과 같았기에 초기 미술관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5인의 작가가 공간에 적합한 작품으로 공간을 재해석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바깥쪽을 이어지는 공간은 일종의 실외 공원으로 꾸며졌다. 해당 공간에 관해선 “이강혁은 사진가가 역사적 가치를 지닌 서울의 대표 호텔들을 방문해(혹은 침입해) 실내 조경을 기록했다. 허락받지 않은 외부인이 그 공간을 본다면 다른 의미가 생길 것”라고 말했으며 우지영 작가의 대리석 욕조 작품에 관해선 “베르사유 궁전에 조성되어 있는 라토나 분수대를 한국적 재료로 재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공간에선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구 서울역사는 근대 유럽에서 최초의 ‘취향 상품’으로 개발된 공간이며, 식민 피지배의 역사를 되짚는다.

▲호텔 '야외 공원' 재현 모습

1·2등 대합실은 여행ㆍ관광 안내소가 되었다. 한반도 교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구 서울역의 공간에서 철도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던 호텔과 근대 여행문화에서 출발, 과거 국제적이었던 경성역과 다가올 시대에 국제역의 기능할 서울역의 미래를 살핀다. 특히 개화기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호텔 비즈니스의 변화 형태를 살피는 ‘호텔사회’ 여행안내소를 배치해 관객의 역사적 이해를 돕는다.

격식과 예의ㆍ시각적인 정갈함을 중시한 이발소(바버 숍)도 재현됐다. 이발소는 호텔의 필수공간이다. ‘이발사회’를 통해 조선 후기 남성 사교의 장이자 문화공간인 이발소를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볼 수 있다. 사전예약으로 진행되는 바버 문화 체험을 통해, 12팀 바버들의 화려하고 개성 있는 바쁜 손놀림을 볼 수 있으며, 시대의 품격도 상상할 수 있다.

▲‘이발사회’에서 바버 문화 체험 모습

실제 호텔들의 사료를 통해 한국 호텔의 관광산업과 새로운 문화의 유입을 살피는 ‘호텔사회 아카이브’ㆍ1960년대에 시작된 호텔 극장식당을 모티브로 공연과 식문화에 끼친 영향을 알아보는 ‘그릴 홀’ㆍ호텔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자 개인의 사적인 공간 ‘객실’도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번 전시는 역대 최대 관객인 35여만 명을 동원한 ‘커피사회’(2018. 12. 20 –2019. 03. 03)展에 이어, 문화역서울 284가 대중과 조금 더 가까워 질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시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호텔로 변모한 문화역서울 284에서 호텔에서 펼쳐지는 해프닝을 퍼포먼스와 공연으로 구성한 ‘살롱 도뗄 Salon d’hôtel-감독: 윤한솔’ㆍ호텔 속 음악체험 ’에이-멜팅 팟 A-Melting Pot’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호텔에서 실제 사용된 식기를 선보인다

지난 8일부터 개막한 전시는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프로그램 체험은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로 참여가 가능하다. 자세한 정보는 문화역서울 284  누리집(www.seoul284.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