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2019년, 가장 좋았던 무용 작품 10개
[이근수의 무용평론]2019년, 가장 좋았던 무용 작품 10개
  •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3.13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경영학박사

한 해 동안 보았던 무용공연 중 올해의 작품 10개를 골랐다. 모두 서울문화투데이 무용평론칼럼에 리뷰를 실었던 작품들이다. 2015년 시작되어 6년 째 이어지고 있는 작업인데 연말에 좋은 작품이 집중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10개가 연중 고르게 분포되어있다. 작가 중심으로 분류해본다면 한국전통무용 1, 한국창작무용 3, 발레 2, 현대무용 4개다. 무용공연을 구성하는 중요요소인 무대(음악, 무대미술, 의상, 조명 등), 무용가(몸, 안무, 연출, 텍스트 등), 관객(경영, 메시지 전달, 완성도 등)을 모두 고려한 ‘무용요소별 10점 평가시스템’을 적용해서 7점 이상을 획득한 작품들을 골랐다. 공연순서대로 이들을 소개한다.

1월, 장은정 ‘매스?게임!’(1,26~27, 아르코예술 대극장)
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공연예술창작산실 무용부문 신작 아홉 개 중 하나다. “무용가들이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시대 속에서 혹사당하며 살아온 내 몸에 대한 반성”이라고 장은정은 서술한다. 단순히 몸에 대한 반성일 뿐 아니라 무용가의 몸에 빗댄 이 시대 한국의 예술풍토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읽혀진다. “존재는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 나만큼 꼭 그만큼 남도 소중하다. 이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장은정의 춤 세계가 더욱 깊어지길 기대케 하는 작품이었다.

4월. 장혜림, ‘제(祭)’(국립현대무용단, 3.29~31, 자유소극장)
국립현대무용단이 2017년부터 진행해온 스웨덴과의 ‘무용커넥션 II’에서 보여준 작품이다. 노동자들이 작업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시간과 작업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의 희생을 번제(燔祭)에 비유하여 노동의 소중함을 부각시키고 노동시간 자체가 신에 바쳐지는 경건한 소산물임을 일깨워준다. 탄탄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의상과 소도구, 역동적 안무와 자연스러운 드라마트루기 능력을 확인시켜준 수작이었다.

4월. 김남용, ‘하나 되는 꿈’(한국무용제전, 4.17, 아르코예술 대극장)
‘통일을 위한 하나의 춤-원무(圓舞)’라는 페스티벌 주제에 충실하면서 주제를 시각화하고자 한  안무가 돋보인다. 춤이 많은 것이 작품의 장점이고 양용준의 음악과 조정문의 의상이 춤과 앙상블을 이루면서 전체적으로는 미니멀한 정조(情調)를 만들어주고 이러한 미니멀 함이 주제 에 부합하면서 높은 완성도를 실현한다. 자연의 소리에 순응하는 듯한 무대가 편안한 분위기로 이끌어주고 남북이 하나 되는 꿈이 이루어질 날을 기다리게 만든 진지한 작품이었다.

7월. 허용순, ‘Imperfectly Perfect'(유니버설발레단, 6.29~30, CJ 토월극장)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세계초연무대를 꾸며준 ‘Imperfectly Perfect'의 주제는 사람들 간의 관계, 즉 인연의 형식이다. 수많은 만남을 거쳐 오면서 남들과의 관계에서보다 자신과의 만남에서 완성을 찾아야한다는 메시지가 읽혀진다. 인연의 다양한 형식을 표현하기 위해 알바 노토 등 적합한 음악을 선택하고 흐르는 음악처럼 자연스럽게 인연 줄을 풀어가는 연출이 섬세하다. 뒤셀도르프 무용수들과 유니버설발레단과의 춤 조화가 잘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7월. 국립현대무용단, ‘쌍쌍(Ssang Ssang, 7,19~21, CJ 토월극장)
국립현대무용단이 스페인 안무가인 마르코스 모라우(Marcos Morau)를 초청하여 안무를 맡긴  작품이다. 흰 꽃과 흰 부채, 무용수들이 쓴 검정색 갓은 한국적인 동시에 스페인식이기도 하다. 한국적 가락의 배경음악은 서양음악과 절묘하게 결합되어 제3의 음향을 창조해낸다. 무용수들이 쌍쌍으로 보여주는 동작들을 통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사실의 나와 외부에 비쳐지는 모습, 이상과 현실과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연출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10월. ‘미나 유’의 ‘구토’(9,21~22, 국민대 예술대극장)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가 원작이다. 인간존재와 본질에 대한 회의를 미나 유는 자신을 향해 던지고 절망적인 한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것인가를 보여준다. “예술은 끝까지 남아 자신을 구원할 뿐 아니라 자기희생을 통한 배려로서 완성된다.“는 메시지가 소중하다. 2017년 초연 후, 다시 무대에 오른 2019년 판 ‘구토’는 미나유의 관심이 무용가와 사회문제를 뛰어넘어 더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 준 수작이다.

10월, 정영두의 ‘새벽’(9,26~29, LG 아트센터)
LG아트센터와 LDP가 공동 기획한 ‘트리플 빌’ 세 작품 중 하나다. ‘춤은 음악이고 무용은 시(詩)’란 명제가 잘 들어난다. 희뿌연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는 미명의 시간, 먼 데서 울려오는 종소리와 함께 여명이 터 오른다. 선(zen)의 세계에 빠져들 듯 고요한 음악이 낮게 깔리고 부드러운 움직임이 리듬을 탄다. 아침에서 한낮으로, 어스름한 황혼을 지나 다시 어둠으로 회귀해가는 시간의 소중함과 생명의 고귀함을 수묵화처럼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11월. 국립발레단의 ‘호이랑’(오페라극장, 11,6~10)
국립발레단이 ’왕자 호동‘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창작 드라마발레다. 발레단 솔리스트며 2017년 전막 발레 ‘허난설헌-수월경화’를 안무한 강효형이 안무했다. 17세기 초엽, ‘이괄의 난’이 역사적 배경이고 늙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징집에 응한 남장 여성 ‘랑’의 이야기가 대본이다. 남성군무를 중심으로 한 전투 신외에도 마을 사람들의 축제, 병사들의 귀환을 환영하는 남녀 군무 등 많은 춤과 결혼식에서의 화려한 디베르티스망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12월 변재범의 ‘곳’(서울무용제, 11,24, 아르코대극장)
서울무용제에서 경연을 펼친 8개 작품 중 하나로 외줄타기 광대를 소재로 삼았다. 김민기의 시 ‘봉우리’가 작품의 텍스트다. 무대 좌우를 가로지르며 길게 늘어선 빨간 줄은 광대가 타고 건너가야 할 외줄을 상징한다. 줄 타는 광대처럼 조심스럽게, 긴장하면서 세상을 살아야한다는 메시지가 읽혀진다. 특정한 무용수를 내세우지 않고 군무를 위주로 하면서 고급스러운 무대를 만들어내고 음악, 조명, 의상 등이 조화를 이룬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12월 이철진의 ‘승무’(11,26, 풍류사랑방)
명륜동 성균소극장에서 100일 승무, 50일 승무이야기 등을 매년 공연하면서 전통 춤 보급에 진력하고 있는 이철진이 10년 만에 마련한 승무의 단독 무대다. 한영숙 류 승무의 특징은 남성적인 호방함에 있다. 충청도출신인 한성준의 활달함과 남성적 힘이 한영숙으로 이어지면서 빠른 춤사위를 더했다. 흰색 저고리와 바지, 흰색 장삼에 붉은 색 가사를 두른 전통적인 승무복장의 이철진이 한영숙 류 춤의 특징을 잘 살려낸 공연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