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7.지구별 여행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7.지구별 여행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0.03.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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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알제리의 작은 도시 이야기
▲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때가 때인 만큼 여행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재앙을 겪고 있는 요즘이다. 평범했던 하루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공공도서관에 널린 서적을 마음대로 골라보거나 대형서점에 가서 새로 나온 책을 들었다 놨다 했던 때가 얼마나 행복했던 날들이었는가? 이런 일상이 그립기 그지없다. 최근 코로나19로 외부일을 축소시키면서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를 읽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까뮈의 대표작 ‘이방인’은 읽었으나 페스트는 최근 라디오 청취 중 우연히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세기를 거슬러 현재의 모습과 흡사한 부분이 많기에 공감을 하며 책장을 넘긴다.

“사실 재앙이란 모두가 다 같이 겪는 것이지만 그것이 막상 우리의 머리 위로 떨어지면 여간해서는 믿기 어려운 것이 된다.”알베르 카뮈 <페스트> 中

알제리의 아름다운 해안가 오랑을 배경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이 평범했던 작은 도시에 죽은 쥐들이 발견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행정당국은 전염이 돌기 시작한 초반에도 몹쓸 전염병이라는 것을 믿지 않으며 회피하는 모습이 매우 무책임하게 표현된다. 또 정부의 공식 발표에도 남의 일인양 무감각하게 소비를 일삼는 시민들의 비현실적인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단 하루 동안 6231마리의 죽은 쥐를 소각하는 기사를 접하며 흑사병의 문턱이 가까워져오는 극한 사태에 이르자 시민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도시가 봉쇄되며 발이 묶이게 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전염병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마비된다. 언제 죽어 나갈지 모르는 죽음의 기로에 놓였을 때, 모두가 피해자이며 모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현실을 받아드렸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공동의식을 갖고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시작하게 된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부조리한 상황, 이런 비참함속에서도 알뵈르 까뮈는 깨알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결국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의식으로 시작하여 공동의 의식으로 전환됨을 보여주는데 패스트를 이겨내려는 소설적 화자 리유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단순히 위기를 넘기고자 하지 않았던 근면성실한 공무원도 등장하고 인간에 대한 권리를 강조하며 패쇄 된 도시를 탈출하고자 하는 개인주의적인 신문기자의 모습도 엿보인다. 또 모든 재앙을 신의 형벌로 여기며 종교로 돌아가려는 종교인도 그려진다. 매일 시체가 쌓여 나가고 언제 감염이 될지 모르는 죽음의 노출 속에서도 과거를 은폐하려는 범죄자도 나오고 약삭빠르게 장사를 하며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도 그려진다. 물론 페스트가 퇴치되고 알제리의 작은 도시 오랑시는 다시 평화가 찾아오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인간의 한계는 죽음이 아니라 살아감을 회피하는데 있다. 살아가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될 때 절망과 극한은 희망과 확실이 된다. 알뵈르 까뮈는 책속에서“자신이 맞닥뜨린 불행에 굴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성실하게 싸워나가는 것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태도”라고 강조한다. 몇 달 동안 우리가 겪는 코로나19를 만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그동안 접한 많은 기사와 속보가 생각이 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교차되며 연상이 되었다. 역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답게 세기에 걸친 명작을 내놓은 것은 사실임에 틀림이 없었다.

1947년에 발간된 고전 문학속 페스트상황과 우주를 가는 현시대 코로나19사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감염병은 철저히 감금병이다. 시간과 공간, 모든 소통을 금해야하고 멀쩡했던 인간의 관계를 바이러스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드는 질병이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인간세계에 철저하게 파고들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체적, 심리적 위축이 되는 두려움의 질병이다. 바이러스는 개방적일 때 전염되지만 인간의 관계는 점차 패쇄적으로 만든다. 갑자기 감염자가 되고 격리 단절되는 것을 넘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극한 두려움을 갖게 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공동체의 비극을 이겨나가는 모습은 페스트사태나 코로나19사태나 직면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각 사람의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하거나 선의의 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자극적인 이야기만을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교묘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시국의 불안과 공포를 이용하여 경제적인 이윤을 남기려는 장사꾼도 속출한다. 사람이기에 겪는 다양한 행위들. 이 또한 현재 우리를 보여주는 잔상들이다. 지금은 힘을 합쳐서 이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 비극을 남의 이야기로 그려낼 때가 아니다. 같은 운명에 처한 사람들끼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잡고 나가야 한다. 감염을 염두에 두어 사회적 거리를 두는 대신 공동체 의식을 갖고 21세기 페스트, 코로나19와 싸워야 한다. 고전문학치고 현시대를 매우 반영하는 내용이었다.

페스트: (독일어: Pest) 엔테로박테리아의 일종인 페스트균에 의해 발병하는 치명적 전염병. 콜레라, 황열과 함께 세계보건기구에서 집중 주시하는 검역 전염병임.
흑사병, 쥣병 (위키백과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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