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 '만남 50년' 잔칫상 받아
이어령 선생, '만남 50년' 잔칫상 받아
  • 정혜림 기자
  • 승인 2009.11.27 22: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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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립극장서 김종규 삼성출판사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등 희수(喜壽) 맞은 이어령 선생 헌정 자리 마련해

27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이어령(75) 전 문화부장관의 저술활동 50주년을 기리는 '만남 50년'이 열렸다.

▲ '만남 50년'의 모뉴망 전달받은 이어령

이어령, 그는 우리에게 누구였나.

이어령 선생은 1955년 '이상론(李箱論)’을 발표하며 평론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1959년 '저항의 문학'으로 등단하여 '문화의 바람'을 일으킨 이어령 선생은 시대를 아우르는 혜안으로 세상을 찍어 문장으로 남겨왔다.

1960년대 초 출간된 '흙속에 저 바람 속에'는 40년 동안 250만 부 이상 팔렸으며 ‘축소 지향의 일본인’은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숱한 명저를 내놓았다. 이후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디지로그’(2006), ‘젊음의 탄생’(2007),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2008), ‘생각’(2009)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160여 권을 발표하며 젊은 독자층까지 사로잡았다.

▲ 춤추는 노름마치들의 '터벌림'으로 '만남 50년'의 문을 열었다.

▲ 안무가 국수호는 이어령 선생의 열정을 고스란히 옮긴 신무(神舞)를 선보였다.

▲ 부인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이어령 선생

이에 현재 이어령 선생의 저서를 출간하는 금성출판사, 동화출판사, 문학사상사, 민음사, 삼성출판사, 생각의나무, 웅진씽크빅, 푸른숲, 현암출판사 등 9개 출판사와 독자들이 이어령 선생의 저작에 경의를 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50년, 당신의 글로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이어령 선생의 희수(喜壽)도 함께 기념한 '만남 50년'은  춤추는 노름마치들의 '터벌림' 무대로 시작됐다. 우리 시대의 대표 지성, 이어령 선생의 50주년을 축하하고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종규 삼성출판사 회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등이 참석했다.

또 임권택 감독, 김남조 시인, 이근배 시인, 문정희 시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등 문학 각계 인사가 총집합해 자리를 빛냈으며, 이어령 선생과 함께해온 남녀 독자 등 600여 명이 함께했다.

현암사 대표 조미현으로부터 저서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의 '닭은 빛을 토할 뿐 울지 않는다' 구절이 적힌 모뉴망을 전달받았는데, 모뉴망은 조각가 이일호가 펜을 쥐고 있는 이어령 선생의 손을 본떠 만든 것으로 우리 시대 대표 지성을 향한 존경의 마음을 담았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어령 전 장관님과 이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감사드린다'며 경의를 표했다.

나라현립대학 명예총장으로 위촉

이어 이어령 선생을 일본 나라 현에서 세운 현립대학 명예 총장으로 추대하기 위해 방문한 일본 나라현의 지사 아라이 쇼고(荒井 正吾)가 참석, 유창한 한국어로 '저술 활동 50주년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아라시 쇼고 지사는 '이어령 선생이 나라현 현립대학 명예학장이 된 것은 나라현뿐만 아니라 일본 전체에게도 영광'이라 말하며 추대의 뜻을 공표했다.

▲ 일본 나라현 지사 아라이 쇼고(왼쪽)가 참석, 이어령 선생을 일본 현립대학 명예 총장으로 추대했다.

안숙선이 이어령 선생의 근작 시를 판소리로 불렀다.

77세의 영원한 청년이자 우리 시대의 창조적 아이콘, 이어령 선생에게 바치는 오마주도 있었다. 안무가 국수호는 신무(神舞)를 펼쳐보였고 국악인 안숙선은 이어령 선생의 근작 시를 판소리로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시인 김용희는 '이어령을 읽는 겨울밤'을 헌시하며 학창시절 자신의 은사였던 이어령 선생과의 일화를 꺼내놓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이 맨 앞자리에 앉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로 언제나 열정적인 강의를 해주셨다며 장내를 웃음으로 물들였다.

▲ 독자들을 대표하여 헌사한 '춤추는 생각학교'의 어린이 독자 김민지 양(10)

이어령 선생의 글을 사랑해온 독자들을 대표하여 '저항의 문학' 초판본을 소장한 독자 김순희 씨와 '춤추는 생각학교'의 어린이 독자 김민지 양이 헌사를 낭독했다. 김민지 양은 헌사에서 '이어령 선생님은 어린이책을 낸 것이 가장 보람 있다고 하셨지요. 선생님의 <춤추는 생각학교>를 읽고, 더 많은 어린이들이 선생님의 생각 유전자를 이어받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 이어령 선생은 '감사드려야 하는 자리인데, 오히려 가슴 졸이며 안절부절 못했다'다며 청중을 웃겼다.

"나는 크리에이터(creator)로 불리고 싶다."

이어령 선생은 '인생을 혼자서 걷고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동행자와 반세기를 함께 해왔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며 '반세기 동안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도 한 번도 이 말을 못했다. 아주 진부하고 상투적인 말이지만 '감사합니다'란 말을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정말 송구스럽다. 숱한 국가 행사를 해오면서 1초의 지루한 틈만 있어도 용서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정말 지루하다'며 '나를 위해 성의껏 하려다 이렇게 됐으니 사과 드린다'고 말해며 참석자들의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평론가ㆍ교수ㆍ칼럼니스트ㆍ장관 등 수많은 직업 가운데 하나만 택한다면 '나는 크리에이터(creator)로 불리고 싶다'며 앞으로도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책전유격(冊典遊擊)'를 선보여 장내의 흥을 돋웠다.

이날 행사는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이어령 선생을 위해 만든 사물놀이 '책전유격(冊典遊擊)'의 흥겨운 공연으로 마무리 되었으며,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분'이라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축사처럼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시간이 되었다.

▲ '만남 50년'을 빛내준 김종규 삼성출판사 회장, 아라이 쇼고 지사 등과 기념 촬영

서울문화투데이 정혜림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