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최우수상 수상자 인터뷰] 유홍숙 한복문화학회 인천지회장 “외국인이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인천공항 주변, 한복박물관 조성되길”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최우수상 수상자 인터뷰] 유홍숙 한복문화학회 인천지회장 “외국인이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인천공항 주변, 한복박물관 조성되길”
  • 인터뷰·정리/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10.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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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의 관심에 따라 한복에 관한 지원 천차만별...한복 입는 날 지정해야
고위 공무원일수록 공식 석상에서 한복 입은 모습 자주 노출돼야
인천, 전통문화에 좀 더 관심 둔다면 국제도시 색을 입힐 수 있어
힘닿는 데까지 일하고파...원색ㆍ곡선미 살린 전통 한복의 美, 세계에 알릴 것

혜원 신윤복의 작품 중 대중에게 잘 알려진 ‘미인도’, 작품을 보면 조선 시대 여인의 아름다움과 한복 특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여인의 다소곳한 자세와 정돈된 옷매무새는 한국의 곡선미를 보다 두드러지게 한다. 하지만 현 시대적 시각으로 작품 속 소매가 좁고, 가슴이 보일 듯 짧은 삼회장저고리ㆍ발밑까지 길게 늘어트린 치마를 입은 여인을 보면 “생활에 불편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된다.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전통 한복’은 조선 후기 풍속화로부터 각인된 것이다. 전통은 변화와 재생산의 과정을 거쳐 전승돼 왔다. 시대가 바뀌고 있고, 우리 옷도 다양한 변화를 거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통 한복’의 고유미를 지키면서도 한복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힘써온 이들이 있다. 그 주인공 중 한 사람이 한복문화학회 유홍숙 인천지회장이다. 

유 지회장은 무형문화재 박광훈 선생에게 전통복식ㆍ무형문화재 김혜자 선생에게는 손누비를, 또한 여러 명인에게도 전통 침선기법을 사사했다. 조선 시대 의상과 무덤에서 나온 복식을 재현했고, 대학에서 전통 의복 이론까지 배운 이른바 정통파 한복인이다. 현재는 조선조 25대 임금 철종의 복식에 대한 연구 및 재현도 진행하며 전통복식 보존에 힘쓰고 있다.

▲ 유홍숙 한복문화학회 인천지회장이 '한복 문화'활성화 방안에 관한 견해를 밝히는 모습

그는 1999년부터 국내뿐 아니라 중국ㆍ러시아ㆍ미국 등 세계무대에서 전시회와 패션쇼를 여러 차례 개최했다. 외국인이 많이 오가는 공항철도 역무원의 근무복과 2018년 평창 올림픽 관광안내사의 유니폼 등을 전통한복의 디자인으로 응용 제작해, 전 세계에 ‘전통 한복’의 미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아울러 대학과 기관에서 전통복식에 관한 학과와 연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통복식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 ‘단하 문화연구반’을 개설해 침선 및 규방 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유 지회장은 40여 년간 전통 의복의 역사적 고증과 세계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1회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최우수상 공예부문(한복)을 수상했다.

그는 정치가의 관심에 따라 전통문화의 정책 및 예산 등이 크게 좌지우지되는 경향을 지적한다. “전통문화예술 정책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정치가로 바뀌게 되면 잘 진행돼 온 사업들까지도 없앤다”라며 지자체에도 전통분야의 예산 분배를 주장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 지회장은 2008년 인천공항 주변 5분 거리인 영종도에 한복박물관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예산 등의 문제로 계획이 무산됐고,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복박물관의 설립은 잠정보류 중이다. 세계에 한국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올바르게 알릴 수만 있다면, 모든 열정을 쏟아 만든 자신의 작품 전부 기증하고 싶다는 유 지회장이다. 그러면서 광복절ㆍ설날 등 특별한 행사에서만큼은 고위 정치가가 한복을 꼭 입어야 한다고 고언한다. 한복 입는 날로 지정해, 공식 석상에서 한복 입은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면 자연스레 한복 입는 문화가 퍼진다는 것이다.

▲유홍숙 한복문화학회 인천지회장(가운데)과 김도영ㆍ강금숙ㆍ명영애ㆍ윤지연 한복 강사(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 지회장은 전통 그대로의 한복을 입고 생활하는 것은 어려우니, 현시대에 맞춰 실용적 형태의 ‘한복’을 입는 것은 찬성하지만, 일부 상술에 따라 한복이 왜곡ㆍ변형돼 한복만이 갖는 고유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우리의 옷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사명감으로 단 하루도 쉬어보지 못했다며 바느질로 투박해진 손을 보여주는 유홍숙 지회장. 끝까지 지치지 않고 ‘전통한복’ 만드는 법을 보존ㆍ전수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를 만나 한복 부흥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11회 서울문화투데이 최우수상 공예(한복) 수상을 축하드린다. 이후 주변에서 어떤 반응들이 있었나.

수상 소식을 듣고 많은 분이 축하해 줬다. 이후 코로나19가 터져 전화상으로 축하를 받았다. 서울문화투데이에서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수상 기사를 보고 ‘한복 문화’를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관한 문의도 왔다.  

전통복식을 연구를 위해 서울시 무형문화재 박광훈 선생에게 전통복식을, 무형문화재 김혜자 선생에겐 손누비를 사사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전통 복식연구에 천착하게 된 계기와 여러 스승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한 회사 총무과에서 근무했다. 동생들이 많았고, 동생들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고향인 김포에서 직장을 다녔는데 무리를 해 급성 늑막염이 왔다. 약 때문에 위까지 망가져 직장을 다닐 수가 없게 됐다. 이후 인천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당시 화려했던 동네, 동인천이 눈에 들어왔다. 동인천역 맞은편에 ‘백조한복’이 있다.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학원으로, 한복한원은 그곳 뿐이었다. 1977년 학원 문을 두들기게 됐다. 당시는 학원에서는 제도나 강의 없이 바로 실기를 배울 수 있었다. 수강생 대부분은 나이 든 수강생들이었고 아가씨는 나뿐이었다. 그들과는 다르게 진도가 빨랐던 나는, 원장의 눈에 들었다. 당시 원장이 혼자 학원을 경영하다 보니 손이 모자랐고, 한복을 배운지 3개월쯤 수강생을 지도해 보라는 제안했다.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주먹구구식으로 강사 일을 시작했다. 지도받은 내용을 즉각적으로 수강생들에게 가르쳤다. 그 일을 하던 중 그곳에서 중매까지 해줘서 남편도 만났다. 1년 동안 작업과 강의를 하며 고생했지만, 정작 돈은 벌 수 없으니 남편이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 동생들 용돈을 주기 위해 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남편에게 한복 관련 자영업을 하고 싶다고 했고,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주변 반대도 있었지만 어렵게 가게를 열었다. 낮에는 한복을 판매하고, 저녁에는 원단을 꿰매고 짜는 생활을 이어갔다. 열심히 하다 보니 얼마 안 돼 대출금을 갚을 수 있었다.

▲한복 원단에 대해 소개하는 유홍숙 한복문화학회 인천지회장 모습

그 일을 7년 정도 하니 성대가 망가져, 혹이 생겼다. 과로를 많이 하다 보니 그랬다. 주변에서는 나를 사장님이라고 하는데 그 소리가 듣기 싫었다. ‘선생님’ 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2000년도에 무형문화재 박광훈 선생님을 찾아가 전통복식을 사사했다. 박 선생님이 명지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조효순 교수님을 연결해 줘, 10여 년간 이론 수업도 들었다. 무형문화재 김혜자 선생님은 무형문화재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경상도로 내려갔다. 나는 1박 2일로 2년 동안 수업을 들었고, 전국을 돌며 명장들의 수업도 들었다. 젊었기에 명장들만이 알고 있는 지혜를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아직도 전국의 여러 명장과 교류하며 수업을 듣고 있다. 또한 건국대학교 디자인 대학원 침선 전문가 과정도 수료했다. 그러다 보니 ‘궁중복식’을 내 나이에 비해 일찍 접할 수 있었다. 오래된 복식유물에는 잘 전해지지 않은 바느질 기법이 숨겨져 있는데, 그 독특한 기법을 배우고자 했다. 조선 시대 의상과 무덤에서 나온 복식 재현도 많이 해왔다. 직접 찾아다니며 공부를 해왔지만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2009년에 대한민국명인회 난모(제 236호 전통난모) 명인이 됐다. ‘난모 명인’으로 선정된 배경과 난모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옷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난모(煖帽, 暖帽, 방한모)는 의복하는 사람보다 적은 편이다. 난모는 쓰게 종류에서도 큰 복식 중 하나인데, 염색과정부터 하나하나 손도 많이 가고 밍크ㆍ수달ㆍ물개 털 등 들어가기 때문에 재료비도 많이 든다. 머리와 뺨을 보호하는 방한모로 풍차ㆍ휘향 남바위 등이 있다. 남바위보다는 풍차가 어렵고 풍차보다는 휘향이 어렵다. 바느질 기법도 각각 차이가 있어 섬세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머리에 맞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홍숙 지회장의 출토복식 유물복원 작업

‘인천 중구 생활문화센터’의 ‘한복나들이’ 운영뿐 아니라, 그동안 수많은 수강생을 가르쳐왔다. 수강생의 연령대는 어떠했고, 수업에서 수강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인천 중구 생활문화센터’의 ‘한복나들이’ 운영자는 현재 임기가 끝나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수강생들은 취미로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본인들이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강생 연령대는 20~50대까지 다양했다. 수강생들의 수업 니즈는 공방을 열거나 강사를 하고 싶어서 듣기도 했고, 민간 자격증 취득 목적ㆍ 취미 등으로 듣는다. 석사 졸업을 하고, 현재 한복 강사로 활동하면서도 내 수업을 듣는 수강생도 있다.

지금 가장 어린 수강생은 초등학교 5학년인데 우리 전통한복을 정말 좋아하고, 깊이를 잘 알고 있다. 요즘 아이들과 다르게 한복에 큰 관심을 두고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수업을 들으러 찾아왔는데 그냥 흘러가는 아이는 아니더라. 그 아이가 만든 한복을 영부인에게 소개하고 그 옷을 입게 하고 싶다. 

수강생들에게 수업하며 강조하는 부분은

수업마다 내용이 다양하기 때문에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각각의 방법, 중요 요소도 차이가 있다. 각각의 독특한 기법ㆍ전통적인 요소를 잘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징적인 부분 부분의 기술을 잘 익혀야 고유의 특성을 잘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것을 강조하면서도, 현대적 감각도 어느 정도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복문화학회 인천지회장으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은 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작년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1997년도 전통한복을 지키겠다는 목표로 (사)한복문화학회가 설립됐다. 경기ㆍ인천ㆍ부산ㆍ전주 등 전국 각지에 지회가 있고 회원도 100명이 넘는다. 그중에서 인천지회는 가장 크고 활성화됐다. 본회에서 학술대회를 진행해 참여를 해왔다. 학회지도 나오다 보니 실무와 학회를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 나는 인천지회장으로 학회 실무를 총괄한다. 회장은 2년씩 하는 임기제인데, 나는 여러 해 연임했다. 다음번에는 임기를 넘겨줄 것이다. 왕성하게 활동하며 회원들이 프로필이나 자료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회원들은 힘들어했지만, 전시나 패션쇼 등의 행사를 준비하며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천에는 ‘한복’ 관련 축제가 따로 없나?  

인천에서 진행돼 온 축제가 있었고, 그 행사를 내가 진행했다. 매년 열리는 종로한복축제에도 참여했다. 첫 회 축제 때 구청장을 도와 여러 일도 추진했다. 종로구는 한복축제를 거리 축제로 크게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를 보면 정치가의 정책에 따라 문화 정책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느껴진다. 정치가가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면 전통문화 행사도 중요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문화예술 정책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정치가로 바뀌게 되면 그동안 잘 진행돼 온 것들까지도 없애 버린다. 경기도에 한옥마을이 조성돼 있었는데, 구청장이 바뀌니까 다 없앴고 무형문화재 선생님들도 한옥마을에 상주할 수 없게 됐다. 참 안타깝다. 종로구 김영종 구청장은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아 보이고, 중요 자리에 참석할 때 꼭 한복을 입더라. 인천도 한복과 전통문화에 큰 관심을 두는 정책ㆍ행정가가 있었는데 현재는 바뀌어서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다.

▲유홍숙 한복문화학회 인천지회장이 '한복입기 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인천에서라도 한복문화를 활성화하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할까

인천은 국제도시다 보니 현대적 건물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전통문화에도 관심을 둔다면, 도시 고유의 색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전통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정치가들이 정계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현재는 예산 받기도 쉽지 않고, 관심도 많지 않다.

인천시에 특정과를 정해 전통분야의 예산을 분배할 수 있도록, 그 주장이 받아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코로나 19가 잠잠해지면 인천시에 직접 들어가 이 부분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예산을 넉넉히 달라고 제안할 것이다.

지난 2008년에는 한복박물관 설립을 추진했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박물관을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아직 박물관을 만들지는 못했다. 공항 주변 5분 거리에 외국인들이 갈 수 있는 마지막 코스로 한복박물관을 조성해, 전통복식을 포함 전통음식과 전통차 등을 우리 것을 전부 담아갈 수 있게 있도록 하는 공간으로 준비했다. 부평에서 오래 살았지만 이 일을 위해 영종도에 내 집도 마련했다. 인천에서만이라도 전통한복 문화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누군가 한복박물관을 만들고자 한다면 내 작품을 보여주고, 우리 것을 담아 갈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릴 것이다. 제대로 된 박물관으로 조성된다면 내 작품을 전부를 기증하고 싶다.

▲지난 2018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종로한복축제' 모습(사진=종로구청)

선생의 다양한 활동에도 한복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특히 결혼문화가 바뀌면서 한복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한복 문화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학회ㆍ본회 등을 통해 한복인들이 전통복식 알리기에 큰 역할을 해왔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정치적ㆍ정책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어른이 이날만큼은 꼭 한복을 입어야 하는 날이라고 지정하고, 공식 석상에서 한복 입은 모습을 자주 보여줘야 한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준다면 그에 대한 관심은 자동적으로 따라갈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부터 한복을 입지 않으니, 밑에 부인들도 한복을 입지 않는다. 내가 영부인이라면 한복을 자주 입을 것 같다. 그런데 현재 영부인은 한복인 집안인데도 한복을 잘 안 입는다.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니까 우리 옷을 자주 입어야 하고, 주요 행사에는 한복을 입으라는 말만 흘려도 한복 입는 문화가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한복은 원색이 아름답고, 전통적인 색인데 현재는 원색을 다 싫어하고 입지 않는다. 혼주들도 전부 어둡고 죽은 색상의 한복을 선호한다. 죽은 색상은 한국의 전통 색이 아니다. 우리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하지 않나? 처음 시도가 어려울 뿐이니 익숙해지면 원색 한복이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궁궐 주변이나 한옥마을 등에서 한복을 입는 이른바 ‘한복 입기 붐’이 일고 있다. 한복을 즐겨 입는 관광객들이 늘며 대중화 및 세계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는만 반면, 변형된 ‘퓨전한복’입어 ‘전통한복의 훼손이다’라는 의견도 있다. ’한복 입기’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돼야 할까

이 부분에 대해 나도 고민을 했고, 교수님들과도 의견을 나눴다. ‘변형된 한복을 입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변형된 한복은 상업적인 관점으로만 우리 옷을 바라보니 나온 것이다. 인기 있는 디자인이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디자인을 그대로를 따라가다 보니, 왜곡ㆍ변형된 한복의 범람 시대로 왔다. 그 의상들은 우리 전통 의상이 아니다. 사극이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복도 일부 변형됐지만 ‘퓨전 한복’은 변형을 너무 많이 시켰다. 그 옷에는 우리의 곡선이 없다. 변형하더라도 한복 고유의 미를 살리면서, 실용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것이 좋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나는 가게에 오는 손님이 변형된 한복을 원하면 한복 디자인의 원리를 설명하며, 손님을 이해시키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대중화ㆍ세계화를 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여성 가수(블랙핑크)가 한복을 입고 나와 크게 이슈가 됐다. 어처구니없는 옷을 입고도 ‘한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고, 디자이너까지 소개하더라. 한복 디자인의 일부만을 반영해 한복이라고 부르고, 세계화를 말하더라. 소위 한복 전문가라고 영상이나 매체를 통해 나오는 분들은 한복을 정석으로 배우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통 한복의 제대로 된 아름다움이 세계에 전달되면 좋겠다. 한류붐을 타고 아이돌이 한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옷을 입고 세계화를 하고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디자이너가 한복을 만들 때 옷맵시가 잘 반영된 한복을 만들면 좋겠다. 한복의 미적 요소가 더 많이 반영된 옷을 만들어, 그 옷이 한복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지난해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종로한복축제' 모습(사진=종로구청)

해외 여러 나라에서 우리 의상을 알리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중 문화창의산업박람회 문화전승상ㆍ한국·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국문화원 감사장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한복의 세계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이어갈 예정인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통 본연의 멋을 엿보이게 하고 싶다. 전통 의상의 색감ㆍ아름다운 곡선의 멋 등 한복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올바르게 알리고 싶다.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어떠한 계획도 세우긴 어렵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자녀들 집에 머물며 그 곳을 토대로 세계화에 일조하고 싶다. 공간 대여가 가능하다면 패션쇼도 열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추진하고 싶지만, 그 나라에서 초청을 해준다면 내 작품 대여도 얼마든지 해줄 의향이 있다. 제대로 된 작품을 기증해 세계에 한국의 미를 알리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앞으로도 우리 전통의상을 살리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 혼자만의 의지로는 어렵다.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많은 지원이 필요한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앞으로 내 건강만 허락해 준다면 이 일을 지속하고 싶다. 이 일을 40년간 이어오며 쉬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아파도 온종일 몸져누워 보지 않고 일에 매진해 왔다. 우리의 옷을 만드는데 나 자신이라도 늘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내 머리속에는 80살에도 이 일을 하고 싶다. 끝까지 지치지 않고 일할 것이고, 스스로도 전통 한복 만드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수강생들이나 회원에게 전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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