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 촉각으로 문화유산 해설… 서울시, 스타트업과 7종 공공디자인 개발
시각장애인에 촉각으로 문화유산 해설… 서울시, 스타트업과 7종 공공디자인 개발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0.12.1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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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아이디어로 생활불편 해결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 연말까지 현장 구현
딱지놀이하며 배우는 ‘명예도로명 알림 디자인’ 유치원, 동주민센터 등에 비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엘리베이터 바닥에 교통약자 우선탑승 유도 안내사인 등
시민 이용 편의 높이고, 스타트업엔 성장경험 제공… 매뉴얼 만들어 디자인 확산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서울시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로 7가지 ‘공공디자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올 연말까지 시설물, 시각매체, 콘텐츠, 서비스 등으로 완성해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경험ㆍ활용할 수 있도록 구현할 계획이다.

▲경복궁 점ㆍ묵자 촉각그림 관광카드 디자인(사진=서울디자인재단)
▲경복궁 점ㆍ묵자 촉각그림 관광카드 디자인(사진=서울디자인재단)

이번에 개발한 공공디자인은 서울시의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은 스타트업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개발해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사업이다.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크고 작은 불편을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접목한 공공디자인으로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시는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 기업이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 공공디자인 분야의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전문가 컨설팅, 특강 등을 지원한다. 

시는 지난 5월 창업 4년 이하 디자인 분야의 7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6개월 동안 디자인 개발을 함께 해왔다. 시가 위촉한 전문가 맞춤형 컨설팅과 멘토링을 통해 이들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의사결정 능력과 현장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새롭게 개발한 7개 공공디자인은 ‘경복궁 점묵자 촉각그림 관광카드 디자인’, ‘강동구 명예도로명 알림 디자인’, ‘큰 글씨 서울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비대면 도시체험 콘텐츠’, ‘빛을 활용한 심리안정 공공디자인’,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엘리베이터 디자인’, ‘자전거킥보드 겸용 거치대 디자인’이다.

‘경복궁 점묵자 촉각그림 관광카드 디자인’은 길 안내와 관광지 설명에만 집중된 기존 관광안내 자료를 벗어나 실제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다양한 자료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개발이 시작됐다. 스타트업 ‘냉이꽃’은 관광지의 실제 모습을 촉각그림으로 표현하고, 설명을 점자와 묵자로 표기해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자 등이 마음으로 상상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했다. 문화재청 경복궁 관리소와 협업해 근정전, 경회루, 향원정 등 경복궁의 문화유산을 3D 프린트를 활용한 적층형 인쇄 기법을 적용해 촉각그림을 디자인하고,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촉각그림과 점묵자 표기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강동구 명예도로명 알림 디자인’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명예도로명’을 활용하면 지역의 홍보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작년 은평구 백초월길에 이어 올해는 강동구를 대상으로 디자인 개발을 진행했다. 스타트업 ‘도트비’는 암사선사유적로, 천호자전거거리, 문방무리길, 로데오거리, 쭈꾸미골목, 하니희망길, 하니사랑길, 윌로비로 등 강동구 8개 명예도로명을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딱지 형태의 리플릿으로 디자인했다. 
 
‘큰 글씨 서울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은 고령층 및 저시력자 등 디지털 약자의 공공정보의 접근성을 향상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부터 시작됐다. 스타트업 ‘일일공’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 사용자 테스트를 실시해 고령층의 정보 습득 욕구와 경로에 따른 경험과 인지적 측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살펴봤다. 그 결과 큰 글씨와 특별한 색상,  음성을 활용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인성 확보, 쉬운 정보 전달, 익숙한 방식 등을 원칙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이와 연계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강동구 명예도로명 알림 디자인(사진=서울디자인재단)
▲강동구 명예도로명 알림 디자인(사진=서울디자인재단)

‘비대면 도시체험 콘텐츠’는 도시의 다양한 역사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여가활동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부터 출발했다. 스타트업 ‘뷰자데’는 장소의 특성과 관련된 스토리를 기반으로 이를 오디오, 이미지, 텍스트 등 다양한 방식의 미디어 형태의 콘텐츠 개발을 제안했다. 을지로 공구거리와 낙원악기상가의 상인들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현재와 과거의 역사 큐레이션, 악기 사전 등 정보와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빛을 활용한 심리안정 공공디자인’은 스타트업 ‘휴롬’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빛과 영상, 음향의 변화로 시각과 청각의 자극을 유도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디자인을 만들었다. 개발된 디자인은 ‘문화비축기지’의 소화액 저장실에 적용돼 시민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새로운 체험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엘리베이터 디자인’은 스타트업 ‘소플’ 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엘리베이터 전면부 바닥면에 교통약자의 승하차를 우선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안내사인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계한 디자인을 결합해 질서체계 디자인을 완성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이용 시 발생하는 불편을 줄이고,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행동을 유도해 교통약자와 일반 승객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완성된 디자인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시범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며, 색상 및 디자인은 대상지 현장 여건, 이용자 동선 등을 최종 검토해 확정한다.

‘자전거공유킥보드 겸용 거치대 디자인 개발’은 평소 자전거와 공유킥보드를 즐겨 이용하는 디자이너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됐다. 보행자의 보행 불편을 초래하는 자전거와 공유킥보드의 무분별한 주차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 스타트업 ‘프렙디자인’은 안전성, 기능성, 사용성 등을 고려해 자전거와 공유킥보드 보관대의 통합형 디자인을 개발했다. 완성된 디자인은 이용자가 많은 장소에 시범 설치해 이용자의 만족도 평가 등의 검증 과정을 거쳐 보완 후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이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완성해 시민들에게는 편리한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고, 참여 기업들에겐 공공디자인 분야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서울시는 민관 협력의 새로운 공공디자인 사업 모델을 구축·확산하기 위해 역량 있는 스타트업을 지속 지원해 나가겠다. 사업의 진행과정과 결과물을 담은 영상과 매뉴얼도 제작해 공유함으로써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통해 제안된 디자인을 확산하는데도 적극 나서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