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팬데믹 시대, 예술과 기술의 융합 그 경계를 넘어
[Hot Issue] 팬데믹 시대, 예술과 기술의 융합 그 경계를 넘어
  • 진보연ㆍ왕지수 기자
  • 승인 2021.03.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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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ㆍARㆍAI 등 예술과 하나된 첨단기술
수동적 방식에서 참여형 관람 형태로 진화
영상 콘텐츠, 현장 대체재 아닌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
예술관 배제된 채, 기술 화려함만 쫓다 예술 본질 잃을 수도
민간 문화예술계 소외되지 않도록 주의 기울여야
예술위, 문화예술 생태계 안정화 위해 장르별 균형 지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ㆍ왕지수 기자] 작년 한해,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 2m의 거리를 유지하며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장, 거리 등은 텅 빈 채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이들이 사라지자 자연스레 매출 급감과 이에 따라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설 자리를 잃고 방황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실감영상관 1관_금강산에오르다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실감영상관 1관_금강산에오르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한정된 공간 안에 많은 이들이 가깝게 모여 문화ㆍ예술을 향유하던 대면 방식은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였기에 사람들은 미술관, 박물관에 발걸음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더 이상의 방황을 끝내고 우리는 지금까지의 문화예술 소통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고 다시 재고해봐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팬데믹은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변종 바이러스들이 하나 둘 씩 등장하고 있고 과학자들은 백신 접종 후에도 그 회복은 더딜 것이라 예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 팬데믹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제는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할 수 없으며 그것으로부터 탈피해 문화예술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재설정하고 재정립해야할 때이다. 관객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관객을 참여시키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고민해봐야 한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고 대면 방식이 아닌, 격변의 시대 속 새로운 예술표현 방법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때, 비대면 형식의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면서 문화예술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많은 가능성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17개 시·도 광역문화재단과 함께 지난해 8월부터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문체부의 3차 추경 신규 사업으로 예산은 148억 9천만 원이다. 비대면 환경에서 새로운 예술 활동을 모색하는 전국 2,700여 명의 예술가를 대상으로 온라인 예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서 예술계가 특유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뉴딜 사업의 일환이다. 온택트 시대, 예술 생태계의 디지털 실험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현재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와 한계점 등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현재 문화ㆍ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선보이고 있는 공공기관 및 민간시설을 취재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다원예술 2021 : 멀티버스’ 展을 통해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사유방식을 재고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은 디지털실감영상관을 개관, 관람객들에게 정적인 유물을 역동적인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예술단은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 실황 영상을 지난달 24일 전국 CGV 40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는 공연예술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CGV와 업무협약을 맺고 창작 공연의 영상화 사업을 시작했다. 뮤지컬 제작사 EMK는 한국 초연 10년을 맞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영화화한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를 오는 19일 스크린을 통해 선보인다.

▲[권하윤 작가 작품 퍼포먼스 장면] 퍼포머_김준봉, 류정문, 조성아(사진=국립현대미술관)
▲[권하윤 작가 작품 퍼포먼스 장면] 퍼포머_김준봉, 류정문, 조성아(사진=국립현대미술관)

첨단기술을 입은 미술관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에서는 ‘다원예술 2021 : 멀티버스’ 展이 열리고 있다. ‘멀티버스(다중우주)’를 부제로 VR(가상현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감각과 사유방식을 보여주는 동시대 예술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최선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보고 느끼며 사유하도록 제안한다.

지난 2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한 작가를 선정해 작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이다. 2월 12일부터 한 달 동안 작가 권하윤의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가 선을 보였다. 관람객 참여형 VR퍼포먼스인 이 작품은 가상과 현실 두 세계의 유기적 관계가 가능한지 실험한다. VR장비를 착용한 관람객은 전시실과 가상의 공간을 잇는 무언가를 통해 허구와 현실이 연결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현의 성용희 학예사는 “기술의 발전은 삶의 양식을 변화시켰다. 이번 프로젝트는 여러 기술과 예술을 통해 그 동안 우리가 바라봐왔던 방식, 느껴왔던 방법, 생각해왔던 형식을 질문해보려고 한다”라며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을 재고하고자 했던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예술은 늘 그 시대의 첨단의 기술을 활용했다. 단순히 이러한 활용뿐만 아니라, 과학과 사회의 관계도 예술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마샬 맥루한은 자신의 책 <미디어의 이해(1964)> 서문에서 예술가는 ‘인류의 촉각(antenna)’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예술은 일종의 레이더로서 기능해 우리로 하여금 사회 목표와 정신 목표를 발견할 수 있게 하고 시일이 경과한 뒤에는 그것에 대처할 수 있게끔 해주는 일종의 ‘조기경보 체계’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미래를 사유하고자 한다”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동시대의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가져오는 새로운 창조성을 조명하고 미래에 대한 통찰을 나누고자 했던 의도를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실감영상관 3관_고구려벽화무덤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실감영상관 3관_고구려벽화무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박)은 지난 해 5월부터 디지털실감영상관 3관을 개관해 관람객들에게 첨단 기술과 문화유산을 융합한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디지털실감영상관 1관에서는 다면 프로젝션 맵핑 기술과 폭 60m, 높이 5m의 3면 파노라마 스크린을 활용해 그림 속 세상에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 김하종의 <해산도첩>, <해동명산도첩>을 소재로 금강산의 4계를 재구성한 ‘금강산에 오르다’, 정조의 화성행차를 주제로 한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 하다’, 명부(저승)를 다스리는 열명의 왕을 그린 <시왕도>를 통해 불교의 사후세계관을 전하는 ‘영혼의 여정, 아득한 윤회의 길을 걷다’, 장수를 축원하는 도교적 세계관이 담긴 <요지연도>를 중심으로 한 ‘신선들의 잔치’가 이를 대표한다.
 
또한 책과 문방구를 비롯해 행복을 기원하는 여러 물건을 담은 그림 책가도를 그린 <이형록필 책가도> 병풍을 현재적 의미로 확장해, 삶의 소망을 담은 각자가 애호하는 물건을 선택해 함께 책가도 병풍을 만들고 공유하는 인터렉티브 콘텐츠 <꿈을 담은 서재, 책가도>도 있다. 관람객이 태블릿 PC 안에서 만든 자신의 책가도가 15m 벽면 영상 속에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다른 이들의 작품과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각자 선택한 물건들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취향 분석과 관람 추천, SNS 공유도 가능하다.

디지털 실감영상관 2에서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박물관 속 미지의 공간, 수장고와 보존과학실에 들어가 직접 <기마인물형토기>를 보존처리하고, 수장고 안의 다양한 소장품을 만나는 경험이 가능하다. 

또한 조선 후기 이상적 도시 모습을 그린 <태평성시도>에 등장하는 2,100여명의 사람들과 도시 속 다양한 삶의 풍경을 대형 8K고해상도 화면에서 생동감 있게 재현하고 도시 속 여러 스토리를 게임형 이벤트로 재구성한 인터렉티브 콘텐츠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좀처럼 한 번에 살펴보기 어려웠던 <단원풍속도첩>의 전 작품 속 주인공들이 움직임과 풍속을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하는 8K고해상도 인터렉티브 콘텐츠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명품 실감>에서는 박물관의 대표 소장품들을 100인치 초고해상도(8K) 디스플레이에서 3D 입체영상으로 만나고 이를 확대하고 돌려보며 진열장 속에서는 볼 수 없는 전시품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도 있다. 

디지털 실감영상관 3관은 중국과 북한 지역에 있어 직접 가볼 수 없고,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고구려 벽화 무덤을 세 벽면과 천장면에 프로젝션 맵핑 영상을 투사해 실제 무덤 안에 들어가 거닐며 건축 구조와 다양한 벽화를 감상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안악 3호 무덤, 덕흥리 무덤, 강서대묘 세 무덤 속 여행이 가능하다.

국박의 장은정 학예연구관은 “첨단기술을 유물에 접목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은, 문화유산 원본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와 의미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하고, 진품으로 관람객을 이끌고자 함이다”라며 유물에 기술을 접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권하윤 작가 작품 퍼포먼스 장면] 퍼포머_김준봉, 류정문, 조성아(사진=국립현대미술관)
▲VR기술을 접목한 권하윤 작가의 작품을 체험하기 위해 관람객이 VR기기를 착용하고 있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

예술ㆍ기술 융합, 새로운 가능성
이렇듯 예술과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미술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미술계는 늘 새로운 시각장치나 매체에 관심을 가진다.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시각성, 신체성에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보는 방식, 느끼는 방식, 공간을 지각하는 방식 등이 관습화되었을 때, 새로운 예술과 예술 장치를 찾아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자극을 추구하기도 한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이에 대해 OCI미술관의 김영기 학예사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관객의 호기심과 반응성 채집에 일단 유리하다는 점이 있다. 그 자체로 시대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는 효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국박의 장은정 학예연구관은 “디지털 콘텐츠는 기존의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정적인 체험을 보다 역동적으로 만들어 주고, 보다 정서적인 접근이 가능하며 인터렉티브한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영상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세상에서 이러한 첨단기술과 융합한 콘텐츠를 박물관이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는 중요한 일이 되어 가고 있다”라며 장점에 대해 밝혔다.

첨단기술이 예술과 관람객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 수동적인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예술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장 학예연구관은 “디지털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서로를 연결시켜 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로써 과거와 현재의 시간, 직접 갈 수 없는 지역과 공간, 다른 연령과 배경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경험이 가능하다. 또한, 영상 콘텐츠의 특성상 텍스트가 주는 정보성이 아닌 시각적 감상과 참여 경험을 통해 문화유산에 대한 직관적이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소확행, 워라밸과 같이 개인 삶의 행복에 더욱 가치를 부여하고 개인화된 문화 소비를 선호하는 사회 환경 변화 속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해 박물관 소장품과 관람객을 상호 연결하고,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 쌍방향 소통과 참여 경험 등을 제공해 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잘 이해하고 전달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관람객과의 긴밀하고 섬세한 소통을 통해 박물관이 보유한 소장품, 원본으로 이들을 이끌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하겠다”라며 개인화 되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기술이 사용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처럼 예술과 그것을 관람하는 관람객의 경계가 분명하게 나눠져 있던 기존의 문화예술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 예술과 첨단기술이 융합됨으로써 예술과 관람객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나아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실감영상관 1관_꿈을담은서재책가도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실감영상관 1관_꿈을담은서재책가도

새로움, 그 이면의 한계점
반대로 한계점도 보인다.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예술관은 배제된 채 기술적인 면만을 지나치게 부각한 나머지 예술의 본질을 잃게 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박의 장은영 학예연구관은 “새로운 기술 구현과 직관적 경험은 원본의 가치와 진정성을 뛰어넘을 수 없다. 온라인 콘텐츠를 통한 복제와 스트리밍은 광범위한 확산과 공유를 가능하게 하겠지만 그에 따라 진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신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콘텐츠가 색다른 체험과 일회성 감탄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여기에 어떠한 가치를 담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박물관이라는 장소성을 충분히 고려해 기술적용 기획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전시품과의 거리, 동선 설계 등이 함께 검토되어야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맹목적으로 기술적인 측면만 따지다가 기술과 함께 연계되는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맥락의 이미지화’가 미술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이라면 그와 반대로 기술은 ‘이미지의 맥락화’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전반적인 개괄 없이, 기술 자체를 콘텐츠로 착각해 실패하는 작업이 다수 보여 진다”라고 OCI미술관의 김영기 학예사는 말했다.

또한 규모가 크고 예산을 지원받는 국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일반 미술관이나 개인 예술가들의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쉽지는 않을 터. 

갤러리 그림손의 큐레이터는 “기술적인 부분은 많은 자본과 인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예술가 개개인이 제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충당해 제작하기 때문에 좀 더 퀄러티 있는 미디어 작품을 제작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예술가들과 일반 갤러리는 상업적인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쇼 적인 부분에서 기술적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힘들다. 많은 공공재단과 국가의 지원금을 받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OCI미술관 김영기 학예사는 “첨단기술을 작업이나 전시에 접목하려는 의욕이나 관심은 확실히 증대된 시점이다. 그러나 그 기술을 예술가가 개인 단위로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설게 과정을 논의하고 조언을 구할 기술 상담 창구가 절실한 것이 사실”이라며 “기술자와 함께 하는 워크숍이나 관련 지원 사업이 확대되어야 한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우리는 기술의 화려함만을 쫓다 예술의 본질과 개념을 상실한 채 알맹이 없는 껍데기와 같은 형식적인, 겉모습만 치장한 예술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며, 기술의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 예술인과 갤러리들이 문화예술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VR기술을 접목한 작품을 선보이는 권하윤 작가는 “기계의 사용이 아직 번거롭고 오류도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각별한 기술적 관리 및 유지가 필요하다. 또한 기계수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관객의 수가 한정적이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더욱 위생관리에도 각별한 주의를 요하기도 한다”라고 말하며 기계의 관리에 대한 불편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 모습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 모습

영화관으로 간 공연예술
많은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현장을 중계하지만 경기의 생동감을 아는 스포츠 마니아들이 경기장을 찾고, 넷플릭스 월 사용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도 시네필은 여전히 영화관 의자에 앉듯, 그 공간과 시간 안에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희소한 감정을 맛보기 위해 관객들은 공연장을 찾는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확실히 그러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공연예술계에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안방극장에서도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게 됐고, 영화관에서 뮤지컬을 상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로 공연계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제작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온라인 중계, 실황 녹화 중계 등 ‘유사 라이브’에 대한 시도와 실험는 점점 발전된 형태로 시장을 확장하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연을 영상화하는 작업은 꽤 오래전에 시작됐다. 오페라나 클래식, 콘서트 등의 실황을 비디오나 DVD 형태로 제작되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해외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기록한 콘텐츠는, 물리적 거리로 인해 직접 관람할 수 없었던 팬들이 아티스트와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매개 역할을 했다. 연극과 뮤지컬의 무대를 온라인을 옮긴 ‘NT라이브’와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와 같은 콘텐츠는 단순히 공연을 기록하는 개념이 아닌 시네마틱 전문 촬영 기법의 결과물로써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공연업계도 온라인에 이어 영화관으로 활로를 넓히고 있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를 비롯해 뮤지컬 <시데레우스>,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등이 영화관 개봉에 나섰다.

서울예술단, 4K 카메라 촬영과 5.1채널 사운드 믹싱으로 공연 현장감 그대로 담아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지난달 24일 전국 CGV 40개 상영관에서 개봉한다. 지난해 9월 온라인 유료 공연으로 선보였던 공연 실황 영상을 영화관에서 선보인다. 4K 카메라 촬영과 5.1채널 사운드 믹싱으로 공연의 현장감을 그대로 담은 영상의 매력을 영화관에서 보다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예술단의 설명이다.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잃어버린 얼굴 1895> 극장 개봉에 대해 “영국 국립극단의 ‘NT Live(National Theatre Live)’와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메트 라이브(The Met: Live in HD)’처럼 국립단체로서 선도적으로 시작한 영상화 작업”이라고 설명하며 “단순한 기록 영상이 아닌, 영화관에서 상영을 해도 문제가 없는 완성도”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극장 상영을 위한 사운드 믹싱 작업에 참여한 민찬홍 작곡가는 “공연 영상은 공연장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성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대신 음악에 있어 디테일한 부분은 잘 담아낼 수 있다”라며 “공연 속에 숨겨져 있던 음악적인 디테일을 세세히 살리려고 했고, 이러한 점이 영화에 잘 담겨 만족스럽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몬테크리스토:더 뮤지컬 라이브’ 티저 이미지
▲‘몬테크리스토:더 뮤지컬 라이브’ 티저 이미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아르코 라이브’ 통해 실험적인 순수 국내창작 공연 영상화 집중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공연예술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CGV와 업무협약을 맺고 창작 공연의 영상화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2019년 10월에는 <아르코 비전 2030>을 선포하며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에 앞장서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현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공연예술창작산실의 공연 영상화 사업(이하 아르코 라이브) 추진을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아르코 라이브’의 추진 대상이 되는 ‘공연예술창작산실’은 연극, 창작뮤지컬, 무용, 전통예술, 창작오페라 부문에서 우수한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기 위해 기획부터 유통까지 제작 전 과정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 지원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공연예술창작산실 내 우수 창작 신작인 ‘올해의신작’ 선정작 연극·창작뮤지컬·전통예술·무용 장르별 각 1편(총 4편)을 CGV 영화관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올해는 올해의신작 4편 외 재공연 지원사업인 ‘올해의레퍼토리’ 선정작 2편을 함께 상영하며 작품의 완성도와 대중성을 담보했다. 

예술위는 “문화예술 생태계의 안정화를 위해 장르별 편차 없이 균형적 지원을 추진하려 노력하고 있다”라며 “앞서 상영된 올해의레퍼토리 창작뮤지컬 2편에 이어 오는 5월까지 연극·창작뮤지컬·전통예술·무용 장르 총 4편이 극장에 오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아르코 라이브’는 영국의 NT라이브를 벤치마킹한 사업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우수 창작 콘텐츠를 지역에 보급해 지역의 공연예술 관객을 개발하는 통로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지닌다. 예술위는 ‘아르코 라이브’를 통해 실험적이고 가능성 있는 순수 국내창작 공연을 영상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르코 라이브’ 티켓 수익금은 CGV와 공연예술 단체에 배분되는 형태로, 공연예술의 신규 수익창출 및 유통 창구를 확대한다는 데에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CGV ‘아르코 라이브’를 토해 선보인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총 15개 관에서 누적 관객 3,029명, 매출 약 4천 500만 원을 기록했다. 이어 상영 중인 뮤지컬 <호프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는 10개 관에서 상영한 지 약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 3,760명, 매출 7천5백만원을 달성한 후, 많은 관람객의 요청에 힘입어 상영 연장이 결정된 상태다. 두 공연은 적은 상영관 수에도 불구하고 상영 주간에는 한국영화 예매순위 3위~8위를 기록하며 고무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참고: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 

예매자들은 “공연장에서 보던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쑤***), “여러 상황으로 공연장에서 못 봐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영화관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추***), “현장에서 안 보였던 연기와 장면을 세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s****)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극장용 영상제작을 위해 첨단 영상장비의 동원과 더불어 요구되는 것이 장면 연출과 편집이다. 이를 위해 연출가는 영상연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촬영현장을 직접 지휘하고, 촬영에 임하는 영상팀은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사전에 여러 차례 공연을 관람한다. 이후 테스트 촬영을 거쳐 본 촬영에 들어가게 된다. 

예술위 공연영상회 사업 담당자는 “고품질의 영상미를 구현하고,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감 있게 담아내기 위해 4K 카메라와 지미집, 무인카메라 등의 특수장비가 활용되며, 유ㆍ무관중 각각의 상태에서 장면별로 나누어 촬영이 진행된다”라며 “촬영만큼이나 중요한 후반 편집은 연출가와 영상팀이 긴밀하게 소통하며 편집 방향을 논의한 후, 장면 편집과 색보정, 음향믹싱과 마스터링을 진행해 최종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라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예술계에서 공연을 영상화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다소 강했던 것이 사실이나, 아무런 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실연을 무대에 올리기 어려운 상황들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영상화에 대한 예술단체나 아티스트들의 인식 역시 차츰 변화하고 있다.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모습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모습

공연 영상화, 민간 기획ㆍ제작 시장으로의 확장
뮤지컬 제작사 EMK는 한국 초연 10년을 맞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영화화한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를 오는 19일 스크린을 통해 선보인다. 국내 최초로 8K 시네마틱 카메라 14대를 동원했으며, 촬영팀에 직접 무대 위에서 함께하는 ‘온 스테이지’ 밀착 촬영을 진행했다. 더불어, 무대 위 배우와 시선을 같이한 새로운 뷰와 생동감 넘치는 장면 전환으로 공연장에선 느낄 수 없는 영화적 기법을 더해 기존의 실황 영상과의 차별화를 두었다.

극 중 에드몬드 단테스이자 몬테크리스토 백작 역을 맡은 카이는 “코로나라는 어려운 시기에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최선을 다해 만들었던 작품이 또다른 형태로 더욱 다양한 관람층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며, 매우 감격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뮤지컬이 이렇게 매력적인 장르구나’라는 것을 보다 많은 분들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EMK 김지원 부대표는 “좋은 여행지 영상을 봤을 때, 영상으로 여행지를 봤으니 저곳을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는 ‘기회가 된다면 저길 꼭 가봐야지’라는 생각을 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여행지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내가 저길 갔었지, 정말 좋았는데’ 혹은 ‘나도 갔던 곳인데 저건 못 봤네’라는 새로운 발견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라며 “공연을 영상화 함으로써 라이브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내부적 고민도 많았으나, 정말 잘 만든 영상이라면 각자의 영역에 대한 침범이 아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하리라 확신한다”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관객과의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 제작되는 영상 콘텐츠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더이상 현장무대의 대체재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영상 퀄리티에 대한 관객의 눈높이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는 동시에 양질의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무료가 아닌, 유료로 즐기는 것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새롭게 형성됐다. 과거엔 정해진 일시에, 한정된 공간 안에서 공연을 관람해야 했던 현장예술의 특성이 오히려 공연유통의 한계로 이어졌었는데 그 부족함과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발빠르게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 단원 아바타, 관객 라이브 스트리밍 체험 
오프라인 예술 생태계는 코로나19로 인해 거대 제약이 생겼지만, 온라인에서는 새로운 공간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아트센터에서 선보인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은 예술과 기술의 결합해 1차원적 공연 감상 방식을 바꿔놨다. 관객들에게 프로젝션 매핑된 공간 속에서 증강현실(AR), 가상 국악기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아바타, 1인칭 카메라, 라이브 스트리밍 등을 체험 가능토록 했다. 3D 기반의 극대화된 시각적 효과와 딥러닝을 이용한 사운드도 제공됐다. 온라인 관객들이 공연의 주도권을 갖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공연예술의 영상화 시장 확대가 아니었다면 생각지 못했을 변화다. 

다만, 공연 영상화는 촬영, 편집, 유통, 배급 등의 과정이 추가되면서 공연제작비 외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 이는 곧 상업적 성공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지만, 반대로 그럴 가능성이 적은 작품이라면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모든 비용을 지원하는 '아르코 라이브‘의 경우 비상업 장르인 무용, 전통 작품까지도 아울러 영상화가 가능하지만, 이외의 민간단체에서 감당하기엔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개월 간 우리는 준비 없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도전과제도 막중하지만 성장 가능성도 열려있는 시기이다. 공연과 전시에 목마른 코로나 시대 관객들은 새로운 관람 형태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관람 경험을 온라인으로 재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대안’이 아닌 또 다른 새로움으로 문화 예술 영역의 기술 확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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