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거리는 좁히고, 본질은 살리고”…코로나 위기 속 ‘소극장 오페라’ 생존 논의
[현장리뷰]“거리는 좁히고, 본질은 살리고”…코로나 위기 속 ‘소극장 오페라’ 생존 논의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4.21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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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부대행사 오페라 포럼
4.14 1부 진행, ’벼랑 끝에 선 소극장 오페라’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코로나 시대에 특히 취약해진 문화예술 공연 생태계 속 ‘소극장 오페라’의 생존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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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부대행사 ‘오페라포럼’ 1부 개최 모습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

지난 14일(수)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4층 미래아트홀에서 한국 소극장 오페라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오페라포럼’이 개최됐다. 패널로는 오페라 뱅크 허철 대표, 연출가 장서문ㆍ김태웅, 지휘자 조정현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김종섭 집행위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유인택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공동조직위원장(예술의전당 사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 오페라는 벼랑 끝에 섰다. 이번 소극장오페라축제에 직접 참여하시는 분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 중간 점검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영화계는 한국영화가 10% 외국영화가 90%를 차지했고 뮤지컬 또한 라이센스 뮤지컬로만 시작됐으나 지금은 우리나라 영화, 창작 뮤지컬의 역량이 쌓여 전체 비중의 절반까지는 왔다”라며 “오페라 역시 5~10년의 과정을 걸쳐 일반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창작 오페라의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오페라에 대한 청중의 무관심’ ‘관객이 오페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 ‘난해하고 설득력 없는 음악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아닌지’ ‘문제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없는게 아니라 전달력 부족’ ‘오페라 학습 전문교육, 오페라 아카데미, 오페라 연출교육 등의 부재’ ‘오페라 제작방식, 즉 저비용 고효율의 딜레마’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고 청중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먼저 장서문 연출가는 소극장오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청중이 오페라에 무관심하다면 그 이유는 우리가 하고 있는 공연이 정말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라며 “클래식 장르에서 가장 대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외면 받는 것은 우리가 일종의 ‘예술가병’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태웅 연출가는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오페라는 발레 다음으로 가장 적은 공연 횟수를 가지면서도 티켓 가격은 앞에서 두 번째로 비싸다”라고 말해며 “뮤지컬 관객은 1247만명이었는데 오페라는 40만명에 불과했다”라고 한국 수치를 통해 오페라의 실태를 진단했다.

허철 단장은 “성악가들은 대중매체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등 소통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있다”라며 “사실은 클래식이 방송에 편성되지 않아 성악가들이 대중에게 다가갈 기회가 적은 것이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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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부대행사 ‘오페라포럼’ 1부 개최 모습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

청중으로 참석한 장수동 예술감독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20년 전에도 있었으나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없다. 결국 오페라의 파이를 키우지 않으면 같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다”라며 “250개 하우스에서 오페라를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시장규모를 키워야 한다”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청중에게 오페라 음악이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김종섭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조정현 지휘자는 “이번 제19회 소극장오페라축제를 보면 전혀 음악들이 난해하지 않다”라며 “음악에 설득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페라는 어렵다는 많은 선입견이 진입장벽을 가로막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허철 단장은 이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창작 오페라들 중에는 종종 보여주기식의 효과음에 집중해서 작곡된 음악들이 있었다”라며 “당연히 극적인 장면에는 극적인 효과가 필요하지만, 일부 작품 중에는 시종일관 효과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오히려 극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본지 <서울문화투데이>의 이은영 대표는 오페라가 가진 고유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발하고 지속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페라에는 연극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 소극장이라는 무대 여건에 맞춰 여러 요소들을 다양화하더라도 의상이나 무대 장치 등 오페라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들은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극ㆍ뮤지컬ㆍ무용에서와 마찬가지로, 오페라도 레퍼토리화 된 작품과 신작을 병행하며 신진 연출가 발굴에도 힘쓰길 바란다”라며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사장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첨언했다.

오페라 제작 과정의 시각 차이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김태웅 연출가는 “오페라에는 연출가의 개입이 작곡가가 의도한 감정 흐름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연출의 영향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장서문 연출가는 “연출가의 ‘디렉션’이 음악의 해석을 더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조정현 지휘자는 전문적인 오페라 연출가 양성과정의 부재를 이야기하며 “이론적인 수업만이 아닌 실제 공연을 해보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체감해보는 경험이 좋은 오페라인을 탄생시키는 것”이라며 “큰 무대든 작은 무대들 무대의 개수를 늘려 공연 경험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허철 단장은 “전문 훈련과 리허설 경험을 제공하는 성악가 인큐베이팅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훌륭한 기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잘 알려지지 못한 성악가들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가, 행정가적 마인드를 기반으로 지원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소극장오페라 제작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진행되어온 만큼 오페라 제작방식에는 오랜 기간 ‘저비용 고효율’ 제작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장서문 연출가는 부족한 재원에서 지금과 같은 편성이 지속되는 것은 누군가의 무리한 노력,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정현 지휘자 역시 기획 단계에서 역할 분담에 대해 명확히 해야할 것이라고 하며 “음악가와 스태프가 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지원받아야 하는지가 명확해져야 매끄러운 제작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택 조직위원장은 “오페라는 음악적 요소가 강조되어 상대적으로 작곡가의 영향력이 컸고, 연출과 대본의 비중이 작은 것 같다. 대본과 연출의 비중을 늘려 대중친화성을 늘리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공급자 관점만이 아닌 소비자 관점으로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듀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극장오페라가 발전하기 위한 내부의 문제점과 대중과 친해지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한 1부에 이어, 오는 21일에 개최되는 오페라포럼 두 번째 시간에는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시대 한국 오페라의 생존 전략’이라는 주제로 보다 거시적인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2부 포럼은 21일(수)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음악당 인춘아트홀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