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부산, 사석원 개인전 《새벽광야》 개최
가나부산, 사석원 개인전 《새벽광야》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4.26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삶을 은유한 광야 속, 자신의 성찰 담은 당나귀 표현
오는 29일부터 5월 30일까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기자] 화폭 안에서 기세등등하게 관람객을 마주하던 동물들이 생이라는 새벽 광야 공간 속에 스며들어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지난 2018년 《정면돌파》전으로 거침없는 동물의 품세를 보여줬던 사석원 작가의 3번 째 개인전 《새벽광야》다.

▲ 광야의 당나귀 1_2020_oil on canvas_130.3x162.2cm (사진=가나부산)
▲ 광야의 당나귀 1_2020_oil on canvas_130.3x162.2cm (사진=가나부산)

가나부산은 오는 29일부터 5월 30일까지 《사석원 : 새벽광야廣野 Dawn Wilderness》전시를 개최한다. 3년 전 부산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던 사 작가는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동물들의 면면을 화폭 안에 담아냈다. 여전히 사 작가는 당나귀, 산토끼, 수탉, 부엉이 등 동물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 방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오롯이 화폭 안에 서 있던 동물들은 우리의 거친 삶과 인생의 무게를 은유하고 있는 ‘광야’라는 추상 공간과 관계 맺으며 ‘풍경’에 등장한다. 거칠고 고단한 광야에 새벽닭 훼치는 소리와 꽃들의 자태를 배경으로 조그만 당나귀가 모습을 드러낸다. 찬란하게 날이 밝아오는 뭉클함,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싹트는 감격을 캔버스 위에 표현하고 있다.

▲ 광야의 수탉_2020_oil on canvas_100x100cm (사진=가나부산)
▲ 광야의 수탉_2020_oil on canvas_100x100cm (사진=가나부산)

작가노트에서 사 작가는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안개마저 자욱한 새벽의 광야는 보이지 않기에 두려움과 신비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며 “삶은 늘 그렇듯 오리무중이고 곧 내 앞에 펼쳐질 광경이 황홀한 낙원만이 아니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세상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싸워서라도 살아야한다”고 광야를 통해 바라본 우리 삶의 일면과 숙명을 전했다.

사 작가의 작업은 두꺼운 물감과 거친 붓질의 궤적들이 캔버스를 장악한다. 지극히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형태감이 시선을 앗아가는, 농후한 표현성이 특징이다. 화폭을 거칠게 누르고 지나간 흔적에서 관찰자는 추상적 감성으로 면을 직감하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풍부한 서사와 결합된 기호들의 특별한 관계성도 찾아볼 수 있다. 붓질에 매개된 물감의 상태가 광야이며, 칠하고 때리고 뿌리는 붓질의 태도가 광야다.

▲ 새벽토끼_2020_oil on canvas_130.3x162.2cm (사진=가나부산)
▲ 새벽토끼_2020_oil on canvas_130.3x162.2cm (사진=가나부산)

작가는 살기 위해 처절히 고뇌하고 거대한 광야 같은 삶에 맞서 고군분투 하는 현실의 존재를 그리고 싶었다. 허무나 망상이 아닌 지금 이곳에 살아서 사방으로 찬란한 생의 기운을 뿜는 존재들을 표현해내려 고심했다. 그래서 물감을 화폭에 직접 짜 대기도 하고, 때리듯, 뿌리듯 날 것의 상태로 휘갈기는 기법을 택했다.

사 작가는 “물감은 두꺼울수록 따뜻하다”며 “추운 겨울날 두툼한 솜이불이 몸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것처럼 겹겹이 쌓인 물감들이 온 세상을 뜨뜻이 해 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두터운 물감 층위가 만물의 온기를 보호하듯 감싸는 광야 위로 작가 자신을 내면화시킨 왜소해진 동물(당나귀)을 놓은 회화 4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과정과 충동적으로 무엇인가 토해내고 싶어 하는 욕망의 순간의 충돌이 담겨있는 전시다.

▲ 광야의 당나귀 8_2021_oil on canvas_100x100cm (사진=가나부산)
▲ 광야의 당나귀 8_2021_oil on canvas_100x100cm (사진=가나부산)

사 작가는 “거친 황토와 상처 난 자갈이 깔려 있는 광야에 당나귀와 수탉, 황소와 호랑이, 독수리, 부엉이, 사슴, 소나무 등이 우뚝 서있다. 결기 있게 미래와 맞서 서있는 그것들은 나의 분신, 즉 내가 그들이다”라고 밝혔다. 작가는 자신이 걸어 온 성찰의 시간을 드러내며,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춰 고여 있어야 했던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열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