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예술 사용법 Ⅰ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예술 사용법 Ⅰ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1.07.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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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풍요롭게 하는 것”

대학로 아르코극장 앞 거치되어 있는 문구다. 필자는 유독 대학로를 사랑한다. 이유인즉 어린 시절 각종 문화생활의 추억이 서린 곳이기도 하지만 언제든 예약 없이 방문해도 연극하나쯤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바쁜 일정을 쪼개어 달려가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필자가 댄스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시 걸린 시간만 30분이었다. 줄을 서 있다 보니 이게 더 위험한 짓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들었고 모두 스마트폰에 의지한 채 QR코드를 찍고 손소독과 발열체크를 하고 문진표작성까지 마쳐야 입장할 수 있었다. 당연히 문자로 받은 PASS확인을 직원에게 보여주고 나서야 데스크에서 초대권을 수령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다. 정서적으로 힘든 시대에 큰 위로가 되었던 문화생활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참고 또 참은 시민들이었으나 백신을 접종받은 이들의 수가 늘어가는 것이 무색하게 10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수도권에서만 1000명이 넘었다. 다시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됨에 따라 정부는 수도권 4단계를 발표하게 된다. 이게 정녕 실화인지 2년간의 마스크는 참겠는데 외출금지령에 또 다시 꼬이는 강연스케쥴과 급하게 변경된 여러 기획 행사들로 필자의 인내력도 점점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는 물론 실내스포츠 전시회 박람회 등 면적에 따라 인원제한이 되니 집합 문화생활의 어려움이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분주한 일상이 코로나로 멈추며 현대인에게 필요한 ‘쉼’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매체한 곳에 최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외부로 집중되었던 에너지를 나에게로 집중하는 것도 코로나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은 타인과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으니 어떤 방법이든지 타인과 소통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 좋겠다. 우리의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어려울 때 문화예술이 주는 위로가 상당히 크고 생각보다 손쉽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에 필자가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는 방법을 몇회기 소개하려고 한다.

가족들이 교수로 교사로 가르치는 직업이 많다보니 조심하느라 1년 이상 모이기를 자제하고 있다. ZOOM으로 엄마의 추도식을 치루고 매주 회의 방에서 영상모임을 하고 있다. 시대가 주는 독특한 만남으로 80세가 넘어가는 아버지가 특히 재미있어 하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신다. 또 거실 한복판에 드럼과 기타를 꺼내두었다. 집이 점점 좁아지고 있지만 오며가며 누구든 소리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두었다.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클라리넷 리코더 단소까지 모두 찾아놨더니 10년 만에 집안에 ‘반짝반짝 작은 별’과 ‘떴다 떴다 비행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음악을 전공한 필자는 쉽게 연주를 하지도 않을뿐더러 조심스럽게 악기를 다루는데 아이들은 막 불고 치는데도 더 크게 웃고 있다. 평소 TV시청을 하지는 않으나 언제든 각자가 원하는 장르대로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영화채널로 고정시켜두고 시청등급을 올려두었다. 좋은 영화 한편이 한사람의 삶을 바꿀 수도 있지 않겠는가? 영화관처럼 스피커를 세팅하는데 주머니를 열었다.

또 가족들과 밤마다 티타임을 갖고 잠언이나 시편, 좋아하는 책 한 장 정도를 소리 내어 읽고 있다. 회의할 것이 있으면 대화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시간을 갖는다. 책장에 가득 꽂혀있는 책들의 먼지를 제거하느라 대청소를 했지만 책들의 순서를 모두 바꾸고 좋아했던 명작을 다시 들었다. 독서 스타일대로 침실 욕실 거실 주방과 화장대에 장르가 다른 책을 한권씩 올려두고 한 장이라도 읽고 있다. 잠들 기전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을 읽으며 고3 입시때 문학을 사랑했던 오랜 정서를 마주하기도 했다.

강의가 줄어든 대신 배울 것이 많아져서 매주 다른 이의 시를 읽고 짧은 글을 끄적거리기도 했다. 어떤 밤은 끙끙대며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돌려서 일상 브이로그를 만들기도 한다. 전업 작가의 유튜브 필요성 때문에 영상을 송출하게 된 것도 코로나로 인함이다. 어느 날은 양재 꽃시장에 가서 사온 꽃을 침봉에 꽂으며 작품명을 남기기도 한다. 아보카도를 먹고 씨를 심고 새싹에 물을 주는 일도 잊지않는다.

작업실만큼 집이 창작을 하는 곳이 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로부터 피신하고자 좋은 시간이 연출된 것인데 우리의 삶속에 예술은 곳곳에 숨어있고 각자의 사용법만 다르다는 생각이다. 당분간 코로나의 장기화로 집을 소극장으로 만들고 샬롱을 만들고 예술센터로 만들라. 생각보다 도처에 예술이 넘친다. 또 예술사용법이 어렵지 않다.

우리의 불안정한 삶을 안정적으로 보살필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예술 하기를 멈추지 말라. 시대가 예술을 요구하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숨어 있으니 각자의 방법으로 예술가가 되자. 예술은 우리의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한다. 예술사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