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 국현,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
[현장프리뷰] 국현,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
  • 안소현 기자
  • 승인 2021.09.02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현 서울관,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개최… 3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10여 년간 진행된 장기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 일환
DMZ '자유의 마을' 배경…반복되는 사회적 ‘오류’ 성찰하는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안소현 기자] 인류가 구축한 사상과 제도는 불완전해 늘 빈틈을 갖는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사회의 여러 빈틈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하는 전시《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 -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은 이처럼 인류사에서 반복해 등장하는 빈틈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자리다. 문경원‧전준호 작가는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관찰할 수 있는 빈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5전시실과 서울박스에서 오는 3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진행된다.  

▲문경원&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2021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진철
▲문경원&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2021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진철

‘미지에서 온 소식’은 벌써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장기 프로젝트다. 2012년 제13회 독일 카셀 도쿠멘타에서 첫선을 보인 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국, 스위스 영국 등 세계 여러 도시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이번에는 ‘자유의 마을’을 통해 한국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자유의 마을은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다. 안보 문제로 내비게이션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국전쟁 이후 약 70여 년간 계속 고립된 상태로 존재했던 지역으로, 남한에도 북한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제5전시실 입구에 걸린 자유의 마을 표지판 사진을 지나면 대형 스크린 두 개가 등을 맞대고 전시장 중앙에 서 있다. 스크린 하나에서는 인물 A(박정민)의 이야기가, 다른 스크린에서는 인물 B(갓세븐 진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물A는 자유의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해당 지역 식물들을 채집‧연구한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연구 결과를 풍선에 달아 때때로 하늘로 날려 보낸다. 인물 B는 미래적 분위기를 풍기는 고립된 공간에서 홀로 생활한다. 그렇게 자기 세계에만 머무르다 인물 A가 날려 보낸 식물 표본을 받아보고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두 인물의 서사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서로에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인물A의 화면에서 지뢰가 터지는 순간 인물 B가 뒤를 돌아보는 장면도 있다. 

▲문경원&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2021, 필름 스틸 컷 (사진=작가 제공)
▲문경원&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2021, 필름 스틸 컷 (사진=작가 제공)

관람객도 영상의 일부가 된다. 조명은 화면과 연동돼 적절한 순간에 깜박인다. 화면 옆과 바닥 에어벤트 쪽에 설치된 스피커로 소리 역시 입체적으로 흘러나온다. 관객은 전시 공간과 하나가 돼 영상 속에 들어간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관객은 자신만의 서사 역시 만들어나갈 수 있다. 인물 A는 과거에, 인물 B는 미래에 속한 것 같지만 이들이 정확히 어떤 시공간에 속한 건지 알 수 있는 단서는 영상에 나타나지 않는다. 관객은 동시에 볼 수 없는 양쪽 스크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영상을 ‘편집’해야 한다. 이렇게 시공간은 새로이 구축되며, 영상 속 허구의 세계와 관객의 실제 세계가 서로 얽히게 된다. 

그다음에는 아카이브 방이 등장한다. 문경원‧전준호 작가가 2017년부터 국가기록원 등을 통해 모은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전시된 아카이브는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지 않는다.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해 새로운 내러티브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계속 유동하며 자료 속 사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영상과 마찬가지로 아카이브 내에서도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셈이다. 전시는 부자유한 자유의 마을을 매개로 여전히 우리 모두가 통제된 환경에서 살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카이브 방을 지나면 세로 4.25미터, 가로 2.92미터 크기의 대형 회화를 마주하게 된다. 문경원 작가가 인물 A의 영상에 등장했던 겨울 산을 풍경화로 그렸다. 그림 형태로 현실 세계에 나와 있는 영상 속 풍경을 보면서 관객은 현실과 비현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다시 한번 흐려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고는 이 모호한 경계 위에서 예술가와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성찰하게 된다. 

▲문경원&전준호, '풍경', 2021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진철
▲문경원&전준호, '풍경', 2021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진철

전시장 바깥에 위치한 서울박스에는 ‘모바일 아고라’가 설치됐다. 2017년 문경원‧전준호가 2017년 한 건축가와 협업해 만든 구조물이다. 접이식 사각 블록으로 이루어진 ‘모바일 아고라’는 접으면 계단식 관객석이 되고, 펼치면 무대가 된다. 옆면 벽에는 문경원‧전준호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미지에서 온 소식’ 프로젝트가 연대순으로 적혀있다. 함께 설치된 세 화면에서는 두 작가가 여태까지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해온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남긴 글과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바닥에는 검은 스티커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도시들의 경도를 표시했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작가들의 지난 행적을 살펴보며, 이를 주제로 생각에 잠기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모바일 아고라’에서는 총 5회에 걸쳐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펼쳐질 예정이다. 건축가 유현준, 디자인 그룹 BKID, 생태학자 최재천, 뇌과학자 정대승 등이 두 작가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자신의 시각으로 인류의 위기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