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미술관, 양정욱 개인전 《Maybe it’s like that》展
OCI 미술관, 양정욱 개인전 《Maybe it’s like that》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0.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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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부터 12월 18일까지
움직이는 조각이 전하는 ‘보편적 특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속 통찰을 섬세한 조각으로 표현하는 작가 양정욱 개인전이 열린다. OCI미술관(관장 이지현) 1,2,3 층 전시실에서 지난 28일부터 12월 18일까지 선보이는 《Maybe it’s like that》이다. 다음달 27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의 대화도 준비돼 있다.

▲모르는 마을, 혼합재료,가변크기,2021 (사진=OCI 미술관 제공)
▲모르는 마을, 혼합재료,가변크기,2021 (사진=OCI 미술관 제공)

양정욱은 2014년 OCI미술관 신진작가로 선정돼, 이듬해 가진 전시를 기점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이번 대형 개인전은 한 발 더 나아간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한층 더 가늘어지고 섬세하며, 정교하고 계획적으로 다듬어진 움직이는 조각 최신을 볼 수 있는 전시다.

‘보편적 특별’을 이야기하는 작가 양정욱은 세상에서 쉽게 딱 떨어져 나뉘지 않고, 선명하지 않은 애매한 문제들을 작품 안으로 가져온다. 사실,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여기는 무엇에 대해 설명하려 하는 순간 그런 애매함은 언제고 마주하게 된다. 그런 것 같은, 아마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지내는 이 일상들은 언제나 이해와 오해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세계다. 양 작가는 그런 쉽게 통하지 않는 간단한 이야기, 경계가 불분명한 생각의 생김새, 알쏭달쏭 삶의 온갖 ‘고구마’가 모아서 작품으로 표현한다. 어쩌면, 그는 말로 하기 어렵기에 조각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가져갈 수 없는 약도,혼합재료,가변크기,2021, (부분) (사진= OCI 미술관 제공)
▲가져갈 수 없는 약도,혼합재료,가변크기,2021, (부분) (사진= OCI 미술관 제공)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은 희고 육중한 덩어리, 공중에 늘어진 검은 전선 줄기, 휘고 낡고 벗겨지고 노끈이 둘둘 감긴 나무 막대, 그들을 두루 묶는 크고 강렬한 원, 금속을 덮은 텁텁한 도장 면, 그리고 배경의 흰 벽 중간 어름에 문득 박힌 주먹만 한 돌멩이 둘 등을 만난다. 이 모든 요소는 마치 한 장의 그림 얽힌다. 조각 작품 옆 조그마한 드로잉 작업이 화면 바깥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입체작업임에도 평면과 이질감이 없는 모습을 갖고 있다.

양 작가가 추구한 기존 조형 메커니즘이 주어진 형태나 색상, 덩어리를 살리면서 변화를 줄 크고 작은 보조 요소들로 모이고 덧붙여 서로를 옭아매며 한 덩어리로 진화해나가는 형상이었다면, 근간의 작업은 들어갈 데는 더 들어가고 나올 데 더 나온, 단단한 외양과 치밀한 설계, 긴밀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이전보다 ‘보다 계획적’으로 변화했다.

기껏해야 작은 구슬이나 철사 정도였던 표면 기물들은 이제, 단서의 냄새를 잔뜩 풍기는 작고 다양한 구체적 사물로 확장했다. 덩어리 곳곳에선 인물이나 동물의 자태가 엿보이고, 이들은 좀 더 애매하고 미묘하고 간지럽고 어중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구름에서’ 시리즈,혼합재료,가변크기,2021 (사진= OCI 미술관 제공)
▲‘구름에서’ 시리즈,혼합재료,가변크기,2021 (사진= OCI 미술관 제공)

《Maybe it’s like that》은 전시 제목 그대로 ‘그럴 거 아닐까’라고 말한다. 전시에선 핵심을 꿰뚫지 못하고 이곳저곳 괜히 기웃대는-그럼에도 행여나 보탬이 될까 싶어 대범히 버리지도 못하는- 앙상한 힌트를 연상케 한다. 올곧지 못한 기둥, 비뚜름한 회전축, 직선인 듯 곡선인 듯 너울대는 실올. 둔각과 예각은 뒤섞이고, 무거운 가운데 가냘프게 움직인다. 이러한 동작들은 점차 거듭되며 결국 그 간절함을 잃고, 보는 이와 듣는 이에게 메아리처럼 울린다. 작품이 전달하는 느슨함과 애매함, 엇갈림이 양정욱이 표현하고자한 “Maybe it's like that (아마 그럴 것 같다)”라 생각의 고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