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26일 개막…“360도 회전무대서 4시간 동안 펼쳐지는 무대”
국립극단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26일 개막…“360도 회전무대서 4시간 동안 펼쳐지는 무대”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11.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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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토니상 등 유수의 작품상을 석권한 토니 커쉬너 대표작, 한국 초연
소수자의 삶 통해 정치, 인종, 종교 등 1980년대 미국 사회 다층적 조명
배우 정경호 연극 무대 데뷔 … 8명의 배우가 이끌어 가는 최고의 연기 앙상블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를 오는 26일부터 한 달간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국립극단, 엔젤스 인 아메리카
▲국립극단, 엔젤스 인 아메리카

미국의 극작가 토니 커쉬너의 대표작으로 1991년 초연 시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을 포함하여 유수의 상을 휩쓴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파트 원과 파트 투로 구성된 작품을 합치면 장장 8시간에 이르는 대작이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반동성애적 분위기의 사회 속에서 신체적, 심리적으로 버텨야 했던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은유적 서사로 풀어냈다. 

2018년에는 <워호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등 화제작을 연출한 마리안 엘리에트가 영국 국립극장에서 제작하여 토니상을 받았다. 동성애, 인종, 종교, 정치, 환경 등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작품이 쓰인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동성애, 인종, 종교, 정치, 환경 등 2021년의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화두를 던진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와이프>, <그을린 사랑> 등으로 연극계에 묵직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는 신유청이 연출을 맡았다. 

연극계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대작으로,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이자 타자들이 충돌하면서 조화를 찾아가는 서사의 보편성에 의미를 두어 국립극단은 작품을 선택했다. 이는 연극의 의미를 ‘사람’에서 찾으며 작업해온 신유청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작품해석의 틀로 성서를 선택해 원작이 내포하는 상징과 은유를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방대한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가며 1980년대 미국의 이야기가 이 시대 한국 관객에게 의미하는 바를 담아낸다. 소수자들의 사랑과 삶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그리지만 유쾌하고 위트 넘치는 포장지로 내용물을 담았다.

작품의 배경은 뉴욕이다. 에이즈에 걸린 프라이어와 그의 동성 연인 루이스, 몰몬교로서 자신의 성 정체성에 괴로워하는 남자 조와 약물에 중독된 그의 아내 하퍼, 극우 보수주의자이며 권력에 집착하는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등 세 가지 이야기가 축을 이루며 교차한다. 

▲국립극단, 엔젤스 인 아메리카

극을 끌어가는 중심축인 ‘프라이어’ 역에는 최근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정경호가 캐스팅됐다. 영국 공연에서 영화 <스파이더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 앤드류 가필드가 열연하여 2018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배역이다. 또, 실존 인물로서 미국 정치계를 좌지우지한 변호사 ‘로이’ 역의 박지일과 전직 드랙퀸 ‘벨리즈’ 역이자 국립극단 시즌단원인 박용우는 실제 부자 관계로,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이 밖에도 노련한 연기력으로 관객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쌓아 온 중견 배우 전국향을 필두로 권은혜, 김보나, 김세환, 정환 등의 배우가 출연하여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 준다.

장면 전환이 잦고,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한 무대에 병렬로 담는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 무대 배경은 360도 회전하는 무대로 풀어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천사’의 등장 장면은 이 공연의 백미로 관객에게 마법 같은 무대 경험을 선물한다. 

관록의 배우 박지일, 전국향을 필두로 정경호와 정환, 그리고 국립극단 시즌단원 권은혜, 김보나, 김세환, 박용우 등 8명이 보여 주는 탄탄한 연기 앙상블은 3시간 45분의 러닝타임이 무색하게 관객을 극 속으로 빨아들일 것이다. 다수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로 우리 사회의 보편을 이야기하는 것, 올겨울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물음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신유청 연출은 “전염병이 창궐하여 분열이 초래된 이 시대의 한국 사회에 이 작품이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 또한 특정 시대와 국가의 색이 강한 번역극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연극으로 어떻게 자리 잡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겉으로 드러난 사회적 문제들보다 내면의 죄의식, 양심 등과 같은 보편적인 것에 집중했다”라고 전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는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동반자 외 좌석 한 칸 띄어 앉기’로 운영한다. 4매까지 연석으로 구매할 수 있다. 선택한 좌석 좌우로 한 칸 거리두기가 자동으로 지정되는 방식이다. 12월 5일 공연종료 후에는 신유청 연출, 박지일, 정경호 배우가 참여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진행되며, 매주 목, 일요일에는 영문 자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문의 1644-2003/3만원~6만원)


국립극단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

기   간 : 2021.11.26.~12.26.
관람등급 : 20세 이상 관람가(미성년자 관람불가)
시   간 : 평일 19시 / 토, 일 15시(화요일 쉼)
소요시간 : 225분(인터미션 2회 포함)
작/연출 : 토니 커쉬너 작/ 신유청 연출
문의·예매 : 1644-2003 | 국립극단
장   소 :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입장권 : R석 60,000원, S석 45,000원, A석 30,000원
예술가와의 대화
12.5(일) 공연종료 후
*참석자: 신유청(연출), 박지일(로이役), 정경호(프라이어役)
외국어 자막서비스 : 매주 목요일, 일요일 영문 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