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프리뷰]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展, 미디어아트가 이끄는 현실 속 꿈의 세계
[전시 프리뷰]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展, 미디어아트가 이끄는 현실 속 꿈의 세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1.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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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와이즈파크, 11일부터 9월30일까지
성립, 토니 림, 문준용 작가 참여
‘꿈 속의 자연’ 주제로 서사성 강조된 미디어 아트 전시
꿈에 대한 평이한 해석과 구조 아쉬움 남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개인의 소망을 담은 꿈, 고된 현실을 잠시나마 떠날 수 있게 하는 환상의 공간으로서의 꿈. 이 꿈 속 공간의 자연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전시가 펼쳐진다. 전시 전문기획사 훌리악(대표이사 박선호, 강정민)이 미디어아트 전시 전문그룹 미디어아트랩(Media Art Lab, 이하 M.A.L) 신설을 기념해 준비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전시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이다. 11일부터 9월 30일까지 홍대 와이즈파크 지하 2층에서 개최된다.

▲사막
▲사막, 민트썸머‧M.A.L (사진=서울문화투데이)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으로 시작을 알린 M.A.L은 미디어아트 커뮤니티를 만들고, 오프라인‧온라인 상 전시 공간 구축, 메타버스‧NFT를 활용하는 마켓플레이스 조성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10일에는 훌리악 박선호 대표이사와 박예은 팀장, 토니 림(Tony Lim), 문준용, 성립 작가가 참석한 언론 간담회가 진행됐다.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은 국내 미디어아트 작가 토니 림, 문준용, 성립이 구현한 ‘꿈 속의 자연’을 선보이며, 그리니에브리데이, 아레아레아, 민트썸머, 포노멀, 이민진, 엄지, 유수지, 서지인, 프랭크 등 MZ세대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컨셉 일러스트 작가들의 평면 작품을 다양한 미디어 영상기술로 구현한다.

▲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는 (좌측부터) 성립, 토니 림, 문준용 작가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는 (좌측부터) 성립, 토니 림, 문준용 작가 (사진=서울문화투데이)

토니 림(Tony Lim), 문준용, 성립 작가는 기존 작품을 전시하고, 7명의 일러스트 작가는 공간과 전시 주제와 어우러지는 신작을 제작해 영상 매체로 선보인다. 총 15개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박선호 훌리악 대표이사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전시 시장은 꾸준하게 발전했고, 영화관 이외에 직접 공간을 방문하고 인증샷을 찍고 싶어 하는 수요자들이 나타났다”라며 “코로나 상황 속 갈 곳 없는 청춘들을 아우르고, 보다 색다른 공간을 경험하고자 하는 수요자들에게 작가들을 섭외해 공간을 기획해 선보이는 미디어아트의 전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서사 입힌 미디어아트 전시, ‘꿈’에 대한 해석이 평이하다는 아쉬움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이 기존에 다른 미디어아트 전시와 차별을 갖는 지점은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11명 작가의 개성 가득한 작품을 전시하면서도, 전시는 ‘꿈 속의 자연’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에 서사성을 만들어 작품 간 연결성을 만든다. 박 대표는 “흩날리는 꽃잎을 구현하거나 단순히 명화를 영상화하는 것에서 나아가, 미디어아트만이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을 가진 전시를 기획해야한다고 느꼈다”라며 “그 시작으로 전시에 하나의 이야기를 심어봤고, 이번 전시는 M.A.L이 선보이고자 하는 기획의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꿈, 토니 림 (사진=훌리악 제공)
▲다시, 꿈, 토니 림 (사진=훌리악 제공)

전시는 “꿈을 찾는 사람, 꿈을 잃어가는 사람, 꿈을 꾸지 않는 사람, 그들이 꿈을 찾아가는 과정과 함께한다”라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꿈속의 여정을 열어 보인다. 전시 공간은 ▲나의 숲(성립) ▲Color Spot(M.A.L) ▲꽃의 시간(그리니에브리데이‧이민지‧M.A.L) ▲나무(엄지‧유수지‧M.A.L) ▲혼란(M.A.L) ▲유영(프랭크‧M.A.L) ▲우주의 순간(포노멀‧M.A.L) ▲사막(민트썸머‧M.A.L) ▲선잠(M.A.L) ▲다시, 꿈(토니 림) ▲나의 그림자(문준용) ▲Color Spot(M.A.L) ▲하루의 시작(M.A.L) ▲Dreamer(아레아레아‧유수지‧그리니에브리데이‧엄지‧포노멀‧M.A.L) ▲해몽(아레아레아‧M.A.L) 순으로 구성됐다.

잠에 빠져드는 순간을 은유하는 작품으로 시작해, 아름다운 자연물과 환상적 요소가 배치된 바다와 우주의 꿈속 공간을 보여준다. 이어서 현실의 장벽을 은유하는 공간으로 혼란과 갈망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이후, 다시 자신의 작은 꿈을 찾아서 각자의 색채를 가지고 있는 아침을 맞이한다는 스토리 라인이 전시가 갖고 있는 서사다.

간담회에서는 전시 스토리라인이 ‘꿈’에 대해 너무나 평이한 해석을 토대로 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내 전시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람객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 강력한 차별 지점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좌측부터) 박선호 대표, 성립 작가, 토니 림 작가, 문준용 작가, 박인영 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좌측부터) 박선호 대표, 성립 작가, 토니 림 작가, 문준용 작가, 박예은 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박 대표는 이 점에서 동의하고 아쉬운 지점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어서 “최근 전시를 많이 즐기고 있는 세대는 MZ세대, 즉 20대 관람객으로 이들이 좀 더 쉽게 전시 주제에 진입하길 바라서 평이한 구성을 택했다”라며 “전시 공간 안에서 아주 짧은 글을 읽고도 전시를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 좀 더 쉽게 풀고자 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 전시장에는 아주 짧고, 단편적인 문장으로 작품을 설명한다. 공간마다 아름다운 영상 작품들이 이어지고, 몽환적인 음악이 함께 재생돼 꿈속을 유영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전면 거울들은 영상 작품을 색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을 만든다. 거울을 통해 미디어 작품을 볼 때면 관람객 스스로가 영상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도 받게 한다.

거대한 미디어 월이 주는 공간적 충만감은 현실과 떨어진 세계로 즉각적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한다. 다채로운 공간과 아름다움,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여러 포토 스폿들은 MZ세대 관람객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시장에는 특별한 관람 동선 안내가 없어 스토리 구성을 직관적으로 인지하긴 어렵다. 기존 미디어 전시를 넘어 새로운 방향성을 지향하는 토대로 제안한 스토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유영, 프랭크‧M.A.L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국내 대표 미디어아트 작가 3인 3색 돋보여

이번 전시에서 성립 작가는 <나의 숲>, 토니 림 작가는 <다시, 꿈>, 문준용 작가는 <나의 그림자>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3명의 작가들은 ‘꿈속의 자연’이라는 주제 하에서 작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색채를 드러낸다. <나의 숲>은 전시 가장 맨 처음에 배치됐다.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은 완전히 폐쇄된 공간으로 거대한 흰 숲에 들어온 느낌을 자아낸다. 성립 작가는 거꾸로 서있는 나무, 뿌리가 없는 나무들 같이 현실에 없는 모습들로 꿈의 문을 연다. 작가는 뿌리 없는 나무들의 자유로움, 지속성에 집중해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토니 림, 문준용 작가의 작품은 인터렉티브 작품으로 관람객이 작품과 함께 호흡해볼 수 있는 재미를 제안한다. 토니 림 작가는 발칙한 상상이 토대가 된 작품을 선보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토니 림은 “사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 어릴 적부터 지속적으로 꿔왔던 꿈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이번 작품 역시 내가 겪은 꿈의 모습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싶어 제작하게 됐다”라며 “미디어아트 분야는 가끔 작품보다 기술적인 분야가 더욱 부각될 때가 있는데, 기술을 인지하기보다 작품을 직관적으로 느끼고 즐거워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나의 숲, 성립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나의 숲, 성립 (사진=서울문화투데이)

토니 림 작가의 <다시, 꿈>은 작품에 설치된 카메라 앞에 관람객이 섰을 때 미디어 영상 작품 안으로 관람객 모습을 구현한다. 그 모습은 실제 관람객 모습 그대로일 때도 있고, 수많은 점으로 이뤄져 관람자의 형체만을 구현하기도 한다.

문준용 작가의 <나의 그림자>는 2018년도 작품으로 그림자와 증강현실을 접목시킨 그의 연작에서 초기작에 해당한다. 간담회에서는 자신의 초기작을 마주하는 기분이 어떠한 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이에 문 작가는 “귀여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작품은 규모가 더욱 커졌고, 단순해진 경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문 작가는 그림자와 증강현실을 접목시킨 작업에 흥미를 느끼게 된 이유로 ‘감성’을 꼽았다. ‘증강현실’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차가움을 그림자가 가진 감성이 상쇄시키면서 ‘따뜻한 증강현실’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나의 그림자, 문준용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나의 그림자, 문준용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문 작가의 <나의 그림자>는 관객이 전시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서 자신의 그림자의 이동과 증강현실 속 인물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현실의 상을 왜곡시키며 새로운 상상력을 발현시킨다. 문 작가는 “다른 증강현실 작품들이 게임 같은 느낌이 있었다면, 내 작품은 시적인 느낌을 자아낸다”라고 말했다.

전시 《The Color Spot: 꿈속의 자연》은 차가운 겨울 현대사회에 던지는 몽환적인 힐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공간이 주는 다채로움과 화려함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3명의 미디어 아트 작가들 작품이 전시의 깊이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인증샷을 찍는 전시가 아닌, ‘꿈’이 가지고 있는 희망과 위안도 관람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길 바란다.

전시 입장료는 일반 20,000원, 어린이(4~13세) 10,000원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마지막 입장은 오후 8시에 마감된다. 전시관련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www.thecolorspot.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