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경복궁 광화문에서 안동 도산서원까지”…지리학자, 미술사학자와 함께 『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
[신간]“경복궁 광화문에서 안동 도산서원까지”…지리학자, 미술사학자와 함께 『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5.0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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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선생이 우리에게 선물한 길 소개
▲저자 이기봉·이태호|덕주|정가 18,500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1569년 3월 4일(음력), 퇴계 이황이 선조에게 사직 상소를 올리고 귀향길에 오른 날이다. 

매해 음력 3월 4일이면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은 퇴계 선생이 경복궁 사정전 앞에서 선조에게 하직 인사를 드리고 고향인 안동으로 귀향길을 떠난 날을 기려 13박 14일간 이 길을 따라 함께 걷는 재현 행사를 하고 있다. 이 행사는 퇴계 선생의 귀향 450주년이 되던 2019년부터 시작됐다. 

퇴계 선생의 귀향길을 복원한 지리학자 이기봉 박사가 글을 쓰고,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가 우리 국토 곳곳을 그림과 사진으로 담은 『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가 출간됐다.

당시 귀향길을 되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지리학자이자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인 이기봉 박사는 이 길을 처음으로 완주했다. 이후 이 길을 홀로 걷기도 하고, 때론 함께 걸으며 다섯 번이나 다녀왔으며, 일부 구간은 수없이 걸었다. 누군가는 지겹지 않냐고 왜 그 길만 걷느냐고 묻지만, 이기봉 박사는 일상에 지친 이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천국의 길, 해방의 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공저자인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는 귀향길에 오를 당시 퇴계 선생과 마침 같은 나이로, 경복궁에서 안동 도산서원까지 아흐레간 이 길을 걸으며 온몸으로 우리 국토를 호흡하며 인생이 넘쳐났다며 감탄해 마지않는다. 이태호 교수는 어스름한 하늘에 노란 조각달이 처연한 풍경, 걸으며 다가오고 지나치는 봄 강의 아침, 물안개 지는 신비로운 풍광 등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퇴계 선생은 말을 타고 배를 타고 13박 14일간 이 길을 갔지만, 오늘날 지방자치단체에서 길을 잘 닦아놓은 덕분에 우리는 걸어서 9일이면 최종 목적지인 안동 도산서원까지 도착할 수 있다. 이 길은 퇴계 선생의 귀향길이지만 퇴계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걷는 길은 아니다. 육백 리 귀향길은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았던 우리 국토 곳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며 걷는 나의 길, 우리의 길이다. 퇴계 선생 덕분에 역사의 길, 휴식의 길이 생긴 셈이다.

이기봉 박사는 “만약 퇴계 선생이 서울부터 충주까지 배를 타고 가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서 도시와 산업 개발이 가장 덜 이루어진 지역 중의 하나인 경상북도 동북쪽의 예안 고을 출신이 아니었다면, 안전한 육백 리 귀향길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길을 찾는 이가 많아져 언젠가 충주시와 단양군, 영주시에서 완벽하게 안전한 귀향길을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