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열화당 『나무와 돌과 어떤 것』, 나무로 들여다보는 삶의 면면
[신간] 열화당 『나무와 돌과 어떤 것』, 나무로 들여다보는 삶의 면면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7.06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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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테마로, 긴 산문 13편‧짧은 산문 79편 담아
나무에 대한 관찰에서 삶으로 나아가는 사색
▲산문집 『나무와 돌과 어떤 것』 이갑수/ 140×220cm / 특수양장 / 192면 / 값 16,000원 (사진=열화당 제공)
▲산문집 『나무와 돌과 어떤 것』 이갑수/ 140×220cm / 특수양장 / 192면 / 값 16,000원 (사진=열화당 제공)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식물학을 전공하고, 식물을 토대로 글을 짓는 이갑수 작가의 산문집이 『나무와 돌과 어떤 것』이 출간됐다. 사계절을 테마로 하는 13편의 긴 산문과 사계절을 이십사절기로 들여다보는 79편의 짧은 산문이 실려 있다. 짧은 산문들은 79가지 나무이름을 제목으로 내건다. 긴 산문은 식물을 우회해 저자의 삶의 곡절을 이야기하고, 짧은 산문은 제목으로 삼은 나무와 관련된 관찰 기록을 전한다.

이갑수 작가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거창에서 자라 서울대학교에서 식물학을 전공했지만, 여러 우회로를 거쳐 출판에 입문, 현재 궁리출판 대표로 있다.

은 ‘이굴기(필명)의 꽃산 꽃글’이란 제목으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연재했던 글 중 나무 산문을 고르고 새로 쓴 긴 산문을 보태 꾸민 것이다.

맞춤법에는 맞지 않지만 저자의 뜻에 따라 그가 어릴 적 쓰던 사투리를 글 속에서 그대로 살렸고 ‘나뭇’으로 쓰이는 나무 학명의 사이시옷을 탈락시켜 ‘나무’라는 이름을 보존했다.

산문집은 사계절을 주제로 삼아 구성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에 걸친 저자의 기록 중에는 친숙한 이름과 낯선 이름이 공존한다. 벚나무나 목련, 개나리, 살구나무, 대나무같이 익숙한 나무들이 있는가 하면 말오줌때, 귀룽나무, 덜꿩나무, 물박달나무, 까마귀쪽나무 같이 흔히 알려지지 않은 나무들도 있다.

이 작가는 자연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듯, 동시에 담담히 삶의 어떤 면면들을 엮어서 풀어낸다. “다음 날 사무실에 출근하니 그간 시들시들했던 식물들이 생생하게 반짝거리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것은 한 공간에 같이 있어도 나와는 아무런 접점이 없던 식물들의 사생활에 내가 구체적으로 개입했다는 뜻이었다. 그때 문득 목석같던 마음 한구석에서 식물과 내가 서로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어나는 게 아닌가. 꺼칠꺼칠한 나무의 줄기와 띵띵한 내 다리가 근본적으로 같은 성분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가 하는 과감한 관점의 확장으로까지 치달았다. 둘 다 태우면 재만 남기 마련이다.(『나무와 돌과 어떤 것』-「곡(哭), 소나무, 소나무, 소나무」 중에서”

『나무와 돌과 어떤 것』은 이 작가가 식물을 대하는 학문적이고 일상적인 태도를 담아내는 동시에, 나무와 돌을 통해 구성해나간 자신의 세계를 전하고 있다. 우리의 삶 속 익숙한 존재로부터 시작되는 삶에 관한 발화는 읽는 이에게 색다른 사색의 경험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