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서예로 봄을 열다…남정 최정균展·서예박물관 소장품展
예술의 전당, 서예로 봄을 열다…남정 최정균展·서예박물관 소장품展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4.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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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5.5, 남정 최정균 탄생 100주년 기념 : 싹
4.13~6.9, 서예박물관 한글 소장품 특별전 ‘봄이 되는 글’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오는 13일, 예술의전당에 서예로 봄을 여는 두 전시가 찾아온다. 예술의전당은 내달 5일까지 《남정 최정균 탄생 100주년 기념전 : 싹》을, 오는 6월 9월까지 《서예박물관 한글 소장품 특별전 봄이 되는 글》을 개최한다.

▲백채도, 1984, 종이에 수묵담채, 41.6x67.1cm
▲백채도, 1984, 종이에 수묵담채, 41.6x67.1cm

《남정 최정균 탄생 100주년 기념 : 싹》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 서예 및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인 남정(南丁) 최정균(崔正均, 1924~2001)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했다. 최정균의 예술세계와 생애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동시대를 풍미했던 서예 및 미술계 인물들의 작품을 다각도로 소개한다. 부인 배수임 여사가 2006년 예술의전당에 기증한 작품 39건 43점을 포함, 총 150여 점의 작품 및 영상 자료가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는 ▲최정균의 그림과 글씨 대표작 ▲작품에 영향을 받은 사승(師承), ▲동시대 작가들과의 교유(交遊) ▲‘싹’으로 피어난 원광대학교 서예과 작가 등 네 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전시연계 세미나와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남정 최정균의 작품 세계와 서예, 문인화를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세미나는 ‘한국 현대 서예의 거장 남정 최정균 : 그의 역할과 위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예술의전당 컨퍼런스홀에서 오는 13일 진행된다.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은 전시 참여작가이자 원광대 서예과 출신 작가인 최미가 직접 지도하며, 전시기간 중 매주 토요일(4월 20일, 4월 27일, 5월 4일) 전시장 내부에서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네이버 예약으로 선착순으로 운영된다. 

▲연화도, 1981, 종이에 수묵담채 69x131cm
▲연화도, 1981, 종이에 수묵담채 69x131cm

문인화의 대가, 남정 최정균

남정 최정균은 서예와 문인화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그림과 글씨에 모두 능통했던 우리 시대 최고의 서화가다. 특히 매화와 연꽃에 정통하였는데 정통적인 구도에 담담한 묵법이 그의 정신과 닿아있다. 최정균 글씨의 큰 뿌리는 행초서를 구사하는 소전 손재형에 닿아있지만 말년에는 자기만의 방필획(方筆劃)을 구사하며 서화(書畫)가 하나 되는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1988년 원광대학교 미술대학에 서예학과를 처음으로 창설하였으며, 한국 서예 발전을 견인한 교육자로도 높게 평가받는다. 1988년 원광대학교 미술대학에 서예학과를 처음으로 개설한 남정의 전무후무한 업적의 영향으로 이후 종합대학 4곳에 서예과가 개설되고, 대학원에 석박사 과정도 개설되어 서예의 붐이 일었다. 

최정균의 예술세계는 4시기로 나누는데 제1기(1960년대, 40대 전후) ‘소전체’의 영향이 강한 학서기(學書期), 제2기(1970년대, 50대전후) ‘소전풍’의 탈각과 창작영역 확충 실험시기, 제3기(1980년대, 60대전후) 서화가 하나 되는 독자적인 남정예술의 완성기, 제4기(1990년대, 70대전후) 작품기증을 통한 사회 환원과 정리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서예박물관 한글 소장품 특별전 ‘봄이 되는 글’》 

전시는 예술의전당이 1988년 개관 이후 지속적으로 수집해 온 서예 작품들 가운데,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선보이기 위한 작품 30여 점을 엄선했다. 한국 서예계의 대들보로 손꼽히는 원곡 김기승과 일중 김충현‧여초 김응현 형제, 궁체의 미를 계승한 갈물 이철경‧꽃뜰 이미경 자매, 한글 서예의 새로운 지평을 연 평보 서희환 등 20세기 한국 서예사를 빛낸 거장들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이 서예를 조금 더 쉽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글’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유지원 글문화연구소 소장과 황정수 미술사가가 전시의 감상 포인트를 안내하는 특별 전시 가이드를 마련하며 쉬운 이해를 돕는다. 

▲이철경, 환산별곡, 1988, 118x45cm
▲이철경, 환산별곡, 1988, 118x45cm

20세기를 빛낸 서예 거장들

김기승(1909~2000)과 김충현(1921~2006)은 한문은 물론 한글 서예에서도 20세기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대가들이다. 성경책과 찬송가 표지, 심지어는 길거리 노포의 간판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김기승의 원곡체는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대표적인 한글 서체라 할 수 있다. 일중 김충현은 독립기념관, 유관순 기념비 등을 비롯해 전국에 가장 많은 현판 글씨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며 한글 고체를 창안하기도 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서체를 만들어 낸 이들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을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철경(1914~1989)과 이미경(1918~2022) 자매는 한글 궁체의 대모(代母)로, 이철경과 쌍둥이 자매인 봄뫼 이각경(월북)과 더불어 한국 근현대 서예를 대표하는 여성 서예가들이다. 특히 이들은 한글 궁체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크나큰 족적을 남겼는데, 이철경이 창설한 ‘(사)갈물한글서회’는 한글 궁체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한글 서예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의 맥을 잇는 늘샘 권오실, 난정 이지연, 산돌 조용선 등의 아름다운 궁체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조희구, 촌각시되어, 2000, 31x101cm
▲조희구, 촌각시되어, 2000, 31x101cm

전통에서 현대로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문 서예와 비교할 때, 한글 서예의 역사는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이후 한글문화가 점차 자리 잡으면서 한글 서예 또한 그 자생력을 키우고 대중화의 길을 모색해왔다. 판본체와 궁체 등 전통적인 서체를 계승, 발전시키는 한편, 작가들만의 고유한 서체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1968년 평보 서희환(1934~1995)이 국전(國展)에서 최초로 한글 서예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한글 서예가 단순히 전통적인 가치를 이어가는 것을 넘어, 현대적인 감각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적 영역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글 서예에서 독보적인 길을 개척한 서희환 뿐 아니라 월정 정주상, 초정 권창륜, 벽강 조희구 등 개성 있는 서체를 남긴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관계자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은 대중들이 서예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라며, “어렵다고 느끼는 서예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두 전시 모두 무료로 별도의 전시 관람 예약은 필요하지 않다. 그 밖의 전시 관련 자세한 사항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s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