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우리 노래로 축하하자”…이동식 작사·이재석 작곡 <생일 축하의 노래>
“생일, 우리 노래로 축하하자”…이동식 작사·이재석 작곡 <생일 축하의 노래>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4.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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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은 생일 때 혹시 노래를 불렀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연구한 이상원씨는, 조선시대 후기의 기록가운데 운평(雲坪) 송능상(宋能相: 1710-1758)의 <단가삼장(短歌三章)>에 옥계 노진이 부른 생일축하노래가 한문으로 번역돼 실려있는 데 주목하고, 노진의 생일축하노래가 200년 뒤인 18세기에도 불려졌다고 추정한다(이상원, 조선시대 시가사의 구도와 시작, 2001, 보고사).

조선시대 효자로 유명한 옥계(玉溪) 노진(盧稹,1518~1578)이 어머니를 위해 회갑연에서 부른 시조, 조선 중기 시조문학의 금자탑이라고 할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 1467~1555)가 자신의 85세 생일에 부른 시조 등에 대한 기록들도 남아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에 생일을 맞은 주인공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노래들이 시대를 지나면서도 불려졌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아주 쉬운 노래가 아니라 시조와 같은 긴 노래 형태였다고 전해진다. 

더불어, 임금이나 왕실의 생일 때에는 축하의식이 엄연히 존재하고 이 때에 올리는 음악도 갖가지로 많았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살펴보면 정조는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어머니를 위한 회갑연을 열고 음식과 술과 음악을 올리는 진찬례를 행했다.

이런 멋진 전통이 있었지만 우리들에게는 이 음악이 전해지지 않았다. 중요한 의식에만 쓰고 끝난 것이리라. 정조가 생일 축하 노래를 만들어 올렸다면 다른 왕들도 그렇게 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생일 축하 노래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들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던 생일 축하 노래가 마치 없었던 것처럼 우리들의 기억에 들어와 자리잡지 못했다.

그 간격을 밀고 들어온 것이 이른바 ‘해피 버쓰데이 투 유’라는 미국의 생일 축하 노래이다. 19세기 미국 켄터키주 유치원 보모로 있던 밀드레드와 패티라는 자매가 원생들에게 아침 인사를 가르치기 위해 ‘굿 모닝 투유’를 작곡했다. 이후, 이 노래를 듣고 매료된 로버트 콜만이 어린이 애창곡집을 편찬하면서 ‘해피 버스데이 투 유’를 2절 가사로 덧붙여 출판한 것이 생일축하 노래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생일 축하 노래를 그대로 따라부르는 문화에 거부감을 느낀 이동식 저술가는, 방송국 기자로 재직하던 1988년 같은 회사 동료였던 이재석 음악감독과 의기투합하여 우리만의 생일 축하 노래를 만들게 된다.

이 저술가는 “곡이 세상에 나왔을 당시 공감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으나, 최근 이재석 선배의 따님이 만든 영상으로 30여년 만에 다시 살아났다”라며 “요란스럽지 않으면서 진실된 축하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