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81] 초록을 버무려 입은 장터마당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81] 초록을 버무려 입은 장터마당
  • 정영신
  • 승인 2024.04.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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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81

 

2021 강원 평창올림픽시장 Ⓒ정영신
2021 강원 평창올림픽시장 Ⓒ정영신

 

요즘 장에 가면 쑥으로 빚은 인절미를 즉석에서 썰어서 판다.

초록 들판을 한 쪽씩 통 크게 들고나온 난전할매들과 쑥떡을 나눠 먹으며

봄나물에 대한 성찬을 입술 위에 올리면 여기저기에서 초록내음을 내민다.

 

2023 온양 온천장 Ⓒ정영신
2023 온양 온천장 Ⓒ정영신

 

간이 나쁜 사람은 돌미나리를 먹어야 한다는 할매,

입맛이 없는 사람은 씀바귀를 먹어야 한다는 할매,

삽주뿌리를 먹으면 늙은이도 벌떡 일어난다는 할매,

당귀 싹을 먹으면 오장육부를 청소한다는 할매,

상추쌈은 오월에 먹어야 제맛이 난다는 할매,

원추리와 미역취, 고사리는 사월에 삶아 먹어야 제맛이 난다는 할매,

달래와 냉이, 민들레는 삼월에 무쳐 먹어야 제맛이 난다는 할매등,

할매들의 지혜는 여느 강의실보다 뜨겁게 달구어져

초록이 시샘할 정도에 이르러 멈춘다.

 

2011 평창 올림픽시장 Ⓒ정영신
2011 평창 올림픽시장 Ⓒ정영신

 

이처럼 봄은 할매들의 몸둥아리를 산으로 들로 불러낸다.

엇그제 구례산동장에서 만난 김순희할매는 머위, 두릅, 취나물을 펼쳐놓고

오겨이 촌에 사는 재미여라, 사방천지에서 요것들이 불러내싼게,

자다가도 엉릉날이 샜으면 그맘 뿐이랑께.”

 

2023 온양온천장 Ⓒ정영신
2023 온양온천장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