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한옥갤러리
이번 호는 오랫동안 좋은 정서로 남을 이색적인 전시공간, 강원 춘천에 있는 한옥갤러리 ‘예담 더 갤러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처음 이곳을 방문한 기억은 오래전 여름이었다. 붉은 체리열매들이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서 이미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향긋한 미소를 짓게 한 공간이었다. 어느 곳이나 그 장소를 만드는 것은 그 곳의 주인이며 그 주인장의 정서가 건물 내외부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작품이 전시된 내부공간으로 들어가기전부터 소담스러운 정원은 사계절 내내 자연의 변화와 흐름이 큰 축복으로 느껴진다. 우연히 돌바닥 틈사이에서 힘겹게 자리한 풀한 포기를 발견했더랬다. 이름도 모를 잡초인 것은 확실한데 척박한 바닥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곳이 하도 갸륵하여 갤러리 관장님을 불러 보여드리니 이미 발견을 하고 절대 제거하지 않는다한다. 자연의 풀한 포기도 너무 귀엽고 소중하다며 함께 웃음을 짓던 일이 떠오른다. 쉽게 지나칠만한 작은 풀잎도 귀히 볼줄 아는 이가 이곳의 책임자라면 어떤 작가와 예술품을 만나더라도 작품 속에 깃든 의미와 그 정성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춘천 낭만골목과 효자동의 유래
예담갤러리는 춘천낭만골목으로 불리는 효자동에 위치하고 있다. 오래전에 구획된 효자동은 자동차의 이동이 불편한 정도로 좁디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져있는데 효자동 벽화마을은 꽤 긴벽에 85명의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그림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옛 정감을 더한 곳으로 유명한 이유가 있다.
효자동의 유래는 조선시대 춘천에 살던 반희언의 효행을 선양하고자 효자동이라 명명하게 되었다는데 희언의 효심이 지극하여 아버지 반처량이 임진왜란 때 전사하자 아버지를 선산에 모시고 3년간 묘막에서 시묘살이를 하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병세가 악화된 어머니를 간호하다가 꿈에 나타난 산신령의 명대로 대룡산에 있는 시체 세구 중 한구의 머리를 힘겹게 고아드렸으나 알고 보니 그것은 산삼이었고 어머니의 병이 싹 나았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옛이야기가 전해진다. 병중에 딸기가 먹고 싶다는 94세 된 어머니를 위하여 한겨울의 산야를 모두 뒤져서 딸기를 구해왔다니 과연 전설의 고향 프로그램에 소개될 만큼 놀라운 효행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3년간 시묘까지 한 희언의 효성을 표창하고자 선조 41년(1608) 지방유림들이 이 동네에 효자문을 세우게 되었단다.
이런 풍문과 함께 옛 정취가 묻어나는 곳이니 만큼 여행객뿐 아니라 춘천을 걷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근처에 축제극장 몸짓, 춘천문화예술회관 등이 위치하여 춘천의 예술문화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마을길을 걷다보면 마을의 유래와 함께 흥미로운 지역문화를 느낄 수 있으니 운동화를 신고 골목골목 다닐만하다.
옛정서를 살린, 현시대에 맞는 전시공간
한옥갤러리가 주는 아늑함이 있다. 최대한 옛 정서를 살리되 현시대에 맞는 전시공간이 되어야하는데 그런 점에서 ‘예담 더 갤러리’는 매우 고풍스러우면서도 정겹게 느껴져 한옥의 정취를 더하는 반면 관리자의 냉철한 시선으로 매달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초대하고 있다.
그동안 초대된 작가와 주요작품으로는 은은한 먹빛으로 유명한 박무숙작가의 한글서예, 50년간 화단을 지켜온 유병훈교수, 유승현작가의 설치도자, 디지털미디어 두소끔작가, 김대영 화가, 원용석작가의 전각, 이병희작가의 나무공예 등이 전시된바 있다. 매달 각기 다른 주제와 개성 있는 장르의 작가를 초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 예담갤러리는 한 달에 한번 작가를 발굴하여 초대전을 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또한 중견작가와 원로작가, 신진작가의 전시초대 비율을 균형 있게 다루며 각 세대가 겪는 문화의 차이를 좁혀주고 있다. 언제든 좋은 작품을 고즈넉한 한옥에서 관람 할 수 있다는 장점이외에도 춘천 지역의 문화를 은은하게 지켜가며 효자동의 문화를 시민들과 관객들과 공유하고 있는 문화지키미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봄꽃이 지고 새로운 설렘이 필요할 때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필요할 때 작고 소담한 이곳, 예담 더 갤러리를 찾아보라. 실내 작품을 영접하기도 전에 정원의 돌밑에서 올라오는 풀한 포기가 그대에게 말을 걸어줄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