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극인 100분 토론회 <마당에 서다>
서울 연극인 100분 토론회 <마당에 서다>
  • 정지선 기자
  • 승인 2010.03.30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통부재, 정보부재로 갈 길 잃은 연극계의 미래는?

원로 연극인들을 비롯해 연극계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토론자로 나선 오세곤 교수, 서울연극협회 송형종 부회장, 극단 피악 나진환 대표(왼쪽부터)

지난 29일 원더스페이스 5층 네모극장(대학로 소재)에서는 서울연극인 100분 토론회 <마당에 서다>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울 연극계 현안과 문화정책에 대해’라는 주제 아래, 크게 세 가지 토론 주제를 중심으로 논의됐다.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의 인사말로 이날 토론회는 시작됐다.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은 인사말에서 “마음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토론회를 진행하기 위해 관공서 관련 담당자들에게 참석을 요청했으나 참석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서울연극협회 김태훈 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순천향대 오세곤 교수와 서울연극협회 송형종 부회장, 극단 피악 나진환 대표 3인이 토론자로 나섰다. 또한 연극계 현재 이슈들이 논의되는 만큼 각계 인사들이 참석,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논의와 질의가 쏟아졌다.

토론회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아르코 극장과 대학로 예술극장의 통합, 둘째는 연극인 강사, 셋째는 국립극단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였다.

현재 연극계 종사자들이 가장 민감한 문제로 지적한 문제인 아르코 극장과 대학로 예술극장 문제에 대해 오 교수는 정보에 대한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어떠한 정보든지 우선 알리고, 연극인들 역시 정보를 얻고 알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르코 극장과 대학로 예술극장 통합 운영은 작년 9월부터 논의를 시작해 조직의 슬림화를 위해 진행한 사업이다. 이와 함께 전용극장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오 교수는 “전용극장화 하기 위해서는 설계할 때부터 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한국소극장협회 정대경 이사장은 “문화예술지원정책의 변화로 이제 작품을 지원하게 됐다. 알다시피 제작비에서 대관료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공공극장의 임대사업은 소극장을 개선시킬 수 있다. 120여개의 대학로 소극장 가운데 프로듀서 기능을 갖춘 전용극장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극장임에도 불구하고 대관료가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학로공연예술센터 공연기획부 임수연 차장은 “대학로예술극장 대관료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다음으로 저렴하고, 아르코 예술극장 대관료는 가장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며 “아르코 예술극장의 경우 60편의 작품 중에서 39편의 기획 작품은 대관료 면제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연극교육 강사협의회 문지영 회장이 연극인 강사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극인 강사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연극교육 강사협의회 문지영 회장이 연극교육위원회 위원들을 질타하면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지난 2005년 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되면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설립됐다. 다양한 사업들 중 하나인 예술강사지원사업은 민간에서 시작해 2005년 진흥원으로 이관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처음 시작은 연극인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으나 추진 과정에서 학교 교육현장과 밀접해졌고, 현재는 학교 선정이나 수업 시수 등 해결할 과제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인 것이다.

문 회장은 “연극교육위원회 위원들은 토론도 없이 정부로부터 지시만 받는다고 언급했지만 그렇게 본다면 우리 역시 진흥원으로부터 통보받기는 마찬가지 아니겠냐”며 “예술강사지원제도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시스템에 대한 학습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극단 이상직 단원이 국립극단의 현 실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안건인 국립극단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에 앞서 국립극단 이상직 단원이 국립극단의 당면과제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단원은 “국립극단은 해체를 앞두고 있다. 전통에 대한 승계도 고용 승계도 없을 것”이라며 다소 격양되고,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단원으로 지내온 지 17년이다. 단원으로 지내며 3년마다 교체되는 극장장을 보며, 조직의 비효율성에 대해 생각했다. 3년이라는 임기동안 극장장은 전임 예술감독과의 마찰로 1년을, 논의하면서 또 1년을,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남은 1년을 보낸다. 이 상황 속에서는 국립극단만의 노하우가 쌓일 겨를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 단원은 예산 부족 문제도 지적하면서 연극인들 모두 대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립극장 류상록 예술경영팀장은 “국립극장의 법인화는 공무원의 경영 실패를 인정하고 민간경영 전문가 또는 예술경영 전문가에게 돌려주는 작업”이라며 “4월 중순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비판받을 것은 받고,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의 안건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으며, 연극계 종사자들에게 공론의 장 마련이 얼마나 절실하게 요구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서울문화투데이 정지선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