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옆 북촌‘돌담집’
창덕궁 옆 북촌‘돌담집’
  • 이은영기자
  • 승인 2009.01.21 13: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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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있는 돌담속에 들어앉은 시골밥상

늦은 점심시간.
한 쪽에서 왁자한 소리가 들린다.
저녁시간도 아닌 점심에 낮술 한잔 하는 것도 아닐터이고.

방안을 살짝 들여다 보니 적당히 나이드신 아주머니들이 음식이 나올 때마다 그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기자가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묻자 “이 집 음식은 하나 하나가 다 맛있고 푸짐해서 상만봐도 그저 기분이 좋아서 그런다”며 행복한 웃음을 터트린다. 아주머니들은 이 동네에서 몇 십 년을 사신 분들로 ‘돌담집’ 오픈 때부터 단골이란다.

▲ 30여 가지 반찬이 한상 가득한 돌담집 시골밥상

미나리나물, 취나물, 오이나물, 버섯볶음, 미역줄기무침, 돋나물,고추볶음, 톳나물, 콩나물무침 ,마늘쫑무침, 무나물, 숙주나물, 장조림, 어묵무침, 야채전, 깍두기, 김치, 계란찜, 도라지 굴무침, 꼬막, 김, 미역국 스무가지가 넘는 반찬이 골고루, 한 상 가득 나온다.

손이 많이 가서 자주 해 먹기 어려운 갖가지 나물들 열 몇 가지가 항상 나온다. 거기다 명태코다리찜은 짭짤하면서도 달착지근해 입에 착착 감긴다. 생선은 고등어나 조기 등 그 때 그 때 나는 제 철 생선을 올린다. 가끔 운 좋은 날은 이 집 사장님이 직접 담근 꽃게장을 맛볼 수 도 있다.

흰밥을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검정쌀은 넣은 잡곡밥과, 어린시절 어머니의 맛이 나는 된장찌게가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인스턴트의 얕은 맛이 아닌, 한 여름 뙤약볕에 햇볕을 듬뿍 받고 숙성된 된장의 깊은맛이 우러나기 때문이다.

된장은 경기도 연천에 사는 이 집 사장님 여동생이 직접 담아서 공수해 온다. 돌담집은 솔직히 음식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거나 맛깔나게 보이게 차려내오지는 않는다.

기자가 맛집 취재를 간 날도 특별히 따로 준비를 하지 않았다. 차림새도 음식만큼이나 꾸밈이 없다. 그러나 투박하지만 구수한 음식의 맛은 촌스러운 입맛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딱 안성마춤인 집이다.

20년간 한 자리에서 돌담집을 운영해 오고 있는 주인인 김진주 사장은 “그저 성의를 다해서 준비하고 오신 손님들이 맛있다, 잘 먹었다 하면 그것이 보람”이라고 수줍게 웃는다.

돌담집은 한 때 충무로가 전성기일 때 유명한 배우들과 감독들의 단골이었다. ‘욘사마’ 배용준을 비롯해서 유오성, 심혜진 등 연극인이자 전 국립극장장을 지낸 김명곤씨, 정일성 촬영감독을 비롯해서 박광수 감독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 맛집으로 손꼽히곤하던 유명한 집이기도 하다.

돌담집은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안국역에서 슬슬 걸어 산보를 하기 좋을만한 거리에 있다. 헌법재판소를 지나 북촌 입구 재동초등학교 앞 4거리에서 창덕궁쪽으로 꺽어 들어가면 서울 시내에 이런 길이 ‘있나 할’ 조용한 동네가 나온다. 고즈녁한 길을 따라 얕은 언덕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돌담집’이란 간판이 나온다.

돌담집은 이름 그대로 돌담으로 된, 한 눈에 봐도 소박하고 오래된 느낌이 묻어난다. 마을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안국역에서 중앙고등학교 가는 방향의 마을버스를 타면 돌담집 바로 건너에서 내릴 수 있다. 이 동네 한 주민은 주인 사장님에게 세 가지의 놀라운 사실이 있다고 귀뜸해 준다.

연세가 60이 넘으신 분의 이름이 ‘진주’라는 것과 겉 모습은 굉장히 수줍음이 많은데 어디 놀러라도 가면 너무나 잘 놀아서(?) 또 한 번 놀란다. 또 한 가지는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우렁찬 목소리로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 번 놀란다는 것이다.

돌담집 주 메뉴는 한정식으로 주인 사장님의 말대로“싸다고 할 수도 비싸다고 할 수도 없는 가격”인 9천원이다. 그 외 더덕구이와 낙지볶음, 제육볶음 등이 2만원 정도의 메뉴로 따로 주문할 수 있다. 단체로 30명까지는 가능하다. 문의 (02) 762-1865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기자 young@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