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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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를레앙 허(허성우)
  • 승인 2010.05.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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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가운데 롯시니, 도니제티, 벨리니는 나폴리 오페라의 전성시대인 벨칸토 오페라 시대를 이끈 주역들이다.

벨칸토 오페라( bel canto opera)는 성악가에게 유연한 가창력과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했던 19세기 전반기의 오페라이다.

특히 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1797~1848) 19세기 초 오페라부파에서 오페라 세리아로의 전환점에 위치한 작곡가인데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사랑의 묘약>은 오페라부파에 속하며, 1835년 나폴리의 산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됐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는 오페라 세리아(=진지한 오페라)의 서막을 알린 작품에 해당한다 . “음악가는 딱 굶어죽기 좋은 직업이다.”

후대에 음악의 어머니로 칭송받은 <메시아>의 작곡가 헨델이 자식이 음악가로 성장하길 원하지 않았던 그의 아버지로부터 잊을만하면 듣던 멘트이다 , 자식이 음악가로 성장하길 반대하는 집안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반복 재생되고 있는 데, 도니제티 그 역시 처음에는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했어야 했다.

그는 작곡가 초기에 볼로냐 음악원의 선배이자 당대 큰 인기를 구가했던 롯시니의 오페라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면 출연진 전원이 합창하며 피날레를 장식한다든지 크레센도를 넣어 극적 긴장감을 높인 점,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비중을 높인 점이 그러하다.

한편, 승부욕도 강했는 데  롯시니의 출세작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보름이 채 걸리지 않아 작곡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도니제티는 롯시니를 게으름뱅이 라고 놀려됐으니 말이다. 벨리니는 죽고 롯시니는 파리에서 은둔하고 있을 무렵 도니제티를 유럽 최고의 작곡가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 바로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 이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으로 팬들을 웃기고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로 울리던 도니제티는 무려 70여편의 오페라를 남기는 대 작곡가가 된다.

19세기 초 유럽 예술가들에게는 낭만주의의 시대였다, 이 시대를 <실성의 시대>라 말하기도 하는 데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기이한 환상의 세계를 추구하며 그 환상속에서 인간의 진실을 발견하려 했던 유럽 예술가들은 광기와 착란을 일상화 했다.

비극미의 절정으로 알려진 < 람메르 무어의 루치아>는 비제와 롯시니에게도 작곡의 영감을 불어넣었던 월터 스코트(Walter Scott:1771~1832)의 소설에서 태어났다. 어느날 우연히 신문을 읽다가 정략적인 이유로 결혼을 강요당한 뒤 첫날밤에 신랑을 죽인 기사를 발견한 월터는 호기심이 발동해 살인사건이 발생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인접한 항구도시 래미무어를 방문한다.

그 후, 이 비극적인 실화는 문학작품으로 탄생하는데 1819년 래미무어(=람메르무어의 영어식이름) 의 신부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어 큰 인기를 끌며 유럽전역에 알려진다. 이 작품은 스코틀랜드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다. 여주인공인 루치아는 원수가문의 아들인 에드가르도와 이미 깊은 사랑에 빠져 있다. 루치아는 사랑에 조건을 따지지 않는 순수하고 어린아이같은  존재이지만 그녀의 오빠 엔리코는 그들의 사랑을 용납하지 않았다.

에드가르도가 프랑스로 가있는 동안에 루치아에게 보낸  편지를 가로채고 그들의 사이를 이간질하여 에드가르도가 분노하여 변심하게 만든다. 이 같은 사실을 눈치 채지못한 루치아는 에드가르도가 이유없이 변심한 줄 알고 크게 낙심하여 점점 이성을 잃어가며 급기야 광기라는 보호막 속으로 피신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신영옥이 국립오페라단의 초청으로 17년만에 루치아 역을 맡아 열연했다. 국내에선 루치아 하면 신영옥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플룻과 경쟁하듯 2중주를 하는 제 3막의 <광란의 아리아>는 무려 20여분간 열창하게 되는 데 이때 성악가의 가창력뿐만 아니라 동시에 연기력 또한 가늠되어진다.

이번 공연에서 신영옥은 역시 기대에 부흥하는 훌륭한 역할을 해주었다, 다만 오케스트라 반주의 간섭이 최소화 되는 이 광란의 아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음량이 커서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필자가 자리했던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2층까지 감동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오를레앙허(본명 허성우)/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음악교육과 전공, 프랑스 파리 유학.
IACP, 파리 빌에반스 피아노 아카데미 디플롬, 파리 에브리 국립음악원 재즈음악과 수석 졸업.
재즈보컬 임미성퀸텟의 1집 ‘프린세스 바리’ 녹음 작곡과 피아노.
제6회 프랑스 파리 컬러즈 국제 재즈 페스티벌 한국대표(임미성퀸텟)
제1회 한전아트센터 재즈피아노 콩쿨 일반부 우승
현재 숭실대, 한국국제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