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명장>
[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명장>
  • 황현옥 / 영화평론가
  • 승인 2010.05.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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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으로 맺은 의형제의 우정

 2007, 중국ㆍ홍콩, 진가신감독

 군인이 전장에서 자신을 믿고 따르며 목숨을 걸었던 동료와 부하들을 지키지 못할 때 괴로움은 엄청 클 것이다. 더군다나 신의와 명예로 사는 군인에게 있어 약속을 저버리는 배신은 더욱 고통스럽다..

 <명장>은 의형제를 맺은 방청운(이연걸 분),조이호(유덕화 분),강오량(금성무 분)이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겪는 신의와 배신을 장엄하게 보여주는 역사극이다. 여명, 장만옥 주연의 <첨밀밀>을 만든 진가신 감독 작품답게 <첨밀밀>에서 보여준 애틋한 러브스토리 구조와 전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세 남자의 굵직한 인생을 잘 표현해주었다.

 최근 10여년간 홍수처럼 쏟아졌던 중국 사극 <영웅,2002> <칠검><황후화,2006> <삼국지-용의부활, 2008> <적벽대전 1,2><연의 황후>등을 모두 제치고도 단연 가장 돋보이는 영화가 <명장>이다. 영화가 끝나고도 주인공들의 죽음에 가슴이 아파서 마음을 어떤식으로도 정리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진한 여운이 있다.

 먼저<명장>을 보기 위해서는 영화의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태평천국의 난은 청나라 말기 1851년에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남녀 평등과 토지 균등 등을 골자로 일어난  농민 반란군이다. 부패한 청나라가 이들의 거센 저항에 큰 위기를 맞자 청나라 군대는 물론 한인 귀족 의용군이나 외국군까지 끌어들여 1864년 겨우 진압하였다.

 방청운은 청나라 관군 지도자였으나 부패한 관리 군대의 비협조로 태평천국 반란군과의전장에서 홀로 살아남는다.  그 과정에서 연생이란 여인을 만나 인연을 맺고 우연히 도둑떼들속에서 다시 연생과 부딪친다.

 그녀는 이미 도둑의 우두머리 조이호의 여인이었고 방청운은 조이호를 도와서 그들 모두를 군인으로 만든다. 한인 귀족을 설득하여 의용군 ‘산’군을 조직하고 농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한다는 목표로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방청운의 지도력은 태평천국의 지도자가 있는 소주까지 점령하고 남경을 탈환함으로 최대의 권력자로 부상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겪는 군인들의 부자비한 떼죽음과  연생과 방청운의 사랑은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승리의 공로로 방청운은 서태후로부터 양강총독으로 임명되지만 그를 이용하였던 한인귀족들에 의해 피살된다. 귀족들은 전쟁을 이용하여 이미 자신들의 이득을 챙겼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적 인물인 방청운은 1870년대 암살되었으며 그 주변인물을 배경으로 벌어졌던 전쟁속에 <명장>은 영화의 철학적 사유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대중을 이끄는 자의 설득의 힘,  끊임없이 싸워야 힘을 얻는자들간의 파워 게임이 강렬하고 거스를 수 없는 강물 같은 에너지를 가진다.

 <명장>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두가지로 꼽을 수 있다. 조이호가 살려주기로 약속했던 태평천국쪽 반란군들을 식량이 없는 문제로 방청운이 전부 몰살하자 울부짓던 조이호의 분노와 전장까지 방청운을 보기 위해 달려온 연생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은 짙은 여운을 자아내게 한다. <명장>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원인과 결과가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은 옳고 그름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