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쉐이크 흥행? 저도 예측할 수 없어요~”
“블러디쉐이크 흥행? 저도 예측할 수 없어요~”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2.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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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시각장애인 수경 역 맡은 배우 ‘전혜진’

 


‘어린 나이에 녹록치 않은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인기는 물론, 큰 인상을 남긴 아역배우는 훗날 성인연기자로서의 연기변신이 쉽지 않다. 배우 전혜진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은실이’에서 은실이 역을 맡은 배우 전혜진은 대단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검색창에 ‘은실이’를 치면 전혜진의 미니홈피가 뜰 정도로...
하지만 배우 전혜진은 굳이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도, 조바심내지도 않았다.
그저 꾸준히 드라마, 영화 등의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하며 연기실력을 쌓았다.
요즘 드라마 ‘가문의 영광’에서 이혜주역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고 있는 그녀가 이번에는 ‘블러디쉐이크’라는 판타지 심리 드라마에서 시각장애인 ‘수경’으로 찾아왔다.


‘판타지 심리 드라마’라니 생소하다. 배우 전혜진은 “‘블러디쉐이크’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잔인하거나 스릴러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며 영화에 대한 편견을 배제했다. “일단 강렬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겠지만 볼거리가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들을 옮겨 놓은 영화로 자신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꺼예요”라고 작품소개를 덧붙였다.

그녀와 ‘블러디쉐이크’의 만남은 김지용 감독이 ‘궁녀’에서 본 광기어린 그녀의 연기 때문이다.

김감독은 “배우 전혜진을 처음 만났을 때 일본영화 ‘링’의 TV에서 기어 나오던 여자귀신이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수경’역에 그녀를 결정하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고 밝혔다.

감독이 애타게 전혜진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시나리오와 대본을 열심히 읽어내려갔다. 내용이 신선하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마냥 밝고 청순하지만은 않은 ‘수경’의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전혜진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수경은 말 그대로 매력적인 여자예요. 겉으로 보기에는 보호본능 일으키는 가냘프고 여린 여자지만 경제적 능력 없는 정신지체아 삼촌을 부양하고 사는 내면은 강한 여자예요. 밝고 깨끗한 모습 뒤에는 많은 상처를 안고 있죠”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꽃집을 하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시선처리에 신경 쓰면서 모든 감정을 얼굴에 담아내야 하고 동작에도 섬세함이 요구돼 연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녀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역할을 이해하고 생활을 숙지하려고 애썼다.
“수경은 약시라 빛 정도는 인식해요. 하지만 연습할 때는 안 보인다는 생각으로 눈을 감고 생활하려고 노력했어요. 익숙해질 때까지. 그러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다른 감각들이 발달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연기를 하면서 오히려 스스로 더 많이 배워요”라며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시각장애인 역 위해 익숙해질 때까지 눈 감고 생활하려 노력

감독에게 그녀의 연기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김지용 감독은 “우리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는 것도 그녀의 연기때문”이라며 요양원 호수 앞 벤치에 앉아 수경의 무릎 베고 누운 삼촌에게 ‘섬집 아기’를 불러주는 장면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수경이의 슬픔과 삼촌의 해맑은 웃음에서 점점 무표정해지면 빠져드는 것 같은 묘한 두 사람의 표정에 감정변화가 잘 드러나 있어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대로 롱테이크로 잡았다”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면을 묘사하는 동안에도 김감독의 얼굴에서 흡족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 전혜진은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새로운 자신을 얻게 된 것에 감사했다. “그동안 너무나 운 좋게도 비슷하거나 겹치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다 이번 영화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기도 해서 더 특별해요”라며 애착을 보였다.

▲ '블러디쉐이크'의 김지용 감독과 주인공을 맡은 배우 '전혜진'을 만나 남산 자락에 자리한 예쁜 찻집에서 즐거운 수다.
특히 여성스러운 겉모습과 달리 강한 내면을 가진 여자, 수경은 배우로서뿐 아니라 여자로서도 전혜진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들었다. 스스로도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변화를 조금은 느끼는 듯 했다.

전혜진은 “원래 전혀 여성스럽지 못하고 털털해요. 좋고 싫음도 분명하고 허점도 많아요. 수경을 연기하는 동안 몸에 배인 행동들 덕분에 성격도 여성스러워지고 행동도 조심스러워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촬영장에서의 그녀는 “원래 스텝들과 잘 어울리고 장난도 잘 치는데 이번 영화는 촬영 전부터 역할에 몰입도 상당히 필요 하고 너무 더워서 그럴 시간이 별로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순천 세트장에서 촬영할 때는 밤 촬영이 많지 않아 동료 배우들과 맥주도 마시고 연극배우들에게서 연기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는 그녀. 스텝들과 함께 간 노래방에서 화끈한 무대 매너로 모두를 놀래 키기도 했다.


배우가 아닌 ‘전혜진’의 삶은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살자’를 모토로 하고 있다.
그녀는 “좀 엉뚱할 수 있는데 앞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니까 지금에 놓인 일만 생각하며 내 감정에 솔직하면서 살고 싶어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너무 긴 미래를 내다보며 미루지 않고 순간순간을 열심히, 내일보다는 오늘에 더 충실하겠다는 말이다.
감정에 너무 솔직하면 자칫 스캔들에 휘말리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에 “스캔들에 휘말린다는 건 내가 지금보다 유명해졌다는 말이겠죠?!”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덧붙여 “요즘 세상이 다 솔직하지는 않는 거 아닌가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도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감수할 꺼예요”라고 말했다.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일 가 하고 살자’

스스로 배우로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상처나고 다치는 거 전혀 겁내지 않아요. 격한 장면이 많은 액션도 걱정 없어요. 겉으로도 강한 힘이 느껴지는 여자를 연기해보고 싶어요”라며 연기에 대한 끝없는 도전 의지를 보였다.

지금까지 전혜진은 ‘네 멋대로 해라’에서 공효진의 되바라진 동생 현지 역, ‘궁녀’에서 미쳐가는 광기 어린 중궁전 궁녀 정렬 역, ‘가문의 영광’에서는 여리고 가여운 여자 ‘이혜주’ 등으로 언뜻 봐도 비슷한 역할은 없다.

배우 전혜진은 도대체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 걸까?
그녀는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모든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어떤 역할을 하든 연기를 인정받고 어떤 캐릭터로도 저를 규정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혜진’하면 어떤 한 가지를 떠올리기보다 다양성을 가진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라며 포부를 당당하게 밝혔다.

영화 흥행에 대해 그녀는 보통 영화를 찍고 나면 관객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요. 하지만 이번 영화는 아무 것도 예측 못하겠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한 “마니아층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선입견 가지고 오시지 마시고 그냥 편안하게 다양함을 이해하고 즐기셨으면 좋겠어요”라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가문의 영광의 이혜주와는 또 다른 ‘블러디쉐이크’의 수경의 모습에서 보여줄 전혜진의 연기를 기대하며, 그녀가 스스로 조바심 내지 않고 멀리 내다보며 길게 호흡하는 배우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

 

▲ 영화 '블러디쉐이크'에서 배우 '전혜진'이 맡은 역할은 가냘프고 약해보이지만 정신지체아 삼촌을 부양하고 사는 강한 내면을 가진 시각장애인 '수경'

▲ '수경'이 운영하는 꽃집 앞에서 정신지체아 삼촌과 다정하게~

 

 

    배우 전혜진

Profile

1998  mbc 베스트극장 ‘내 짝궁 박순정’ / sbs 드라마 ‘은실이’
2000  영화 ‘학교전설’,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2002  sbs 드라마 ‘똑바로 살아라’
2003  kbs1 드라마 ‘백만송이 장미’
2004  영화 ‘신부수업’
2006  모두들, 괜찮아요? / kbs2 드라마 ‘일단 뛰어’
2007 영화 ‘궁녀’ / 영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2008 sbs 주말드라마 ‘가문의 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