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충무로야사]추억의 명화 그 주제음악들 (한국영화 편)
[연재 충무로야사]추억의 명화 그 주제음악들 (한국영화 편)
  • 이진모 / 시나리오 작가(영상교육원 교수)
  • 승인 2010.07.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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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작 '초우'
추억의 명화 그 주제음악들 '한국영화 편'

초우'草雨', 국어사전에도 없는 이 생경한 어휘는 듣는 사람에게 예외 없이 ‘초우가  무슨 뜻이야’ 하고 반문하도록 했다. 1966년도 정진우 감독에 의해 연출 된 이 영화는 당시 청춘영화 붐을 타고 요즘 말로 대박이 터진 영화이다. 영화만 대박이 터진 게 아니라 동명의 주제가 역시 빅히트를 했다. 박춘석 작곡으로 대형 여가수 패티김이 부른 이 주제가는 젊은이들 모두의 18번이었다.

구차하게 더 설명할 것 없이 지금도 미사리나 의왕저수지 부근의 노래하는 카페, 그 외 해변가 혹은 도심의 캬바레 등에서 어김없이 레퍼토리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인기 재즈 여가수 ‘나윤선’에 의해 리메이크 되어 새삼스럽게 올드팬의 감흥을 자극 시킨바 있다.

올드팬 뿐 만 아니라 신세대들에게도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60년대 패티김이 불렀던 주제가도 꽤 절절한 편이었지만 나윤선에 의해 영가쪼의 음색으로 불려진 이 노래는 비오는 날의 음울한 회색빛 컬러를 변주한 프레류우드부터 듣는 사람들을 젖어들게 한다. 특히 인터류우드의 흐느끼는 듯 한 영가쪼 허밍의 기승전결은 압권이다. 아마도 한국영화 주제가에서 가장 수명이 긴 영화주제가가 아닌가 한다.

‘초우’란 영화가 나오게 된 동기와 그 주제가가 히트한 저변을 조금 더 유추하자면 저 유명한 엘리아 카잔 감독의 ‘초원의 빛’을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웬만한 영화매니아에겐 설명이 필요 없는 '에덴의 동쪽' '워터 프론트' 등 명작을 연출한 카잔 감독은 영국의 계관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이라는 불후의 명시에서 영감을 얻어 영원불멸한 청춘 영화의 원전인 영화 초원의 빛을 연출하게 된다.

아서 펜 감독의 갱스터 로드무비 '보니와 클라이드'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된 미남스타 워렌 비티와 청순한 사춘기 여배우 나탈리 우드가 공연한 이 영화는 미주 뿐 만 아니라 구라파, 일본, 한국까지 당시 젊은이들의 영혼을 뒤 흔들었던 명작이다.

먼 나라에서 예를 들 것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당장 '초원'의 붐이 일어났다. 우선 가요계에서 '정든 배' '해변으로 가요' 등으로 잘 알려진 통기타 가수 윤항기, 김홍탁, 두 멤버의 한국 최초 그룹사운드 '키 보이스'가 '초원' '초원에서 초원으로' 등을 불러 대 히트를 시켰다. 초우라는 영화도 이러한 추세에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초우의 원안 작가인 필자의 동료 송장배씨와 각색자인 선배 나한봉씨도 외국영화 초원의 빛과 그 영화에서 여주인공 나탈리 우드가 수업시간에 선생의 지시에 의해 워즈워드의 시를 읊조리다가 졸도하는 장면에서 이미지를 얻어 정진우 감독과 의논하여 초우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아무튼 초우는 한국영화의 주제가로써는 가장 많이 들려지고 불려진 노래임에는 틀림없다.

풀잎이 빛날 때
꽃이 아름답게 필 때
아 그토록 찬란했던 꽃의 영광이여 초원의 빛이여!
그러나 그것이 다시금 돌아오지 않아도 한탄하지 말라
우리는 남아서 굳세게 살아가리...

아직도 영화 속에서 청순미의 나탈리 우드가 읊조리던 워즈워드의 싯귀가 필자의 귓가에 두서없이 맴도는 듯 하다. 

(정리 한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