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는 연극배우 - 박 상 종
고도를 기다리는 연극배우 - 박 상 종
  • 김은균 공연전문기자
  • 승인 2010.12.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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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균의 배우열전15

 

디디 - 고도는 왔는가?
고고 - 글쎄다. 어제 왔다간 것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는 안 온 것 같기도 하고 내 옆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디디 - 고도는 언제부터 기다렸는가?
고고 - 그건 숙명 아닐까?  본격적으로부터는 2006년 9월 12일부터 기다린 것 같다.

디디 - 그럼 그전에 고도를 기다리는 친구들을 본적이 있는가?
고고 - 10년 전, 20년 전 두 번 봤다. 그땐 난해했었는데, 이젠 이해한다. 디지털 시대의 다양성으로 인해 소통이 된다. 

디디 - 그대의 성격은 어떤가?
고고 - 인생의 허무함과 부조리함이 동시에 내재된 인물이다. 젊은 시절부터 고아로 커왔고, 어느 순간 블라디미르를 만나 50년을 살았고, 20살부터 길거리에서 기다리고, 늙은이들이 되어 기다리고 감성적, 즉흥적, 이기적, 여린 사람이다. 그에 비해 블라디미르는 지적, 이성적, 냉철하다. 에스트라공은 발산하고, 블라디미르는 품는다.

디디 - 외로운가?

고고 -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 아닌가?

디디 - 그럼, 그대를 이해해주는 친구들은 있는가?
고고 -그런데도 젊은 친구들이 쉽게 받아들인다. 깜짝 놀란다. 심지어 어느 젊은 관객 하나는 연극이 끝난 후 날 찾아와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도가 오지 않을 것 같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영원히 오지 않는 고도 아닌가 하고. 

디디 -고도를 기다리면서 그대가 좋아하는 말은 어떤 것인가?
고고 -우린 꽁꽁 묶여있는 게 아닐까? 

디디 - 그래서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고고 - 인연이 닿지 않았을 뿐이다. 급한 것은 없다. 좋은 사람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것을 알아보지 못함을 애석해해야 않을까?

디디 - 올해의 고도를 보고 곧 그날이 도래할 것만 같은 희망이 생겼는데 정작 본인은 어떠한가?
고고 - 글쎄다? 세상엔 요란한 볼거리가 많지만 결국은 연극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왜냐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니깐 말이다. 연극은 원천적인 것이다. 육체의 허기를 메우는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갈구하듯이 정신이 외로운 사람들은 다시 극장을 찾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가 희미할 때, 사라질 때, 그때 연극은 에너지를 준다. 외로운 사람이 많아졌다.

디디 -좋아하는 일들은?
고고 - 많다. 그냥 하릴 없이 있는 것도 좋아하고 시와 그림을 좋아한다. 정호승 시와 김민웅의 산문과 이중섭의 그림을 좋아한다. 내게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목적 없이 방랑하는 것을 즐긴다.

디디 - 최근에 기억나는 여행지는?
고고 - 최근에 고도를 마치고 제주도엘 다녀왔다. 그리고 프랑스에서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파리 세느 강변에 모래를 깔아 놓고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서 배려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 마음이 있어야 빨리 고도가 올 것이다.

디디 - 연말이다. 성탄에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고고 - 동심을 되찾았으면 한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경이로웠으며 위대했다. 어린아이들의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내일 아침을 기다리면서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보고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기뻐하는 어린아이들의 설레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너무 휩쓸리지 말고 살자. 문화가 아이디어를 준다. 연극에서 그걸 찾았으면 한다. 사람들이 갈 데가 없다고 하는데 연극으로 와라, 그래서 같이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디디 - 세상은 살만한가?
고고 - 당연하지^^ 그게 내가 여기 머물러 있는 이유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