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옛 이야기 간직한 한강 섬
서울의 옛 이야기 간직한 한강 섬
  • 주영빈 기자
  • 승인 2011.03.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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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이름만 남은 섬: 잠실도, 부리도, 무동도, 난지도, 저자도

[서울문화투데이=주영빈 기자] 100년 동안 태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 한강의 섬들은 고스란히 서울의 역사를 담고 있다. 올 봄엔 살아있는 역사 현장인 한강 섬을 탐방해 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의 잠실일대는 불과 수십 년 전만해도 뽕나무가 가득한 섬이었다. 여기에는 부리도, 무동도라 불리는 섬들도 있었고, 심지어 현재 석촌호수 일대가 한강 본류였으며 지금의 한강은 지류에 불과했다.

▲ 서래섬(한강 나비·유채꽃 축제)

이곳은 1970년대 ‘잠실지구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공유수면 매립이 실시돼 강의 범람으로 일시적으로 생기는 신천강을 본류로 삼고, 송파강(기존 한강)을 메우면서, 현재의 잠실 일대로 변하게 된다.

선유도는 본래 당산동 지역과 육지로 이어진 선유봉이라는 40m 내외의 작은 언덕으로, 특히 한강 팔경 중 하나로 꼽히고 수많은 시화에 등장할 정도로 절경이 매우 빼어났다고 한다.

‘노들섬’, 중지도라고도 불리며, 인도교 건설에 따라 새롭게 태어난 섬이다.

노들섬은 본래 이촌동에서 노들섬까지 이어진 모래벌판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모래밭 마을’이라는 의미의 ‘사촌’이라 불렀으며, 해지는 풍경이 아름답다해 용산 8경으로 불리기도 했다.

‘서래섬’은 매년 봄 흐드러진 유채꽃밭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공섬이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올림픽대로 건설 및 한강종합개발시 조성한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중간에 위치해 있는 인공섬으로 3개의 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밤섬은 그 모양이 밤처럼 생겼다해 이름 붙여진 섬으로 원래는 고립된 섬이었으나 여의도가 점점 넓은 하중도(河中島)로 발달함에 따라 물이 적어지면서 여의도에 이어졌다. 섬의 동쪽 절벽은 '작은 해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웠다.

조선시대 서울천도와 함께 배 만드는 기술자들이 처음 정착했다고 하며, 이후 뽕나무 등을 재배하며 사람들이 살아 1967년까지 62세대가 살면서 고기잡이와 조선, 뽕나무·약초(감초) 재배나 염소 방목 등을 했다.

1968년 여의도 개발시 한강의 흐름을 좋게 하고, 여의도 제방을 쌓는데 필요한 잡석 채취를 위해 섬을 폭파·해체했으며, 주민들은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으로 이전하게 됐다. 밤섬 폭파에 따라 중심부가 집중적으로 파헤쳐져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나누어지고, 밤섬 대부분이 사라지게 된다.

이후 20여 년 동안 한강 퇴적물에 의해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새들이 모이면서 ‘도심 속의 철새도래지’로 거듭나며 자연 퇴적에 따라 면적도 매해 증가, 1999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지속 관리하게 된다.

섬이라 이름 붙은 뚝섬은 섬이 아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광진구 자양동과 구의동 일대에 위치한 뚝섬은 옛날 한강과 중랑천으로 둘러싸인 섬을 닮았다고 해 일컬어졌다.

특히 군사훈련장으로 쓰였던 뚝섬에 임금이 사냥을 나오면, 그 상징인 독기(纛旗 ; 소꼬리나 꿩꽁지로 장식한 큰 깃발)를 꽂았고,  ‘독기를 꽂은 섬’이란 뜻에서 ‘독도(纛島)’라 불렀다.

뚝섬은 '살곶이벌'이라고도 하는데, 조선시대 왕자의 난 이후 함흥에 칩거하던 조선 태조가 서울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태종이 뚝섬에서 맞았는데, 태조는 태종을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태종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는 고사에 연유된 것이다.

조선시대 여의도는 잉화도, 나의주라 불리며, 갈수기에는 밤섬과 백사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양과 염소를 기르는 목축장으로 사용되었으며 조선 후기 영조 때에야 하나의 마을로 인정받게 된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16년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장이 만들어졌고, 1922년에는 비행사 안창남이 한국인 최초로 여의도 상공에서 시험 비행해 일제강점하의 민족들에게 큰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다.

이동률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운영부장은 “다가오는 봄, 따뜻한 햇살과 함께 한강변을 산책하며 각각의 섬에 깃든 그리고 그 흔적에 남아있는 역사의 기억을 되새겨본다면 한강의 소중함과 깊은 가치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