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을 사랑하는 CEO - 장국현 인도상공회 사무총장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CEO - 장국현 인도상공회 사무총장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1.03.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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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키우는 일곱 색깔 무지개 꿈
전 세계 경제협력을 하고 있는 파트너 국가들... 그 국가들 리더와 폭넓은 네트워크를 주춧돌로 삼아 차세대 글로벌 리더가 되려는 젊은이들. 그 젊은이들 멘토이자 전국경제인연합회 30년 경험을 발판으로 국가 및 한국 경제계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한 브랜드 구축사업을 하는 이가 있다.
‘소프트파워’를 전달하는 일에 앞장선 장국현 주한 인도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이 그다. 그는 전 세계 60개국을 돌며 만났던 여러 문화를 널리 퍼뜨리는 문화전도사 역할에 힘쓰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중한 사람. 그를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인도 상공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해 10월 인도 상공회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는데, 인도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
2004년 한-인도 수교 30주년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이 인도를 공식 방문했을 때 경제사절단으로 처음 갔었다. 그 앞 전경련에 몸담고 있을 때 인도경제인협회와 주기적으로 교류를 했었다. 한국과 인도 간 자유무역협정이 결성되면서 TATA그룹 등 걸출한 인도그룹들이 투자를 시작했다. 인도IT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진출해 자신들 아웃소싱서비스를 접목시켜 많은 사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가 발효되고 30~40% 가까운 교역이 불어나는 발전을 해왔다. 지난 해 1월 주한인도상공회의소가 설립됐다.
이 상공회의소가 설립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경제단체를 꾸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부탁을 받았다. 저는 지난 30년 간 경험을 우리나라 기업과 국가를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10년 10월 정식으로 사무총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양국 문화교류에도 많은 관심을 쏟겠다고 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획은?
국제사회는 갈수록 교역이나 투자유치를 하며 사람이나 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문화교류가 필요하다. 요가나 명상이나 인도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들, 특히 인도는 이슬람, 힌두문화가 섞여있고, 영국에게 오랜 지배를 받아 세 가지 문화가 독특하게 섞여있는 나라다. 국토 또한 워낙 넓어 동서남북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도 다르기 때문에 우리들이 알지 못했던 지역이 많다 .밀림과 사막, 도시 등 수많은 문화를 만날 기회가 많다.

우리가 인도로 보낼 문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
얼마 전 한국과 인도 젊은이들이 모여 뮤지컬을 만들었다. 인도 현지에서 공연한 전래동화 ‘흥부놀부’가 아주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인도인들이‘인도에도 이런 흥부놀부 같은 스토리들이 있다’며 공감했다고 했다. 인도는 각 지역마다 신화라든가 스토리들이 있다. 그런 것을 한국에 소개하는 반면 우리도 우리 옛날 이야기를 인도에 소개할 수 있다.
드라마라든가, 이미 대장금이 인도에서 인기 있고 대중에게 많이 뻗어가고 있지 않나. 드라마를 통해 한류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미술이나 음악에서도 양국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도 입장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우선 인도가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가장 큰 관심은 제조업이다. 인도는 지금까지 서비스 산업 위주로 발전했지만 최근 제조업 분야에 관심이 많아졌다.
최근 인도에 있는 TATA그룹, 마힌드라&마힌드라가 해외기업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이제 시작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관심이 많다.

전경련에 30년 간 재임하며 사무총장, 국제담당 상무 등을 맡아 많은 나라를 다녔다. 2005년에는 APEC 민간부분을 총괄하며 문화예술인들과 교류를 주도한 것 알고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나라 이미지를 하드파워, 경제력,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을 주로 얘기했다. 앞으로는 소위‘국가품격’같은 소프트파워가 더 중요하다. 소프트파워,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역할은‘문화예술’이 할 수 있다.
문화행사를 보면 그 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기 때문에 문화행사가 무척 중요하다. 우리가 소위 얘기하는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그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만드는 데도 문화예술인이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

각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가 있다. 기억에 남는 특정 국가를 위한 문화행사가 있었나?
대통령이 중남미 3개국 순방을 할 때 아르헨티나에서 탱고공연을 봤다. 악사들과 댄서들이 나이 많은 노인들이었다. 그들이 펼치는 공연에 깊이 감명 받았다. 그 공연을 통해 아르헨티나에 대한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PBEC (Pacific Basin Economic Council) 환태평양 경제협의회에서 korea night 이라는 행사를 기획했다. 우리나라 무용단을 데려가 1시간 10분 동안 한국 전통의상 패션쇼, 태평무, 살풀이 등 전통공연을 했다.
그때 음식 욕심을 부려 900명이 즐길 수 있는 풀코스를 준비했다. 코스가 7개 되는 코슨데. 결과적으로 900명 되는 외국인들이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다.

저는 이때 문화란 게 이렇게 대단한 거구나, 우리 전통이라는 것, 그런 것들이 우리 소프트 파워가 되지 않겠나는 것을 실감했다. 국제회의를 일 년에 수십 번 최소한 20번씩 다녀왔는데, 워낙 자기네가 갖고 있는 게 많아서 그런지 선진국으로 갈수록 문화행사에 관심이 없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문화와 새로운 문화를 많이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계만 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경제계에서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mice산업, 즉 컨벤션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컨벤션 산업에 관심이 없었던 1985년에‘국제기구와 의전실무’라는 책을 냈다. 그때 국제회의를 진행했는데, 그 회의 부가가치가 적잖이 발생했다. 하지만 조직과 운영에 서툴러 회의면 회의만 하고 끝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회의로 인해 많은 기업인들이 한국을 찾고 관광을 하며 비용을 지불하는 걸 봤다.
이건 엄청난 산업인데,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책을 냈다. 컨벤션 산업은 무형의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산업이며 고용 창출효과도 크다.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가?
우리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세계 곳곳으로 다니면서 느껴보면 한국은 정체성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다. 역사가 오래된 나라라 하지만 그 모습을 보기가 어렵고, 아주 현대적이라고 얘기하면 그것 역시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아주 이기적으로 뭔가를 보여준다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이 나라의 정체성,‘한국이라면 뭐다’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좀 더 많이 개발하고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관광프로그램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은 것 같다. 고궁 몇 군데, 민속촌이나 백화점뿐이다. 최근 만난 독일인은 설악산에 다녀와서 한국에 살 작정을 했다고 한다.
나도 이번에 우연히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둘러봤는데, 집사람한테“대한민국 만세”라 했다. 이렇게 교통도 발달하고 가는 곳곳마다 경치가 너무 좋은 대한민국을 다양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데크가 부산에도 있다. 북아일랜드에 주상절리가 제주도에 있듯이 우리 관광자원을 좀 더 자신감을 갖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인위적으로 관광자원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중국인들이 제주도에 가면 별로 즐길 것이 없다. 중국에 해외여행 붐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 최우선으로 떠오르는 관광 타켓 국가다. 그들을 대상으로 한층 더 커스터마이즈(customize)된 관광플랜을 구성해야 한다.

문화행사를 기획, 진행하며 춤, 예술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 성균관대 앞에‘이원국발레단’이 공연하는 걸 봤다. 관객들이 순간순간 호응을 하는 걸 보았고, 우리나라도 문화예술에 대한 장르가 다양해지고 사람들 관심도 높아졌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국내에서 전보다 훨씬 다양한 문화예술분야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걸 바탕으로 당연히 세계로 나오고 싶어 할 텐데 그런 것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기업이 문화예술지원을 활발하게 잘하고 있나?
대기업들이 대부분 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건산업 박영주 회장이 하는 쿼텟. 처음에는‘목재회사에서 왜 그런 걸 하냐’며 반대도 있었다.
현재는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명훈이 지휘한 한미수교 125주년 기념 워싱턴 공연도 풍산 류진 회장이 서포트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기업들이 서포트하고 있고, 당연히 대기업들은 아주 많이 하고 있다.

대학 때 연극반 활동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배우보단 주조정실 담당을 했다. 리허설에서 주연을 기대했다가 조연이 돼서 안했는지 그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웃음) 노래를 좋아해서 국립합창단에서 세컨베이스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요사이는 암벽등반에 심취해 있다고도 하는데.
작년에 우연히 암벽등반에 대해 소개를 받았다. 한국등산학교에 들어가 산에 다니는 법, 밥 먹고 텐트치고 산에서 필요한 에티켓을 배울 기대를 하고 갔는데, 첫날부터 암벽을 시작했다. 근육운동 해 본 일이 거의 없는데다 고소공포증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처음 바위에 걸친 사다리를 잡고 올라가고 내려오는데, 그 사다리를 밟고도 무서웠다. 손까지 다쳐 기운을 잃기도 했다. 그렇지만 평생에 언제 다시 해보겠나 생각에 끝까지 해보자 마음먹었다.
6주 후 도봉산 만장봉을 등반하고 졸업했다. 한 2주 지나니까 이상하게 그리웠다. 다시 안 간다고 장비도 한쪽 구석에 처박아놨는데, 중독된 것처럼 산이 그립다.

여러 분야에 관심도 많고 전 세계를 다니면서 형성된 독특한 인생관이 있을 것 같다
사람에 대한 어펙션(affection)이 중요하다. 통상 사람을 구분할 때 좋다 나쁘다 이런 것부터 구분하려 한다. 나는 이 사람은 이래서 좋고 저 사람은 저래서 좋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다.
 나이 성별 관계없이 누구든지 관심 있으면 서로 만나고 또 많이 듣고, 그냥 배우는 것을 즐기는 성향이 있다. 직원들에게도 당부하는 것이“사람을 좋아해라,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일하기 힘들다.”고 조언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글로벌리더로 키우는 그런 시스템을 더 만들었으면 좋겠다. 직장과 일을 통해 세계를 오가며 각 나라 대통령 수상, 글로벌 기업 회장, CEO,를 다양하게 많이 만나야 한다. 저는 그들에게 당신은 어떻게 글로벌 리더가 됐는지 물었다. 그들은 단순하고 근본적인 답을 했다.
첫째“호기심이 많아야 하고, 둘째 국내를 벗어나 해외를 돌아보며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글로벌 리더가 되려는 젊은이들 마음을 윗세대가 훨씬 다양하게 서포트하고 키워줄 수 있는 방안을 정부나 기업, 학교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그런 것을 훨씬 더 조직적으로 하는 재단 같은 것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