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영배 성북구청장]문화예술 꽃 피우는 '창조산업특구' 꿈꾼다
[인터뷰-김영배 성북구청장]문화예술 꽃 피우는 '창조산업특구' 꿈꾼다
  • 이은영 편집국장
  • 승인 2011.04.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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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 행복해질 정책실현위해 동분서주 나날 보내

21세기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11년을 맞아 전국 곳곳에 있는 지자체가 얼굴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그동안 지나친 경제성장정책으로 상업주의에 물들었던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그 지역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문화예술이란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등 8개 대학과 연구원들이 있는 성북구도 새봄을 맞아‘독특한 문화예술이 활짝 꽃피는 창조도시’,‘산업성을 갖출 수 있는 창조산업특구’를 꿈꾸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는 성북구에서 계획, 추진하고 있는 문화정책, 그 속내를 파헤치기 위해 김영배 성북구청장을 만났다.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성북구가 얼마나 많은 문화자산을 가지고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술술 풀어 놓았다. 성북에서 정치와 행정의 잔뼈를 굳혀온 그는 때로는 농담도 섞어가며 자신이 그리는 성북의 청사진을 펼쳐보였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존경하는 분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답한 뒤 잠시 침묵과 함께 눈가에 잔잔한 이슬을 비치기도 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마자 시 관계자를 만나러 가야한다며 씩씩하게 악수를 청하는 그를 보며 바짝 다가온 성북구의 봄이 느껴졌다.

현재 성북구에서 계획·추진하고 있는 문화정책은 무엇인가?
문학공원,‘슬로스트리트’조성과 아트센터, 문학·음악·미술도서관을 건립해 문화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핵심은 대학로와 이어진 곳에 세워질 아트센터라 할 수 있다.
현재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투자심사 단계에 있다. 올해 안으로 중앙정부에서 투자심사까지 마칠 것으로 보고, 2013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로는 사적인 성격이 짙다. 까닭에 각종 프로그램이나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는 공적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음악도서관 건립도 준비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악도서관을 운영하는 곳은 제주도뿐이다.
성북구에는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이 교육자로 활동하기도 한 인연이 있다. 그런 인연을 살려서 성북구만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음악도서관을 세우려 한다. 문학도서관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살았던 심우장 주변에 문학공원을 조성하고 공원 내에 문학도서관도 세울 계획이다.
성북구 내에 서울시 중 유일하게 구립미술관이 있다. 이곳에 미술도서관도 지으려 한다.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각 분야에 따른 전문적인 도서관을 만들면 아트센터와 함께 예전부터 있었던 가구박물관, 서예박물관, 길상사, 성낙원 등과 연결해 문화벨트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이와 청소년, 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와 예술교육 등을 위해 지난달 성북교육지원청과 상호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된다. 먼저 성북동 역사문화 올레여행은 초등학교의 ‘내 고장 바로 알기 현장 학습 프로그램’과 연계돼 진행된다.
성북구는 이를 위해 역사문화 명소 17곳이 수록된 여행수첩 12,000부를 제작해 관내 초등학교 3, 4학년생 전원에게 배포한다. 어린이들은 각 명소마다 그곳 특성을 상징화해 만들어진 스탬프를 수첩에 찍거나 방문 사진을 붙여 여행 추억을 남기게 된다.

성북100경 관광지도 및 성북동 비틀맵 제작, 무료 스마트폰 프로그램 개발, 성북동 맛집 홍보 등도 추진한다.성북동 서원아카데미는 주한 외국인과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열린다. 한국이 지닌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우리 고유의 의식주 및 잔치 문화와 관련한 강의와 체험, 현장 답사 프로그램들로 진행된다. 이색 문화체험 잔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북아트뱅크(Art Bank)는 예술작품 순회 전시 및 대여를 통해 감상과 소장문화의 대중화를 도모하고자 기획했다. 성북구립미술관이 중심이 돼 미술관은 물론 성북예술창작센터, 미술단체, 일반 기증자, 관내 대학교(국민대, 동덕여대, 서경대, 성신여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성대 등) 미술전공 교수와 대학생들 작품들을 학교와 관공서, 복지시설, 개인 등에게 대여하거나 순회 전시를 하게 된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예술교육 지원에도 신경쓰고 있다. 성북예술창작센터와 함께 하는 방과후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아트캠프 ▲학교별 자체 방과후학교 예술(뮤지컬, 연극, 합창) 프로그램 으로 진행된다.

음악도서관 건립이 흥미롭다.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구민들이 음악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체험과 실습을 병행하는 도서관을 계획하고 있다. 구민들에게 음악과 친숙할 수 있는 실용적인 공간을 제공하면서 예술음악 대중화와 성북동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특징이 인식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학생층에게는 교육과 인성발달에 도움을 주고 성인층에게는 개인에 따라 음악적 취향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친숙하면서도 대중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려 한다.

싱가포르에도 음악도서관이 있다. 그곳에서는 관련서적과 자료검색뿐만 아니라 직접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인기가 꽤 높다. 성북구 음악도서관도 직접 참여해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취약계층도 문화적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교육구청장이 되겠다 했는데?
21세기 교육은 창조성을 가장 중시한다. 지금 전 세계는 부존자원이 아닌 인간 창의성에 의해 움직이는 지식경제시대다. 국가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창조도시를 꿈꿔야 한다. 문화자원으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공동체를 재조직하고 재생시켜야 한다. 이것 자체가 또 다른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자족적이면서도 자립적인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창조도시 핵심이다.

주민들이 이를 위해 창조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창조적 마인드는 문화적 소양과 집단성, 접근 가능성들이 인간 감수성과 생활에 밀접히 연관됐을 때 가질 수 있다. 특히 문화소외계층이 이러한 것들을 폭넓게 접할 수 있을 때 더 큰 힘을 갖기 때문에 교육과 문화도시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한다. 문예체 교육을 집중지원하고 대학과 예술가, 예술단체, 사회적 기업과 연계해 구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창조적인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네트워크화해서 창조도시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들이 있나?
주민들이 직접 주최해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와 생활에 활력을 찾을 수 있게끔 한다든가, 지역공동체에 기록을 남길 수 있게끔 돕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축적되면 그 지역만이 가진 고유유산이 되고 공공예술이 지역에 뿌리 내릴 수 있다. 공공예술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지역재생에 기여하게끔 방향을 잡을 생각이다.

창조산업특구도 창조도시 계획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창조산업은 단순히 소득을 창출하는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창의성이 발현되는 토대를 제공해 생산성과 고용 증대, 부가가치 생성에 일조하는 것이다. 나아가 삶의 가치와 태도를 변모시키는 개념이기도 하다. 성북구는 창조산업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자원이 집중되어 있고 그만큼 발전 가능성도 많은 지역이다. 성북구에는 현재 8개 대학과 연구원들이 있다. 따라서‘산업성을 갖출 수 있도록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노력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고 본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창조산업특구를 구성한 것이다. 창조산업특구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한 가지는 창조기업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비즈니스센터다.

나머지는 대학 앱 개발 관련학과 졸업 예정자들의 앱 시장 적응력 고양을 위한‘앱(App) 창작터’개원이다. 앞으로 스마트폰 대중화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관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와 협조체계를 구축해 이곳에서 1인 기업육성과 동시에 교육, 작업공간을 제공하려 한다.

여러 지자체에서 상주공연예술단체를 구성하는 추세다. 성북구도 준비 중인 것이 있나?
성북구에 현존하는 다양한 문화자원들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지원·관리하기 위해 2012년 1월 1일에 문화재단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재단은 서울 동북권 지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연고예술단체를 활성화하려 한다.

서울시에서 문화예산 대폭 삭감으로 문화계에 반발이 있었다. 서울연극제에서는 지난해보다 1억 원이 삭감돼 불만이 높다. 올해 성북구 문화에 대한 투자는?
‘성북동 문화의 거리 조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한다.‘공공디자인 예술, 생활 속으로 들어오다’라는 테마 아래 성북천 문화예술 공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관내 대학교 내 예술대학과 협력체계를 구축, 각종 벽화 및 조형물 등 작품전시를 통해 성북천을 따라 예술이 숨쉬는 문화벨트를 조성한다.

성북구는 공모를 통해 예술단체를 육성, 지원한다. 공모대상은 예술대학, 대학교동아리, 연극·공연단체, 문화예술 관련 사회적 기업 등 10여개 단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학교, 복지관 등으로 찾아가는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올해 성북구 내 문화행사로는 선잠제향(5월), 성북다문화음식축제(5월), 북정성곽마을 달빛스케치(10월), 상설 예술무대 행복공감(5∼11월) 등을 계획하고 있다.
관내 동소문동 1가에 올해부터 5개년 계획으로 가칭 성북아트센터 건립도 추진한다. 동소문로 문화의 거리 조성과 관련해 우리 구의 부족한 문화시설을 확충하고, 관내 소재 문화예술단체들에게 창작활동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곳에는 공연장과 공연연습실, 음악도서관, 창작스튜디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 세상에 누구든 단점은 있기 마련이지 않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본인이 맞닥뜨리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솔직하고 진지하게, 정면으로 대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고 대통령 당선과 서거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공직자로서, 인간으로서 본받고 싶은 부분이자 무섭기도 하고 잘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