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사발에 담긴 천년 사랑 구현
막사발 만큼이나 한국인의 심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넉넉한 공간에 술을 담으면 술사발, 밥을 담으면 밥사발, 차를 담으면 찻사발이 될 정도로 그릇 안의 공간은 모든 먹거리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희미한 물레선은 도공들의 패인 주름이며 굽사이 이슬처럼 맺혀진 유약 방울은 고뇌를 머금은 눈물처럼 한국인의 정서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우리네 막사발 이야기다.
오늘날까지 문경의 찻사발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전히 발물레를 이용해 도자기를 빚는다. 가스불이 아닌 장작가마를 고집해 자연이 그려낸 빛깔을 보여주고 있다. 명장들이 가마에 불을 지피면 15시간을 꼼짝달싹하지 않고 오직 불빛만을 바라본다. 장작 한 개피의 미묘한 차이가 명품으로 거듭날지 망치세례를 받을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경의 질 좋은 흙과 사람 손길 그리고 한국산 소나무 불꽃의 절묘한 만남이 오늘날 문경 도자기명품을 만들어 낸다.
동서로 뻗은 소백산맥 가운데 자리 잡은 문경은 산악지대가 많다. 자연히 도자기 굽기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원료공급이 가능했다. 하늘재를 넘어 달천을 따라가면 남한강 나루터를 통한 판로도 용이해 도자기를 만드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경의 가마터가 80여 개에 이르는 것은 문경의 도자기 역사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특히 문경읍 관음리 가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180년전) 전통 망댕이 가마로 알려져 있으며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전통 도자기 분야에서 유일한 중요 무형문화재인 백산 김정옥선생을 비롯, 전국 도예 명장 8인중 두분(백산 김정옥, 도천 천한봉)이 문경에 적을 두고 있을 정도로 문경은 전통도자기의 성지요 본향이다.
올해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9일간 문경새재도립공원 KBS세트장 일원에서 '찻사발에 담긴 천년사랑'이란 주제로 9일 동안 펼쳐진다. 전통도자기 고장인 문경에서 성대한 도자기축제가 열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전 세계 찻사발을 한 곳에 모아 우리 찻사발의 우수함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를 비롯, 전국 도예명장 특별전과 국제찻사발 공모대전, 문경전통 도자기 명품전 등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도예명장의 생가 투어를 통해 명품도자기의 제작과정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프로 그램도 기대가 된다. 전통도자기 빚기 체험, 전통망댕이 가마 불지피기 체험, 찻사발 모자이크체험, 도자기 괭물체험, 망댕이가마 속 체험, 민속놀이 체험 등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체험행사가 준비 되어 있어 가족나들이 코스로 적격이며 유익한 체험장이 될 것이다.
첫날인 30(토)일, 근세 차문화 발전의 초지(礎地)인 문경에서 선조도공 추모제 행사를 시작으로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부대행사도 많은 관심을 갖게 한다.
망댕이가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기교의 기교'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선의 경지에 이른 명장의 작품에 일본인들이 왜 그리 안달을 하는지? 문경의 찻사발 축제는 그 의문을 풀어주고 있다. 천년을 이어온 선조들의 도예기법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다.
문경시는 한편 찻사발 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난 8일에는 인사동에서 거리 홍보를,7일에는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출향언론인들을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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