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0차례 가까운 지진을 극복하며 버티는 봄날
하루 70차례 가까운 지진을 극복하며 버티는 봄날
  • 이수경 / 도쿄 가쿠게이 대학 교수
  • 승인 2011.04.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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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1일 오후5시17분, 외부에서 업무를 본 뒤JR 중앙선을 타고 학교로 돌아오는 도중, 전차가 역에 섰을 때 전차와 역 건물이 휘청거렸다. 계획 정전으로 전철 안은 불이 꺼진 상태였고, 어두컴컴한 분위기 속에서 지진으로 흔들거리는 전철 속 사람들은 모두 쥐 죽은 듯이 휴대 전화의 정보를 탐색하면서 차분히 앉아 있었다. 모두 이렇게 지진에 익숙이 되어 생활하는 수 밖에 없구나.

그렇게 체념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체념이 아니라 이런 환경 속에 놓였을 때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체득하고 있는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3월11일의 관동 동북 대지진으로부터 1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지진은 멈추지 않고 하루 몇 번이고 이곳 저곳에 여진의 공포를 남기고 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등급 최악의 7로 공표되고, 요오드와 세슘을 넘어서 스트론튬 등의 방사성 물질까지 추출되어 해외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도 도쿄는 생수도 차 기름도 모두 판매되는 상황이기에 여진 속에서 더 힘들게 버티는 동북 지방 사람들을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사회 유지를 위해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눈부실 정도로 화사하고 아름다운 벚꽃으로 뒤덮인 하얀 꽃 잎이 눈처럼 휘날리는 봄의 풍경에도 예전처럼 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필자의 학교도 오래된 벚꽃 나무를 가득 메운 화려한 벚꽃 터널이 아름답기 그지 없지만, 신입생 환영회 조차 차분히 지내며, 여진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진정되기를 기다렸다가 수업을 이어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모두 길고 긴 지진 생활에 둔해진 것이 아니라 지쳐가는 희생자를 생각하며 자제를 하고, 협력적으로 지금의 분위기를 무너트려서는 안된다는 의식 속에서 자신들의 생활을 조금씩 양보하고 있다. 도쿄 전력의 불투명한 원전 보고나 그 정보를 전부 파악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위기 의식 결여라는 비판은 사태가 안정된 이후의 과제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지금 자칫 터지기 쉬운 에드벌룬 같은 상황을 냉철히 수습하여 무사 착지를 우선으로 하기 위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 사회 분위기를 돕는게 ac(공익광고)를 통한 위기 극복에의 언론 홍보이고, 실제로 많은 문화인들이 대거 참가하여 힘을 합쳐서 이 국난을 극복하자며 호소하고 있다.

[일본을 믿는다] 는 프레이즈도 다양한 형태로 방송되고 있고, 8-90년대의 편안한 대중 가요 프로그램이나 단순히 웃을 수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퀴즈 프로그램 등으로 예민해진 신경을 완화시키려는 언론의 역할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를 안정되게 하기 위한 방송의 역할, 즉, 불안과 싸우는 사람들의 아픔을 아물게 하기 위한 [치유(healing)]효과인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본 사회가 정부만 절대적으로 믿기보다, 자신들의 위기는 스스로가 협력하여 자기 책임하에 극복해야 한다는 자립적 성향이 강하게 교육받아 왔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패전과 공습의 폐허, 전후 오일 쇼크, 거품 경제의 붕괴, 한신 대지진 등의 극복을 거치며 자신들의 삶을 지키는 방법과 지진에 대한 평소의 대처 방법을 교육받아 온 결과, 위기 대처와 사회 유지 의식으로 질서있는 절제로 들끓고 있는 지반의 강진 속에서 한 달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해외나 타지역으로 나가거나 지쳐서 포기한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자신들이 살아 온 이 땅이 삶의 터전이기에 쉬이 버릴 수 없음을 익히 아는 터라 그동안 터득해 온 생활 유지법으로 수도 도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폐해 확대를 막기 위한 노력 속에 강진이 잦은 탓에 심각한 사태도 부정할 수 없겠지만,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지혜와 이성으로 질서를 지키며 하루 70차례 가까이 발생하는 여진(12일은 68회, 기상청 발표)에 대처해 나가는 시민 의식 발휘의 저력만이 이 시험을 극복하는 강력한 대응책임을 깨닫게 하는 봄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