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
김명수/시인
달 그늘에 잠긴
비인 마을의 잠
사나이 하나가 지나갔다
붉게 물들어
발자욱 성큼
성큼
남겨 놓은 채
개는 다시 짖지 않았다
목이 쉬어 짖어대던
외로운 개
그 뒤로 누님은
말이 없었다
달이
커다랗게
불끈 솟은 달이
슬슬 마을을 가려주던 저녁
*이 시는 시인이자 아동문학가,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명수 선생님이 쓴‘월식’이다.
시인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 시‘월식’을 통해 월식처럼 어떤 사나이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진 누님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사나이는‘붉게 물들어’란 구절에서 언뜻 빨치산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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