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칼럼] 빛공해, 간판도 문제
[옴부즈만칼럼] 빛공해, 간판도 문제
  • 이원재/(사)한국고전문화원 학술원장(전 경기대교수)
  • 승인 2011.04.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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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메인 기사인  ‘도시에 깃든 빛과 어둠, 그 속내’는 이 사회가 지닌 어두운 일면을 마치 핀셋으로 꺼낸 것처럼 날카롭게 서술됐다. 인간 활동에 유해한 환경오염의 주범들이 곳곳에 설치 된 점을 지적하고 도시 문화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폐해가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줬다.

읽다보니 문득 독일 카셀대학교 사회학과 김덕영 교수가 집필한‘정신의 공화국 하이델베르크’가 생각났다. 그는 책에서 중부 독일에 위치한 중소도시 하이델베르크를 조명하며, 도시 발전에 대한 독일과 한국의 의식차이를 나열했다.

일례로 김덕영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서책을 통해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 교수가 한국의 아파트문화를 비평한‘아파트 공화국’을 소개하며, 한국 정부 차원에서 자행된 무자비한 국토개발과 이에 무조건 순응하는 한국인들의 수동적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독일처럼 중앙정권의 간섭없이 지방정부가 알아서 국토개발을 통제하고, 과거 나치에 의해 자행된 대형화, 대량화를 자제하는 모습을 설명하며, 한국의 중앙집권으로 야기된 폐해가 아파트 문화를 탄생시킨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문화투데이가 지적한  ‘빛공해’ 관련 기사는 단순한 미시적 사건이 아니라, 빛공해에 따른  악영향이 이 사회에 얼마나 확산됐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된 셈이다. 어쩌면 과유불급의 현주소가 지금도 곳곳에 만연됐다며 경고를 한 것이다.

한편 빛공해가 유해한지 무해한지는 서울을 벗어나면 쉽게 이해된다. 건물에 수많은 간판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도배된 모습을 보면 간판 공해도 수준급이다. 미관상 보기 좋지 않고, 수많은 간판 때문에 목적지를 잃어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이는 밤이 되면 그야말로 한심스럽다. 돈벌이에 혈안이 돼 정서가 불안해진 탓일까?

유럽의 경우 빛공해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과 제제가 뒤따른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의회가 직접 나서서 건축물을 정비하고 통제하지 않는다. 이런 일는 전적으로 지방정부 책임이다. 반면 한국은 일제에 이어 군사문화가 반 세기가 넘도록 이 사회를 지배해왔다.

때문에 모든 건축물과 사회간접자본이 중앙정부 통제아래 개발됐다. 현재도 이러한 경향이 법과 제도에 남아있다. 지방분권을 외친지가 언제인데 과거같은 전시행정과 복지부동으로 야기된 예산낭비가 지금도 초래되는지를 살펴봐야 할듯 싶다.

정부가 국가사업을 추진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현지 사정을 들어 독자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국가가 예산 압박을 가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이 현상이 한국을 무미건조한 콘크리트 문화로 이끈 것이다.

따라서 빛공해는 결국 군사문화와 난개발의 유산인 건물 간판부터 출발해 각종 환경오염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좀 더 많은 이야기로 서술되야할 측면이 있다. 작게는 거시적인 담론이 아닌 작은 일상부터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넓게 보면 이 사회 오랫동안 자리잡은 토건문화와 복지부동이 문화 자체를 일원화시켰다.

끝으로 이 기사는 도시 속에 잠재된 골병을 과감히 파헤쳤다는 측면에서 독자가 읽기에도 예리했다. 사회와 문화가 그렇게 해서 죽어간다는 점에서 이 작은 단초가 한국 사회와 문화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빛과 소금’ 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