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꿈은 신의 선물일까
[에세이] 꿈은 신의 선물일까
  • 오정주 / 수필가
  • 승인 2011.04.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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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선 내 꿈이 꽤나 인정받는 편이다. 꿈이 안 좋으니 조심하라든가 꿈이 좋으니 오늘 시험을 잘 보겠구나 하면 아닌 척 하면서도 가족들은 은근히 믿는 눈치다.

내 꿈의 단골손님은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친정어머니다. 그 분들이 꿈에 보이면 오래전부터 그것은 필경 조심하란 경고이다. 아주 큰일은 없었지만 가족 간의 사소한 불화나 구설로 맘을 다치거나 아끼던 접시 한 개라도 깨지는 게 확실하기 때문에 항상 신경이 곤두선다. 그래서 최대한 꿈땜을 해버리려고 엉뚱한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싸우기도 하고 일부러 우연을 가장하여 그릇이라도 깨뜨려보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몇 년 전 꿈에는 외할머니가 쌍둥이로 보이는 꿈을 꾸고 횡재를 한 적도 있다.  외할머니와 함께 앉아서 영화를 보는데 영화의 한 장면에서 큰 쌀자루가 터져 공중으로 엄청난 쌀알들이 분수처럼 흩어졌다. 꿈을 꾸고 상한가를 치던 주식을 팔았는데 두 배로 이익을 보았다. 이상하게도 우리가 팔고나자 주식은 폭락했다.

친정어머니 사십구일재(四十九日齋)에 우리가족이 베트남 하노이에 살고 있었기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꿈에 내가 사는 아파트에 오셔서 “전이 없으면 닭고기라도 놔야지” 하고 접시에 담긴 하얀 백숙을 보고 계셨다. 이상하게 여겨 언니에게 이메일로 알렸더니 깜짝 놀라며 기독교식으로 간단하게 한다고 전을 뺐다는 것이다. 그 일 이후 지금도 제사 때면 나는 전을 세 가지 이상 푸짐하게 장만한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분들이 꿈에 자꾸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는 용기를 내어 점쟁이를 찾아 가보았다. 걱정할 일은 아니라며 내가 그 분들에게 도움을 받는 사주를 타고 났기에 예지해주는 것이니 가끔 산소에 찾아가보라고 해서 안심을 했다. 

친정어머니가 말년에 살던 시골 빌라 전셋돈을 1년 넘게 못 받았고 있을 때도 이상한 꿈을 꾸고 돈을 받은 적이 있다. 예감이라도 하신 듯 미리 딸 명의로 돌려둔 거였지만 어머니 생전에 친분이 있던 분이라 차마 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도 무책임하게 당연시하는 태도에 화가 나서 마침 법원에 소송을 걸고 있는 중이었다. 꿈에 한쪽 발꿈치 살점이 탁구공만큼이나 뚝 떨어져 나갔는데 피는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죽을병이라도 걸렸구나 하고 걱정을 하며 떨어져 나간 네모난 살점을 들여다보니 투명한 동그란 공 같은 게 들어있고 그 속에 또 파란색의 뭔가가 있어 흔들어보니 달각달각 소리가 났다. 그 다음 날, 신기하게도 꿈쩍도 않고 버티던 집주인이 전셋돈을 들고 시골에서 올라와 법적으로 붙은 이자를 조금이라도 깎아 달라며 머리를 숙였다.

사람들과 꿈 얘기를 하다보면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것들이 참 많다. 신기한 태몽에서부터 복권당첨, 죽음이나 사고, 합격과 같은 길흉화복을 예견한 꿈의 사례는 누구나 몇 개쯤은 다 갖고 있다. 아무리 최첨단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어도 꿈은 여전히 의문이고 논란의 대상이다. 미래예지와 미래투시 그리고 경고와 영적 교감까지 들어있는 꿈은 나약한 인간에게 준 신의 선물이 아닐까.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닥쳐올 일들을 미리 생각하게 해주어 기쁨이나 슬픔 등을 조금은 가감해주는 역할을 해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따지고 보면 외할머니와 친정어머니를 꿈에나마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다. 더구나 두 분이 나를 보호해주시려고 꿈에 보인다고 하니 더욱 그립다. 이제는 꿈땜을 어떻게 해야 내가 상처받지 않고 조용히 지나갈까 생각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처신을 잘해서 길몽으로 바꾸어야겠다. 그 것만이 신이 주신 선물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