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볼까, 위법으로 볼까...‘쥐 그림’ 중벌에 구명운동 확산
예술로 볼까, 위법으로 볼까...‘쥐 그림’ 중벌에 구명운동 확산
  • 권대섭 기자
  • 승인 2011.05.0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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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홍보물 변형에 징역 10월...시민들은 ‘표현의 자유’ 억압 맞서

지난해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넣었다가 기소된 대학 강사에 대한 구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검찰이 최근 이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한 사실이 알려지자 학계와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포함,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 구명탄원서 제출에 나서고 있는 것.

탄원서는 쥐 그림 사건으로 대학 강사 박모씨(39)와 함께 불구속 기소된 연구원 최모씨(29)에 의해 시작됐다. 최씨는 지난 4월 22일 검찰이 쥐 그림 사건과 관련, 공용물건 손상혐의로 박모씨에 징역 10월, 최씨에게 징역 8월을 각각 구형하자, 5월 13일 공판을 앞두고 주위 사람들에게 개인적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것

▲이창동 감독(전 문화부장관)
이 트위터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구명운동으로 나아가게 된 것.

구명 탄원서엔 인권단체 활동가, 출판사 편집장, 대학교수, 문학평론가, 만화가, 사진가, 공공미술 작가 등이 참여했다. 최씨는 시민들이 작성한 탄원서 450여장을 4월 29일 서울 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이들에 대한 구명 탄원엔 영화감독 이창동씨도 참여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감독은 탄원서에서 “박씨에 대한 법적 처리가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척도, 예술적 방법에 의한 풍자와 비판에 대한 관용과 이해라는 중대한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박씨 등이 그래피티 작업을 해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음이 인정되지만, 이는 사회에서 관용되는 예술의 범위를 넓혀 표현의 자유를 높이고, 사회를 더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를 냈다. 또 “박씨의 행위가 국민들에게 풍자적인 웃음과 해학을 느끼게 해 줬을 뿐,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오늘날 그래피티는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새로운 예술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면서 “생성된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매체의 특성상 일정한 도발성과 권력에 대한 풍자와 비판,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그려지는 위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한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 표현의 자유를 재는 척도가 되는 것인데, 이를 큰 형벌로 제재할 경우, 예술적 창의성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거라는 것이다.

▲좌측부터 봉준호, 박찬욱, 정윤철 감독

이 감독의 이 같은 행보가 나오자, 박찬욱 봉준호 정윤철 감독 등 영화계 유수 인사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 제출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박씨와 최씨 등은 지난해 10월 31일 한밤중(오전) 0시 30분부터 2시까지 서울 종로와 을지로 남대문 등 도심 22곳에서 G20 준비위원회가 설치한 대형 홍보물 22개에 미리 준비한 쥐 도안을 홍보용 <상징 엠블렘> 위에 대고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려 부착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