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전선에서 새긴‘한국문화백과사전’
언론전선에서 새긴‘한국문화백과사전’
  • 이소리 / 시인, 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11.05.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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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김종철,‘종교+교육’등 인문학 5권 펴내... 모두 10권으로 매듭

한평생을 언론에 몸과 마음을 던진 김종철. 그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어떤 곳일까. 이 세상 곳곳에서는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고,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종교는 어떠하며, 교육, 글쓰기, 음악, 영화, 언론, 스포츠, 공연예술, 미술, 여행은 어떤 옷을 걸치고 어디로 나아가고 있을까.

 그가 생각하는‘인문적 교양’, 그 뿌리는 대체 어디서부터 더듬어야 할까. 먼저 글쓴이와 김종철 사이에 놓인 징검다리부터 살피자. 글쓴이는 1980년대 그가 펴낸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말콤 엑스> <프랑스혁명사> 등을 읽을 때 그를 처음 알았다. 그렇다고 서로 만나 사이가 아니다. 저자와 독자로 알았단 그 말이다.

그 뒤 여러 행사에서 먼발치로 그를 몇 번 보았고, 간혹 가벼운 인사도 나누었지만 깊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 그런 어느 날 하루, 우연찮게 그가‘미디어오늘’에‘말콤 엑스와 알렉스 헤일리의 나라 미국-오바마 시대와 한국 ⑤’에 쓴 글을 읽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글에 글쓴이가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한 시인은 그것을 이렇게 적었다. / 밤을 새워 <뿌리>를 끝까지 다 읽은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미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진 나라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밀가루를 공짜로 나눠주던 그 아름답고 마음씨 고운 나라 미국의 속내에서는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아프리카 흑인들에 대한 살인과 착취가 있다는 것을. (·····) ”-블로그‘이소리 시인의 글나라’

글쓴이는 지금도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를 늘 개인 블로그에 옮기곤 한다. 그랬다. 언론인 김종철이 생각하는‘인문적 교양’, 그 뿌리는 하찮은 시인이 쓴 글 한 줄조차도 귀하게 여김에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가 모두 10권으로 매듭짓고자 하는 인문학 총서‘문화의 바다로’에 어떤 내용이 얼마나 꼼꼼하게 들어 있는지 어림짐작이 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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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김종철(67)이 5권이나 되는 인문학 총서를‘21세기북스’에서 펴냈다. <당신의 종교는 옳은가>, <교육인가 사육인가>, <글쓰기가 삶을 바꾼다>, <음악, 삶의 소리를 듣다>, <영화, 삶의 풍경을 찍다>가 그것. 이 책들은 지난해부터 10권을 목표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언론, 스포츠, 공연예술, 미술, 여행 편이 더 남은 셈이다.

김종철은“우선‘종교’하면 내 머리에는 부정적 인식이 먼저 떠오른다”라고 말한다. 그는“오늘날의 한국현실만 보더라도 개신교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일부 보수적 교파들과 교인들이 예수의 가르침과는 달리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지 않으면서 치외법권 같은 성역’안에서 천문학적 액수의 헌금을 모아 크고 넓은 교회 건물을 짓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그들은 아무리 불의한 짓을 일삼는 권력자들이라 하더라도 자기와 같은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지지하거나 감싸고 있지 않은가?”라며 “불교에서도 권세를 잡은 소수의 승려들이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어기고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거나 권력과 야합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못 박았다.

덴마크에서는 모든 사람이 직함이 아니라 이름 부른다. 제1권 <당신의 종교는 옳은가>는‘종교란 무엇인가’를 주춧돌로 삼아 지구촌에 있는 모든 종교, 그 속내를 차분히 파헤치고 있다.
제1부‘종교란 무엇인가’에 있는 ‘종교의 기원’,‘불교’,‘기독교’,‘힌두교’,‘이슬람’,‘유교’,‘도교’,‘한국의 자생적 종교’와 제2부‘당신의 종교는 옳은가’에는 ‘종교끼리 왜 싸우는가’,‘신은 있는가 없는가’,‘민중과 함께한 진보적 기독교인들’,‘생명을 섬기는 종교인’들이 그것. 제2권 <교육인가 사육인가>는 승자 독식과 학벌주의가 판을 치고 약자들에게 패배의식을 안겨주는 우리 교육 문제를 정치, 사회, 역사란 눈으로 꼬집으며, 교육 선진국들 정책에 비춰‘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교육의 길’을 가리킨다. 우리나라 교육은‘우리 속의 짐승’을 다루듯이 청소년들을‘사육’하려 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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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글쓰기가 삶을 바꾼다>는 지은이가 어릴 때부터 글을 쓰면서 깨달은 점과 특히 언론인으로서 기사와 논설을 쓰면서 느낀 사실, 문학평론과 번역을 하던 시절에 겪은 일들을 징검다리로 삼아 글쓰기 이론과 실제를 날실과 씨실로 엮었다. 신문사 초년기자 때 기사가 시뻘겋게 고쳐진 것을 보고 얼굴을 붉히던 일, 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며 기사와 논평을 쓰던 일 등이 그것.

제4권 <음악, 삶의 소리를 듣다>는 코흘리개 시절 아버지 무릎을 베고 처음 들은 유행가‘낙화유수’로 문을 연다. 중학교 2학년 때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미국 팝음악 가수들 노래에 빠져 어른들만 다니던 음악감상실을 기웃거리던 추억과 대학 때 좋아했던 ‘고전음악’ 등이 음악 전문가들 이야기, 역사적 사실과 맞물린다.
제5권 <영화, 삶의 풍경을 찍다>는‘좋은 영화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란 물음표에게 보내는 성실하고 따뜻한 느낌표다. 이 책은 1895년에 태어난 무성영화부터 21세기 블록버스터까지, 우리 영화뿐만 아니라 세계영화까지 골고루 건드린다. 특히 할리우드가 미국‘일국 패권주의’를 알리는 매개로 영화를 이용한 속내를 툭툭 건드리며 참 영화를 바로 세우는 지름길을 닦는다.

언론 전선에 서서 몸과 마음으로 새긴‘한국문화백과사전’
“진정 좋은 기자가 되고 싶다면 보수가 적더라도 진보적인 신문, 인터넷매체를 지원하라. 주간지에도 좋은 기자가 많이 있다. 기자가 되고 싶다면 세속적인 기준으로 유명한 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명예욕에 사로 잡혀서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내 경험상 기자가 능력을 인정받는 데는 오랜 시간 걸리지 않는다.”
언론인 김종철이‘종교’로 문을 연 뒤 교육, 글쓰기, 음악, 영화, 언론, 스포츠, 공연예술, 미술, 여행 등 모두 10권으로 매듭짓는 ‘문화의 바다로’ 총서는 여러 사람들이 내놓은 자잘한 이론을 긁어모아 새롭게 짜깁기 한 책이 아니다. 이 총서는 그가 언론 전선에 서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입으로 맛보고 몸과 마음으로 느낀 20~21세기 한국문화백과사전이다.

언론인 김종철은 1944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나 1967년‘동아일보’기자로 입사했으나 1975년 자유언론실천운동 주동자라는 까닭으로 강제 해직당한 뒤 문학평론과 번역 일을 했다. 1984년 민중문화운동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았고, 1985년부터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대변인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논설간사와 편집부위원장,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그 뒤 연합통신(연합뉴스로 바뀜) 대표이사, 사단법인 한국-베트남 함께 가는 모임 이사장, 민주개혁국민연합 공동대표, 아태민주지도자회의 이사, 국제언론인협의회 이사, 한국신문협회 감사 등을 맡았다.

펴낸 책으로는 <저 가면 속에는 어떤 얼굴이 숨어 있을까>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지역감정 연구>(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말콤 엑스>(공동번역) <프랑스혁명사> <인도의 발견> <마호멧> <무장한 예언자 트로츠키> 등 20여 권이 있다. 지금은 재능대학교 초빙교수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시민단체‘민주통일시민행동’공동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