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 칼럼] 자유와 어린이날
[옴부즈만 칼럼] 자유와 어린이날
  • 이원재/(사)한국고전문화원 학술원장(전 경기대교수)
  • 승인 2011.05.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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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영화감독의 구명운동이 돋보이는 5월4일자 기사 ‘예술이냐 위법이냐 쥐그림 중벌에 구명운동’은 우리나라 문화계가 처한 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외국에서는 만평은 물론 드라마, 코미디프로에서 늘 다뤄왔던 풍자비판문화를 이렇게 잔인하게 없애는 나라가 과연 G20 국가들 중에 존재나 할까?

지난 해 서울에서 개최된 G20정상회담 전후로 이를 반대하고자 해당 포스터에 ‘쥐 그림’을 넣었을 뿐인데 공용물건손상혐의로 징역형을 구형하는 정부와 법원이 과연 어느 시대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하물며 이런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불과 20년 전 유행했던 유머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후르시초프를 놓고 한 시민이 붉은 광장에서 “후르시초프는 바보다!”라고 외치자 공안경찰이 그를 입건하고 법정에 세워 무기징역형을 판결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자가 기소된 사유는 국가원수모독죄 그리고 국가보안누설죄다”

당시 자유진영에서 공산주의의 압제를 비꼬고자 만든 이 유머가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어쩌면 그렇게 잘 들어맞는지 놀랍다. 정작 이 정부도 공산주의의 폐해와 독재만행을 비판하는 정권 아닌가? 그런데 그들 또한 똑같은 압제를 유머가 아닌 실제상황을 만들었다니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5월 5일이 어린이 날인데 이 경사스런 날에 어린 아이들이 따라할까 아찔할 지경이다.

5월 16일자‘한.중.일 동양 3국 가족 이야기’와 ‘이어령 이사장-서구문명 뒷통수 따르다 가족해체에 부딪혀’가 눈에 띈다. 기사를 읽다보니 유교적 관점에서 다룬 부분이 못내 아쉬웠다. 여성차별은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르는 부권문화의 잔재 때문이 아니라, 고대사회는 물론 아시아 여러나라들이 전통처럼 따르는 성차별의식 때문이다.

언어학자이자 인권운동가 헬레나 호지 여사의 대표적인 에세이‘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처럼 고대국가 이전뿐 아니라 최근까지 초기 공동체사회의 화목한 가정과 조화로운 공동체가 인도 북부 라다크라는 작은 마을에 존재한다. 이것이 깨진 시점은 역사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 하나 기원전부터 중앙집권제를 표방하는 봉건국가들이 부권문화를 발판삼아 주변 작은 영주국들과 소공동체를 점령하고 제국주의를 과시하고부터 시작됐다.

기에 가정과 사회의 핵심이었던 여성의 발언권과 주체의식이 삭제됐다. 고대유대사회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들은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접하기 보다 가문의 재산으로 취급했다. 현재 이슬람사회가 아직도 유지하는 폴리가미(일부다처제)가 대표적이다. 라다크 공동체는 여성이 가정과 사회의 주권을 유지한 반면 남성에 대해서는 결혼과 동시에 형제가 여성의 동등한 남편으로 유지되는 일처다부제가 유지돼왔다.

평등이라는 단어가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되다 보니 정작 다뤘어야 할 가정과 사회 속 남녀차별문화가 전혀 이야기되지 않았다. 안그래도 지난 4월초부터 캐나다에서 (SlutWalk, 잡년행진)이 펼쳐지고 있다. 캐나다 같은 선진국에서 여성이 무슨 옷을 입건 윤리적 통념으로 경찰과 법원이 그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입건,제소했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사람의 자유와 권리마저 빼앗는 중세암흑기와 다름없는 폐해라고 본다.

이런 면에서 이어령 교수의 발언과‘한.중.일 동양 3국 가족 이야기’는 이런 점에서 맹목적인 서양문명 추종보다‘동양정서’라는 관점으로 접근한 또 다른 예문이 될 수 있지만 제국주의적 역사가 서슬 퍼렇게 살아 숨쉬는 동양문화가 결코 여성차별에 대해 관대하다고 볼 수는 없다.

세미나 날짜도 잘 보면 박정희 군사정권이 무력으로 민선정부를 축출하고 군부쿠데타를 일으킨 시점 아닌가? 새로 날 잡아서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아시아 여성들의 역할과 권리를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