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놀라운 우리 문화재/경복궁에 새끼사자가 살고있다?
알수록 놀라운 우리 문화재/경복궁에 새끼사자가 살고있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1.05.27 17: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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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국가브랜드위원장 특별초청, 경복궁 내 조형물 '숨은의미'발견에 재미톡톡

삼성출판박물관(약칭 SMA,관장 김종규/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삼성출판아카데미가 우리나라 최고 역사학자 중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배용국가브랜드 위원장을 특별 초청해 경복궁 바로 알기에 나섰다.

▲광화문에서 근정전 들어가는 입구
이날 참석자들은 평소 궁궐내에 무심히 보고 지나치던 조형물 하나에도 우리 조상들의 철학과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아래 기사는 이배용 위원장의 설명을 바탕으로 근정전을 중심으로한 재미있는 내용을 골라 담았다.

경복궁 근정전 앞 양쪽 난간 모서리 기둥위에 쌍으로 세워져 있는 사자상(해태상이라고도 함) 보이는 조각을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보았을 것이다. 그  중 한마리가 새끼를 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발견한 사람들도 그 새끼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한 사람들은 얼마나될까?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가운데)이 답사에 앞서 궁궐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좌측에 김종규 관장(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의 모습도 보인다.
▲근정전 왼쪽 모서리 부분에 위치한 부부사자상

 근정전 정면 왼쪽에 있는 사자쌍은 두 마리가 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그 중 한 마리는 고개를 홱돌려서 몇 백년을 목이 부러져라 한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그 방향의 악귀나 나쁜 것들이 침입하는 것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어미 사자 왼쪽 옆구리 쪽에는 조그맣고 앙증맞은 새끼 사자가 부조돼 있다.이것을 사자로 보기도 하고 해태로 보기도 하는데 이배용 국가브랜드 위원장은 부부 사자라고 명명했다.

▲부부사장 상 중 오른쪽 어미 옆구리에 새끼 사자 조각이 붙어있다.

 부부 사자는 근정전을 열심히 지키고 있는데 각자 자기 역할이 있다.특히 동쪽을 바라 보는 어미사자의 옆구리에 새끼사자가 조각돼 있는 것은 자손의 번성을 의미한다.이는 또한 대를 이어 왕조를 계승하라는 의미다. 궁궐이 계승된다는 것은 왕조가 영원히 이어지는 것의 상징이기도 하다.

반대편 오른쪽 모서리에는 어미 사자의 가슴을 파고드는 새끼 사자가 얹혀져 있다.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을 보면서 조각의 정교함에 숙연해진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우리조상들의 뛰어난 면모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배용 위원장은 특히 이 부분에서 “전통속에 디자인의 보고가 있다. 자세히 보면 머리 고개 발톱까지도 하나하나씩 아주 정교하게 조각했다. 이름 모를 석공들이 디자인 한 것이 이렇게 빼어나다”며 “근정전을 둘러싸고 여러 동물상이 많은 데 그냥 지나가면 모른다. 이 동물들이 나만보면 기뻐할거다.왜? 자신들을 알아봐 주니까”라는 농섞인 설명도 재미있게 곁들여 조각들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새겨주기도 했다.  

▲북쪽 현무상 앞에서

 근정전 밑 첫 난간 에는 동서남북 방위를 상징하는 동물 조각상이 앉아 있다. 동쪽은(좌측,청룡) 서쪽은(우측,백호) 남쪽(주작)북쪽(현무)가 있고 그 아래 난간에는 12지신 중 윗 난간의 동물과 상응이 되는 동물들을 서로 충돌하지 않게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안배했다.

용과 토끼,현무와 쥐...이는 강한 것과 약한 것의 조화인 것이다. 원래 상응은 용의 아래는 소가 들어가야 맞다. 그러나 용이 큰 동물인데 거기에 덩치가 큰 소가 앉으면 강한 것 두 개가 겹쳐지므로 서로 충돌된다. 이는 우리 문화는 서로 비켜주고 양보하는 문화를 반영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소 대신 토끼를 앉혔다는 것이다. 

▲느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정전 단 아래에는 물을 가득 담아둔 큰 함지박이 있다. 이는‘드므’라고 부르는데, 화기를 쫓기 위해 물을 받아 놓은 것이다.

근정전 지붕을 올려다 보면 용마루에 올려진 십이지신 중 하나인 원숭이를 발견할 수 있다.  손오공이 꾀로서 여러 환란을 물리치듯이 세월의 파란이 있어도 손오공의 꾀로 극복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용마루 끝의 용머리(용두)는 ‘용이 하늘에 승천하면 여러가지 우리 소망이 이뤄진다’는 액막이와 왕권의 번영을 꿈 꾸는 상징물이다.
근정전 꼭대기의 여의주를 희롱하고 있는 두 마리 용 조각은은 용이 승천하면 성군이 나타난다는 기원을 담고 있다.  

▲근정전 중앙의 일월오봉도. 윗 부분은 새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쳐놓은 그물.

 근정전 중앙의 일월오학병 또는 일월오봉도라 불리는 그림은 해와 달이 세상을 밝히 듯이 임금이 전국의 백성들을 돌보며 살라는 의미로 걸려 있다. 근정전 앞에 그물이 쳐져 있는데 이것은 옛날부터 쳐오던 것으로 경건한 궁궐의 살생을 막기 위함이다. 가령 정전의 처마 밑에 제비가 둥지를 틀면 천적인 구렁이가 나타나 살생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근정전 가운데 길은 임금만 다니는 길로서 어도이고 동쪽에 있는 품계석은 문신(동반)이 서쪽(서반)은 무신이다. 이 둘을 합쳐서 양반이라 부르는 것이다. 품계석 중간 쯤에 두껍고 무거워보이는 쇠고리가 땅에 박혀 있다. 이 곳은 햇빛을 가리는 양산을 세우는 곳. 품계가 낮으면 그늘의 혜택을 못보는 비애도 숨어있다.  

▲햇빛 가리는 양산을 세웠던 쇠고리와 바닥에 깔려있는 화강암 박석

 근정전 마당에는 박석을 깔아놨다. 화강암을 얇게 다듬어서 바닥에 얼기설기 울툴불퉁 놓아둔 것은 땅이 숨쉴 수 있도록 한 우리 조상들의 배려심이자 지혜다.

근정전 들어오는 입구 기둥은 통틀로 돼 있다. 큰 돌판 깍아서 받침은 네모, 기둥은 둥글게 돼 있다. 이 곳을 들어오면 ‘촐싹대고 떠들지마라’옷깃을 여미고 경건함을 지니라는 뜻이다. 유교의 천원지방으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났다는 유교문화의 극치로 하늘의 뜻을 품고 땅의 이치를 새겨 조화를 이루라는 의미다.

▲앙부일구(해시계)를 설명하고 있는 이배용 위원장과 참가자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이밖에도 경복궁 내에는 세종대왕이 해가 뜰 때와 비가 올 때 각 각 사용 할 수 있도록 만든 해시계(앙부일구)와 물시계(자격루)도 자리잡고 있다. 해시계를 만든 후 비가 올 때는 기능하지 못하므로 물시계를 만들었다. 이는 세종대왕의 통치철학인 균형감각을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스승의 날이 5월15일로 제정된 것도 세종대왕을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이라 해서 태어나신 날을 스승의날로 정한 것이다.

이같이 그동안 궁궐에서 정전 등 건축물에만 관심을 두던 일반인들에게는 참으로 재미있고 놀라운 발견이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무시로 나온 말이 아닌 것을 여실히 느끼게한 생생한 답사였다.

▲답사에 참가한 SMA 수강생들

한편 삼성출판아카데미는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이 사비를 털어 40여전 전부터 인문학 중심의 강좌를 열어오고 있으며, 강사들은 학계와 문화계 등의 명망있는 인사들이 초청됐다.수강생들 또한 학계와 재계 문화계 등의 원로는 물론 신진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