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갔지만 작품은 영원하다
그는 갔지만 작품은 영원하다
  • 정연탁 / 문학in 편집장
  • 승인 2011.05.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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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4주기... <강아지똥>, <몽실언니> 각각 100만부 넘겨

▲권정생 선생
소파 방정환에 이어 20세기 끝자락에서 21세기 들머리까지 우리나라 아동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긴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1937~2007) 선생.
올해는 권 선생이 이 세상을 떠난 지 오는 5월 17일로 꼭 4년이 흘렀지만 권 선생 작품에 대한 사람들 깊은 사랑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그는 갔지만 그가 쓴 작품은 영원히 빛나고 있는 것이다

권정생 선생 대표작인 그림책 <강아지똥>(길벗어린이)은 올해 들어 모두 100만 부 넘게 팔렸다. <강아지똥>은 권정생 선생이 1969년 기독교 아동문학상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했고, 그림책에 맞게 내용이 다듬어져 1996년 나왔다.

우리나라 창작그림책이 거의 없던 그때, 외국 그림책 속에 첫 선을 보인 이 책은 잔잔한 감성을 툭툭 건드리는 이야기와 서정적인 문체, 화가 정승각이 그린 토속적이고 정감어린 그림이 어우러져 우리나라 창작그림책 시장에 새로운 빛을 던졌다. 이 책은 특히 권정생 선생이 신장 수술을 받고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강아지똥이 민들레 거름으로 스며들어 생명을 꽃피운다는 내용으로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더욱 빛나는 꿈과 희망을 그렸다.

길벗어린이는“이 책은 출간 이후 지난 15년 간 꾸준히 사랑받으며 지난 3월 출고 부수 기준으로 100만 부를 넘어섰다”며“국내 창작그림책으로는 처음으로 100만 부를 돌파한 작품이어서 아동출판계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라고 밝혔다. ‘강아지똥’은 특히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일본, 대만, 스위스, 중국에 저작권이 수출됐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 연극,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져‘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효시 역할도 톡톡히 했다.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안상학 사무처장은 13일“이 작품에는 고인이 죽어서도 별처럼 아름다운 존재가 되고 싶어 했던 절실한 마음이 담겨 있어 더 깊은 감동을 준다며“인간의 보편적인 감수성에 가 닿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것”이라고 평했다. 길벗어린이는 <강아지똥> 100만 부 돌파를 기념해 오는 28일 오후 3시 마포아트센터에서 북콘서트 등 기념행사를 연다.

권정생 선생이 펴낸 다른 대표작 <몽실언니> 또한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아온 국내 아동문학사에 기념비를 세운 작품이다. 1984년 나온 <몽실언니>(창비)는 1987년부터 문고본으로만 77만여 부가 나갔다. 2001년에 성인용으로 나온 양장본은 11만6천여 부를 펴내 두 책 모두 합치면 모두 89만 부가 팔렸다.
창비는“초판 출간 이후 몇 년간 집계되지 않은 출고량까지 합치면 100만 부를 이미 넘어섰다”라며“이 작품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가난과 전쟁의 질곡을 헤쳐 나가는 주인공 몽실이의 강인한 삶을 서정적으로 그려내 국내 성인문학 작품에서도 보기 드물게 역사성과 문학성을 인정받는다”고 밝혔다.

아동문학계 한 관계자는“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 부모와 아이들에게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꾸준히 읽히며 감동을 전해준다”라며“<강아지똥>과 <몽실언니>외에도 권 작가의 <사과나무밭 달님>(창비), <오소리네 집 꽃밭>(길벗어린이) 등 역시 여전히 읽히는 작품들”이라고 귀띔했다.

권정생 선생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광복 뒤 귀국해 1967년 경북 안동에 살면서 창작활동을 했다. 그는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주요 주제로 많은 동화와 동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