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의회 안재홍 위원장, 경복궁 옆 관광호텔 건립 반대
종로구의회 안재홍 위원장, 경복궁 옆 관광호텔 건립 반대
  • 김동수 기자
  • 승인 2011.06.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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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광화문 등 역사와 문화 현장 앞에 고급호텔 왠말?

종로구의회 안재홍 운영위원장이 경복궁 옆 주한미국대사관 숙소부지의 호텔 건립에 강경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현동 49번지에 위치한 옛 미 대사관 숙소부지 3만 6천㎡는 2002년에 삼성이 미술관을 짓기 위해 매입한 후 다시 이를 2009년에 한진그룹(대한항공)이 인수하여 지상4층 지하4층 연면적 13만 7천여㎡의 규모로 7성급 고급 한옥호텔을 지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측이 서울 도심의 유서 깊은 역사문화지구에 위치한 점을 감안해 문화공간을 갖춘 전통문화 명품 관광타운으로 꾸미겠다고 밝힌데 이어 국토부가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호텔은 3~4성급 이상 호텔로서 여관이나 여인숙과는 달리 교육환경을 저해하지 않을 뿐더러 건축법과 관련해서는 이중규제의 성격이 강하므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을 반영해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으며, 급기야 지난 5월 31일 국무회의에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도 관광호텔의 건립이 가능하도록 관광진흥법이 일부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관광진흥법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외에도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관광숙박시설 확충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는 등 모든 상황의 전개가 자칫 자본과 권력에 굴복해 특혜를 베푸는 꼴로 비쳐지는 이번 사태를 두고 안재홍 위원장은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던 선현들의 지혜가 더욱 가슴 깊이 와 닿는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안 위원장은 “이곳 바로 건너편이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이고, 인근에 광화문 국가상징거리가 있으며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 북촌한옥마을과 인사동 전통문화거리가 있어 일반 상업시설을 짓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뿐 아니라 게다가 학교보건법상 호텔이 유해시설로 규정되어 있는 만큼 주변의 덕성여중ㆍ고와 풍문여고와의 직선거리가 불과 50여 m에 불과한 점을 들어 교육 여건상으로라도 호텔 건립은 타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초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계획에 대해 중부교육청 심의결과는 물론 행정소송에서도 호텔 건립이 불가하다는 판결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건축법과 관광진흥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면서까지 학교 인근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준 것은 대한항공을 위한 특별조치로 오인될 수 있을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 위원장은 도심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조성될 인근의 기무사 터보다도 25%나 더 넓은 이곳에 관광호텔이 건립되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하면서, 경복궁 옆의 이 부지는 철저한 발굴조사를 거쳐 역사문화지구에 걸맞게 인근 박물관과 궁궐, 한옥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높은 담벼락 때문에 그동안 국민들과 단절되었던 이 지역이 이제부터라도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가꿔지기를 바란다면서, 정의로운 시민들과 학부모, 서울의 미래 가치를 제대로 창조하려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진흥법 개정법률안 철회는 물론 대한항공 측이 미 대사관 숙소부지의 호텔 건립을 포기하도록 투쟁의 전면에 나설 각오를 밝히고, 현재 동료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므로 곧 의견이 하나로 결집되면 1인 시위나 항의방문, 결의문 채택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