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조선 일류 가객, 박춘재 (10)
[연재소설]조선 일류 가객, 박춘재 (10)
  • 빅춘재 일대기
  • 승인 2011.06.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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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 박춘경의 제자가 되다

공통으로 듣는 말은 과연 그 선생에 그 제자라는 말이었다. 박춘경의 제자 박춘재의 이름은 어느 사이에 현장에 알려지고 있었다.
 “이번엔 어떠했느냐?”
 “새로운 걸 구경했습니다.”
 사흘간이나 뚝섬에 다녀온 날이었다. 그날 스승과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스승도, 제자도 좀처럼 말이 없다가 서로 눈길을 피한 채 묻고 대답했다.

스승의 제자 한 사람이 경상도에 내려가 소리방을 열고 있다가 놀이패를 만들어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뚝섬에 당도해 스승에게 연락을 했다. 여기 와서 들으니 소년 하나가 선생님 밑에 있다는데 이리 좀 보내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가서 보니 뚝섬에서 벌어진 놀이판은 예전의 그것과 달랐다. 버드나무를 기둥삼아 긴 휘장으로 두르고 이전 오푼짜리 백동전 한 잎을 받았다.

그래도 인산인해였다. 돈이 없으면 보리도 받고 삼베도 받았다. 이를테면 입장료를 받은 셈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별다른 것이 있나 하고 사람들은 몰려왔지만 볼거리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버나돌리기와 솟대타기가 그중 볼만했는데 그것도 이따금 오는 남사당에서 단골로 하는 것이어서 별로 흥미를 끌지 못했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춘재가 장고 돌리기를 하자 오히려 그것이 재미있다면서 박수를 쳐주었다. 혼자 터득해낸 장고돌리기였다. 장고를 메고 있다가 위로 던져 돌리다가 떨어지는 걸 받아 세워서 두들기는 것이었다. 별로 흥이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험악해서 한 번 해본 것이 효과를 보았다.

그런데 마지막 날에 기어이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남사당패가 쳐들어와 돈을 받는 놈이 누구냐면서 소란을 피운 게 화근이었다. 춘재가 한참 장고를 돌리면서 전국의 바위란 바위는 모두 주워섬기고 있을 때였다. 다들 넋을 잃고 있는데 판을 깨버리자 느닷없이 저쪽 구석에서 한 사내가 벌떡 일어나더니 남사당 하나를 널부러지도록 패버리고 말았다. 병정이었다. 니네가 뭔데 왜 구경을 방해하느냐는 것이었다. 다른 사당패는 지레 겁을 먹고 모두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놀이는 중단되고 말았다. 남사당들이 휘장을 찢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좋은 걸 구경했구나.”
 “절 부른 건 놀이패들 중 여러 명이 의병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합니   다. 그리고 모두 죽었다고 하네요.”
 그 말에 스승은 아무 말이 없었다. 춘재의 마음은 벌써부터 무거웠다. 아니 사람들의 시선을 끌면서 각광을 받던 지난 몇 년 동안 춘재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결국에 남는 건 침통한 기분 바로 그것이었다.

웃고 떠들다가도 헤어질 때는 웬지 묵묵하고 공허했다. 왕비가 시해당하고, 임금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했다가 돌아왔다. 대한제국으로 나라 이름을 바꾸고 황제라 했지만 어쩐지 흥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