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피를 통한 남창(男唱)의 득음’은 계속 될 것인가
[기자수첩]‘피를 통한 남창(男唱)의 득음’은 계속 될 것인가
  • 김창의 기자
  • 승인 2011.06.2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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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강남구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피를 통한 남창의 득음' 이라는 판소리 공연이 열렸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남자 명창 5인이 출연해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적벽가, 수궁가의 눈대목을 골라 연창했는데, 여자 명창이 주를 이루는 현 상황에서 문화재보호재단의 특별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공연에 앞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명창들은 언론매체 앞에서 공연을 마련해준 정부정책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얼마 남지 않은 남성 명창들로 구성된 공연이 다시 기획되기를 바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공연은 여성 명창들이 주를 이루는 판소리계에서 남성 명창들의 존재와 역할을 각인시켜줬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추후 남성 명창들의 공연을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실에서 중요무형문화재 5호인 판소리는 대중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천국의 계단>이라는 공연에 아이돌 가수가 출현했을 때, 공연티켓 가격이 액면가의 10배 이상인 130만원에 거래되고, 수백명의 기자가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지상파 방송 3사는 하루에도 수차례 공연에 대한 뉴스를 내보냈고, 포털사이트 공연 섹션에서도 그 공연관련 기사는 심심찮게 메인을 차지했었다. 공연에 대한 리뷰나 댓글이 적어도 수만 개는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으로 비교되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판소리가 뮤지컬과 대립구도에 있기 때문에 판소리를 살리려면 대중공연을 억누르고 연예계를 말살시켜야 한다는 이분법적 논리를 전개하려는 것은 아니다. 억지로 관객을 동원하고 예산을 몇 십 배 증액해 조선시대로 돌아가자는 말도 아니다. 전통문화의 부활에 대한 문제를 대중의 관심이란 측면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주 문화소비계층인 청소년의 요구에 부합하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양극화도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단지 전통공연도 역시 우리 가까이에 존재해, 언제든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게 생활 근거리에 위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각 지역 문화예술회관을 보다 활성화 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저작권 협의를 통해 무료 판소리 애플리케이션을 보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영향력 있는 사회저명인사들이 전통공연을 즐겨 찾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정권 때는 대통령이 장관들 데리고 판소리 공연도 보러 와줬는데, 지금 정부는 한번을 찾아주지 않는다.”는 명창의 말이 생각난다.

이 대통령도 한번쯤 판소리 눈대목 정도는 보러 와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