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경민'생활스토리' 전시회
조각가 김경민'생활스토리' 전시회
  • 권대섭 기자
  • 승인 2011.07.04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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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서 건져 올린 싱그런 작품...해학과 긍정이 담뿍

빨간 넥타이를 뒤로 제치고 바지와 팬티를 쑤욱 내린 채 변기통에 앉아있는 남자. 손에는 담배 한 개비가 들려 있다. 똥 누면서 맛보는 끽연의 맛이 꿀맛 같다는 표정이다. 흰 색 바탕 팬티에 박힌 빨간 점 무늬까지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작가의 남편이 화장실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매일 빠짐없이 반복되는 우리네 일상의 모습이다.  
 아내와 남편이 목욕탕에 함께 있다. 아내가 앉은 상태로 등을 내밀고 있다. 떼 타올을 손에 낀 남편이 두 다리를 쩍 벌린 채 씩씩하게 등을 민다. 시원해서 그런 지 아내가 억수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친한 사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페달을 밟고 있는 아버지 목 위에 막내 딸이 목마를 타고 있다. 뒤에는 엄마가 앉고, 맨 뒤엔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 녀석이 공을 든 채로 살짝 잠들어 있다. 허접스런 자전거를 타고 모터쇼에 다녀오는 가족의 모습이다.

 조각 작가 김경민(40)은 이렇듯 평범한 일상을 실감나게 재현한다. 그녀의 조각을 보면 일상이  유쾌하게 느껴진다. 작품 속 주인공의 표정과 포옴에서 코믹함과 해학이 듬뿍 묻어있다. 팍팍하고 고통이 수반된 생활 속에 이리 밝은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삶에 대한 긍정과 낙천성이 가득하다. 그런데 작가는 말한다. 자신은 그저 일상을 표현할 뿐이라는 것.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정주부로서 매일의 생활을 일기 쓰듯 밥먹듯 틈나는 대로 작업한단다. 무슨 거창한 주제나 생에 대한 심오한 철학, 굳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생활을 3차원 공간에다 조각할 뿐이다. 작업에 대한 강박관념도 없다. 좋아하는 것을 시간나는 대로 할 뿐이다. 하고 싶은 것을 취미처럼 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곧 작가의 창작활동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상의 작품 13여 점이 7월 6일(수) 부터 31일(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 갤러리 선컨템포러리에서 전시된다. 본지는 작품 전시회에 앞서 작가를 만났다. 일반대중들에겐 아직 생소할 지도 모를 조각 작가의 세계를 쉬운 언어로 들여다 보자.   

▲ (똑!똑!) 2011 김경민 작, acrylic on F.R.P, 22x72x37cm.

 7월 6일~31일까지...생활 속 보편성 재치있게 표현

언제부터 ‘조각가’가 되기로 했나?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형님 되는 분이 계셨어요. 아마 작가였던 것 같아요. 그분이 우리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그림을 가르쳐 주셨죠. 음악을 들려주곤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라. 책을 읽어주고도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보라...하시기에 그때부터 미술이 재미있었습니다. 중 · 고교때까지는 회화(수채화)만 줄곧 했는데,  더 액티브한 것이 하고 싶어 디자인을 배워봤습니다. 그런데 디자인도 아닌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고교 3학년 때인데, 친구가 ‘로댕’에 관한 책을 읽어보라며 빌려 줬습니다. 그때 근대조각의 선구자 로댕의 예술 열정과 치열한 삶에 감동받아 그때부터 조각 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한 권의 책이 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 준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화가보다 조각가는 더 보기가 힘들다. 조각예술의 희소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일반 회화와 조각 또는 화가와 조각가의 차이점은?

-회화는 캔버스라는 평면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고, 조각은 3차원 입체공간에서 행해지는 작업입니다. 내게는 캔버스 평면에 갇혀서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입체 공간을 움직이며 하는 작업이 훨씬 답답하지 않고 적성에 맞았습니다. 물론 회화도 평면을 입체화 시켜내는 작업이긴 하지만 조각은 처음부터 3차원 공간을 상대로 작업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엄청난 노동력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아예 노가다를 해야 할 때가 있지요. 규모와 스케일 면에서 물감과 캔버스로 하는 작업인 회화는 조각과 다르죠. 조각은 또 완성되기까지 각 공정마다 다른 재료를 가지고 같은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 에너지와 성격이 조각 쪽이 더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김경민 작가가 추구하는 조각예술의 특징을 말한다면?   

-현재 제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거창하게 하지 말자’는 주의입니다. 작품의 소재를 일상생활속에서 자연스레 찾아내고 구상하는 것이죠. 예컨대 한 남자의 아내로서, 주부로서, 엄마로서 겪는 가족의 일상을 작품화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작품을 통해 인간이니 인생이니 철학이니 하는 심각한 문제나 심오함, 고뇌 같은 것을 다루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편안하게 작업하고, 그것을 보며 행복하고 웃을 수 있으면 만족합니다.

김 작가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주부로서,  엄마로서 겪는 가족의 일상을 작품으로 나타낸다.

 그래도 작가들에겐 시기별로 작품세계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혹 처음부터 일관된 경향의 작품을 만들어 왔는지?

-지금까지 제 작품세계를 굳이 구분해 본다면 결혼 전과 결혼 후를 나눠 볼 수 있겠습니다. 결혼 전엔 사회문제나 시사적인 분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작품들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결혼 후엔 아내로서, 주부로서, 엄마로서 생활해야 되다 보니 자연스레 생활속의 일상을 작품화하면서 편안하고 행복해지게 됐습니다.

“우리미술계 조각분야 희망적...회화와 겸하는 이 늘어나 저변확대 중”
“인생 길게 보며 작품 활동할 때 명품도 탄생...스스로 값 매김은 위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면서 살기는 참 어려운데, 작가께선 참 행복하시군요. 직업으로서의 작품활동과 예술로서의 작품활동 간 괴리현상 같은 건 없는지?

-다행이라 그럴까, 운이 좋아 그런지 저는 현재까지 그렇지는 않습니다. 100% 머릿속에서 나오는 대로 해 왔습니다. 공공미술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 말씀드린 대로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소재가 주어지고, 거기에 제 열정과 끼를 녹여 작품활동을 하다보니 그것이 또 생활 운영도 가능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떤 압박감을 느끼며 생계형으로 작업한 적은 없습니다. 참 다행스런 일이죠. 하고 싶고 만들고 싶은 작품을 있는 끼대로, 밥먹듯이 만들다 보니 생활도 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부군(권치규)께서도 조각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부부 조각가로서 장단점이 있다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작업 공정과 강도를 다 잘 아니까 가끔 집안 일을 팽개치고 일에 매달려도 이해해 주니까요. 어떤 때는 아이들을 대신 봐주고 챙겨주기도 하죠.(웃음) 

▲ (집으로) 2011 김경민 작, steel, acrylic on F.R.P, 80x15x53cm.

조각예술을 한다는 것의 매력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역시 자기를 표현하는 데에 있지 않겠습니까. 인간은 누구나 자기를 표현하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입니다. 자아의식이 강한 존재가 인간이거든요. 여러 가지 표현방법이 있겠지만 저 같은 사람은 자기표현의 방법으로 조각을 택했다는 것이지요. 사통팔달 트인 3차원 공간을 상대로 조각 작품을 만들어가는 묘미가 매력이라 하겠습니다. 공간속에서 이 조각이 풍겨낼  조형적 의미와 분위기를 상상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우리 미술계에서 조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국민들이 문화를 누리는 보편적 수준은 아직 낮다고 봅니다. 미술을 포함한 예술세계로의 접근성도 대중적이진 못하지요. 그중에 조각은 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점의 회화를 집안에 걸어 둔 가정도 드문데, 조각상을 가져다가 놓기는 더 어렵겠지요. 그런 점에서 조각예술이 우리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그 저변이 얕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희망은 있습니다. 미술하는 분들이 마지막엔 조각으로 오는 경향이 서서히 늘어나는 것이 그렇습니다. 특히 요즘은 유명작가들이 회화하면서 조각도 겸하는 추세가 많습니다. 또한 외국의 경우를 보면 일반대중들의 조각 작품에 대한 구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그리 될 것으로 봅니다.

작품의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는지?

-작가가 값을 스스로 매긴다는 건 위험합니다. 결국은 인생을 길게 보고 작업하는 가운데 작품의 가치도 주어진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론 경매시장에서 작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이와 사업자의 안목에 따라 값이 매겨지는 걸로 보시면 됩니다. 

▲ (친한 사이) 2011 김경민 작, acrylic on F.R.P, 23x55x44cm.

예술가들의 작품은 사회문제나 시대적 과제를 반영하기도 합니다. 혹 결혼 전에 했던 것처럼 시사적 문제나 사회상을 반영할 작품활동을 하게 될 가능성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말씀드린 대로 가정주부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일상생활을 자연스레 표현해 내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경민 조각가는 오는 6일부터 31일까지 삼청동 갤러리 선컨템포러리에서 전시회를 연다.

 ◆작가 김경민
2010 홍익대 미술대학 박사과정/ 1997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대학원 졸업/ 1995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개인전(총 15회)-2010 국제현대미술 교류전, 북경 중국/ 2009 김경민 展, N Gallery, 분당/ KCAF, 예술의 전당, 서울/ 유쾌 발랄한 조각, 노원문화예술회관, 서울/ 2008 김경민 작품전, 선화랑, 서울

그룹전-2011 갤러리 서울 11, 라움, 서울/ AHAF 11, 오리엔탈 만다린 호텔, 홍콩/ 2010 현대조각전, 밀레니엄 힐튼, 서울/ 아날로그의 숲,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9 홍콩 아트페어, 홍콩/ 2007 베니스 아트페어, 베니스, 이탈리아/ 2005 중국 국제화랑 미술제, 북경, 중국/ 2004 이로이로 展-관서한국문화홍보원 개원5주년 기념, 오사카, 일본/ 2003 사라예보 윈터 아트페스티발, 사라예보, 보스니아

수상-1996 제7회 MBC 한국구상조각대전 ‘대상’

작품소장-국립현대미술관/ MBC 방송국/ 춘천 MBC 방송국/ 워커힐 호텔/ 수원 월드컵조각공원/ 제주도 샤인힐 리조트/ 태안군청 등

현재-성신조각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회원/ 한국구상 조각회 회원/ 여류조각가회 회원/ 고양조각가회 회원/ 강원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