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입구 7성급 호텔 건립,신중해야...
북촌 입구 7성급 호텔 건립,신중해야...
  • 권대섭 /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1.07.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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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옛스러움 간직한 '북촌' 풍광 크게 저해 우려

북촌(서울 종로구 가회·삼청동)의 아름다움을 속에서 볼 수 있게 포인트화 해 놓은 것이 이른바 ‘북촌 8경’이다. 북촌 안으로 들어가서 걸어 다니며 볼 수 있는‘속살 풍경’인 셈이다.

계동 사거리 언덕길에서 바라보이는 창덕궁 궁궐풍경과 돌담길, 궁중 문화연구원이 있는 북촌 2경 골목길, 한상수 자수박물관 앞 북촌 3경길, 기념촬영을 가장 많이 하는 가회동 31번지 한옥 골목길 등을 세분화 해‘8경’으로 표현했다.

특히 31번지 한옥골목 언덕에서 시내 쪽으로 거꾸로 바라보는 남산 스카이라인과 빌딩숲 풍광도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느끼게 해 주는 묘미가 있다. 삼청동 화개길 언덕에서 보이는 인왕산과 북악산의 풍광도 멋지다.

북촌은 이렇게 걸어 다니며 속에서 느끼는 풍경이 아름답다. 그 풍경은 북촌 골목 속살의 모습뿐만 아니라 서울을 이루는 산과 시가지모습까지 덤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북촌은 이렇게 속에서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북촌 바깥에서 전체 풍경을 조망하는 것도 매우 아름답다.

그 대표적인 포인트가 송현고개 대로변 옛 미대사관 숙소(現 대한항공 송현동부지) 맞은편에 있던 옛 한국일보 빌딩 스카이라운지였다. 지금은 한국일보 대신 새로 지어진 트윈트리타워가 들어섰지만 이 빌딩위에서 북촌을 바라보면 분명히 옛 한국일보 빌딩에서 바라보던 것과 같은‘아름다운 북촌’을 만날 수 있을 거다.
가운데 백악(白岳, 일명 북악) 봉우리와 좌측 인왕산, 우측 낙산의 흐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동네는 회색빛 고층빌딩으로 빽빽한 서울 도심과는 전혀 다른 정겨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북촌만 따로 떼어 독립적으로 바라보면 마치 지방의 어느 소도읍 같은 느낌을 준다.

그곳에 학교가 보이고, 기와집이 있으며 나지막한 건물들 사이로 그리 붐비지 않는 큰 길과 골목길 풍경까지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아기자기하게 느껴진다. 대도심 속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풍경인 것이다.
그런데 경복궁과 창덕궁을 포함한 북촌일대 전체를 북촌 바깥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없어질 지도 모를 우려가 생겼다.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연면적 3만6642㎡-1만1100평, 연면적 13만7440㎡)에 추진 중인 지하 4층 지상4층의 7성급 호텔건립이 그것이다. 당초 대한항공 측의 호텔건립 계획은 중부교육청 심의결과와 행정소송에서 불가판결을 받았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건축법과 관광진흥법 일부조항을 개정해 대한항공에 유리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줬다. 현재 개정법은 국회통과 절차만 남겨 둔 상태다.

한편 종로구는 이 문제와 관련, 긴장수위가 한껏 높아졌다. 종로구의회 안재홍의원과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연구소장이 송현동 부지 호텔건설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인 바 있지만 종로구도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듯 보인다.

곽명오 종로구 행정국장은 22일 오후 종로문화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송현동 부지 호텔건립과 관련한 종로구청의 입장을 알 수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심재득 종로문화원장과의 대화 도중 자연스레 화제가 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종로구청 역시 송현동 부지 7성급 호텔 건립은 반대다.

송현동 부지는 그 지하를 주차장 공간으로 확보하고, 지상은 녹지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게 김영종 종로구청장의 기본 생각이다.

무엇보다 송현동 부지 7성급 호텔은 아름다운 북촌을 가려버릴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되는데다 백악과 인왕산의 스카이라인을 훼손할 것이라는 게 종로구청의 걱정이다.

두 말할 필요 없이 백악과 인왕산 봉우리의 곡선은 수도 서울의 상징적 스카이라인이다.

특히 그 산기슭엔 아직도 개발 가능한 수많은 문화콘텐츠가 잠자고 있다. 그런 두 봉우리의 스카이라인을 가리는 것은 관광객 1천만명 유치를 내세운 국제 문화관광도시 서울의 상징풍광을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게 종로구청의 우려다.

호텔 높이는 이 지역의 고도제한에 따라 15m이상 올라갈 수는 없다. 그러나 7성급 호텔이 갖춰야할 부대시설 등으로 인해 전체 북촌 부지 비율의 상당량을 이 호텔이 차지하게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북촌의 이미지는 호텔로 규정지어질 수 있다. 아름다운 북촌이 거대 규모의 호텔로 인해 묻혀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경복궁과 청와대 등 국가상징거리인 이 지역에 호텔을 짓는다는 것은 국가 이미지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 어느나라도 국가상징거리에 호텔을 짓는 예는 없다는 것이다.

북촌의 풍광을 고려할 때도 마찬가지다. 북촌은 이미 현대건설 계동본사 입지로 대표되는 경제개발 압력에 따라 많은 질곡을 겪은 바 있다. 규제만 있고 지원이 없던 정책을 견디다 못해 많은 주민들이 강남으로 떠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또 하나의 건물, 거대한 7성급 호텔이 앞을 가로막는다면 어찌될까?
송현동 부지 7성급 호텔건설은 어느 모로 보나 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제 종로구민과 서울시민의 여론은 어떨런지? 귀를 기울여야할 때다.



*알림 : 본지 권대섭 대기자는 2011년 7월 25일자로 서울 종로문화원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에 본지는 권대섭 대기자를 객원 논설위원으로 새로 위촉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