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똥자루무용단'의 무용을 말하다 "움직이는 프리젠테이션"
[리뷰]'똥자루무용단'의 무용을 말하다 "움직이는 프리젠테이션"
  • 홍경찬 기자
  • 승인 2011.08.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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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에다 살을 붙히는 몫은 창작자와 관객, 그리고 상상

[서울문화투데이 홍경찬 기자]지난 8월 20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새개념 공연축제'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는 똥자루무용단의 무용을 말하다 '움직이는 프리젠테이션' 무용극 세 번째 공연이 열렸다. 이날 객석 안으로 들어서자 짙은 어둠에도 불구하고 빼곡히 앉힌 바비인형이 등을 돌린 채 무대를 응시하고 있다.

▲ 똥자루무용단의 무용을 말하다 움직이는 프리젠테이션 -사진제공 똥자루무용단-

 바비인형, 프리젠테이션 화면, 그리고 넓은 무대와 휘황찬란한 조명이 버티고 있지만 단연코 주제는 사람이다. 4명에서 2명 다시 6명으로 불어난 무희들의 춤사위가 강렬한 몸짓으로 시선을 집중케 했다.

 발레리노의 절제된 동작에다 아이돌 몸짱 가수를 빼닮은 울퉁불퉁한 근육이 무대를 휘어졌고 발레리나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상대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관객들은 숨소리도 배우와 동일시하며 눈으로 동작을 따라간다.

 그 순간, 음악은 바뀌고 무대 조명은 전환되고 두 남녀 배우의 손에는 '빵'이 들려진다. 정확한 되감기를 통해서 춤사위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단지 '빵'이 문제다. 빵 쟁탈전이다.

 두 무용가가 보여준다. '빵'하고 터지는 웃음말이다. 이는 연출자가 의도한 바다. 보기 좋게 관객은 두 손바닥을 마주치고 '빵빵'거리며 웃는다. 

 앞서 사회자는 관객들에게 무용극 장단점과 통계자료를 보여 주면서 강의에 들어간다. 영화와 콘서트와 연극에 밀려, 이에 반해 무용 관객수의 부끄러운 수치를 보여주며 이를 인정한다. 이어 사회자가 관객에게 여기에 앉은 이유를 묻자 돌아오는 답은 각양각색.

 요즘 대세인 '사람이 먼저다'가 이번 공연에도 통한다. 관심, 애정, 시간 투자, 그리고 관객이 원하는 공연을 보여주는 무용극 주체는 어딜봐도 사람이다. 아니 관객들에게 고상한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연출자는 이를 비틀어서 해학적으로 나타냈다.

 선곡들이 돋보였지만 유난히도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는 관객의 귀를 즐겁게 했다. 이 노래에 담긴 그 당시 미국 사회(1969년)에 대한 울분과 애환과는 아랑곳없이 객석 곳곳에 울려 펴지며 무대는 막을 내린다.

 이 노래처럼 가사가 좋든지 리듬이 좋든지, 잠시 틈을 가지고 모든 만물의 이면을 깊게 들여다보면 쉽지 않는 그 당시 사회상이 전해져온다. 이번 무용을 말한다 "움직이는 프리젠테이션" 공연도 들여다보면, ‘똥자루무용단’(연출 이성재)은 인디무용단이다. 이렇게 십 년을 버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