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의 미학’ 새로운 섬유예술 세계를 열다
‘보자기의 미학’ 새로운 섬유예술 세계를 열다
  • 김영찬기자
  • 승인 2011.08.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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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목원대 교수 “김영순-32년 보자기 손길”展

[서울문화투데이 김영찬기자]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물건들은 상당히 많다. 그 중 하나가 보자기다.

 

 

우리 생활 속의 소중한 물건들을 보듬었던 보자기가 있는가 하면 넉넉치 못했던 시절에 어린 아이들의 책가방으로 쓰이던 보자기도 있다.

어느 집에서든 이불을 덮는 이불보와 밥상을 덮는 작은 보자기 하나 없는 집이 없을 만큼 우리에게는 흔하고 소중한 물건이 보자기다.

보자기는 여인들의 손길에서 정성과 복을 비는 마음으로 만들어졌고, 또 복을 싸는 의미를 갖는다.

 

 

이런 보자기에다 한국전통 미의식과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준 사람이 김영순교수다. 보자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김영순은 우리의 전통보자기문화를 기반으로 면과 색 구성에서 새로운 조형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각보 문화의 다양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섬유작가다.

그는 1984년 제1회 개인전 이후 서울과 대전은 물론 뉴욕, 워싱턴, 도쿄, 교토, 고베, 도야마, 다까야마 등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서 36회 개인전을 갖는 등 왕성한 국내외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오는 9월 전시회를 연다. 30여 년이상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온 한국전통의 감성을 섬유예술로 9월 1일부터 6일까지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풀어 낸다.

 

‘김영순-32년 보자기 손길전’ 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근작의 보자기 유화 그림과 보자기 평면조형, 입체설치를 비롯한 문화상품전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손길”이 추구한 전통의 현대적인 섬유미학이 새롭게 재조명된다. 

그의 작품은 모시를 소재로 음양오행사상의 오방색을 천연 염색하여 색과 선의 조화를 한국적인 미감으로 패치워크, 은세공, 손자수, 수직, 사라사 등의 기법을 조형적 미학으로 표현했으며 전통보자기를 섬유예술로 한 차원 끌어 올리고, 섬유영역을 스카프, 넥타이, 의상, 인테리어 등의 문화상품으로 폭넓게 넓힌 작가브랜드로 독립한 섬유미학을 선보인다.

 

이번 조선일보 미술관 전시는 “보자기의 미학”을 대표하는 작가 김영순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32여 년간의 '끝없이 이어진 손길'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놓는 전시로 섬유의 한 역사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작가의 화집출판기념회도 함께해 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김영순교수를 백송화랑에서 만났다.

- 보자기 예술에서 추구하는 것은?

조선시대의 보자기는 물건을 싸거나 덮기 위해 헝겊으로 만들어진 우리 고유의 생활용품이다. 보자기는 복을 비는 마음과 정성을 표현한 것으로 보자기에 물건을 싸는 것은 복을 싸둔다는 뜻으로 현대에 와서는 서양 추상미술의 몬드리앙과 클레에 비견할만한 현대적이고 조형 감각이 뛰어난 민간예술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폐물의 미학” 으로 여인의 알뜰한 슬기와 지혜를 엿 볼 수 있다.

-우리 보자기 예술의 매력은?

한국 (조선시대)의 보자기는 조형성과 심미성으로 상상력과 구성이 풍부하며 모자란 듯 한 불균형의 비례, 복락을 추구하는 마음, 환경을 배려한 조각천의 예술성을 과다하게 꾸미지 않은 자연을 순응한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큰 매력이다.

-특별히 조각보 작품을 꾸준히 해오신 계기가 있는지?

전통보자기에서 발현되는 자연스러운 색과 선의 조화, 한국적인 미감에 매료되어 첫 번째 개인전'반석(1984년)'이후 2회 개인전(1988년)부터 우리 전통 자연소재인 모시와 천연염색을 접목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천연염색한 천조각의 구성은 음양오행설에 바탕을 둔 자연스러운 색채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방색을 기초로 우리 고유의 전통보자기에 현대화시켜 새로운 보자기의 미학을 재해석하고자 한다.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작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손수 시작하여 손으로 마무리 짓는 제작과정이 생활의 미학과 조형적 미학을 구현하려는 두가지의 방향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생활 속의 수공적 미학을 체현하고 현대적 조형을 추구한다.

30년 이상 보자기에 쏟은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과 정신이 펼쳐지는 전시회가 성황을 이루고, 곧이어 오는 10월20일에서 30일까지는 대전 플랜트 갤러리(유성구 봉명동 664-1번지 5층)에서 열릴 순회 초대展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